강원2024 청소년 동계 올림픽에서 일하다.
제목은 엄청 거창하지만 내용은 사실 소소하다. 1월엔 3주동안 강원 2024 청소년 동계 올림픽에 통역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어서 열일하고 2월초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어떻게 개최하는지도 몰랐던 청소년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올림픽 뽕이 빠져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한건 바야흐로 2023년 9월. 5일인가 6일인가.. 오스트리아에선 어떤 커뮤니티에 속할 일이 정말 없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내가 찾아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게 거의 불가능했다. 오스트리아 생활 초기엔 희망과 좌절로, 중반은 포기와 우울, 마지막은 개썅마이웨이를 걷는다는 마음으로 체념을 했다.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인스타를 보는데 내가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분이 스토리로 공유한 어떤 포스트에 코멘트.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여기 간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 포스트를 타고 들어가보니, '영주로-그아웃'이라는 캠핑모임에 대한 내용이었다. 2박3일, 경상남도 영주란 도시에서 백패킹에 대해 알아보고 친목도 다지고, 소백산 트래킹까지 하는데 단돈 5만원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부풀어 신청했다. 참가금 5만원 입금도 내가 직접할 수도 없어서 동생한테 다급히 '야 ㅇㅇㅇ계좌로 5만원만 입금해 나중에 한국가면 줄게 ㅋ' 시전.. 그렇게 당첨이 되어 백패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영주란 도시는 가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솔직히 어딨는지도 잘 몰랐다. 그렇게 가게 됐는데 매너 룰 - 나이를 묻지 않는다, 알콜이 과해지면 들어가 잔다, 등등이 잘 세워져있고, 또 모임을 주최하시는 분도 친절하면서도 단호하시기도 해서 모두가 즐겁게 지낸 2박3일이 되었다.
이틀동안 술을 마시며 새벽 3-4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미친 체력을 빛내긴 했지만 나도 내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인스타로 여태 팔로우하면서 어떻게 사는지 엿보기도 하고, 가끔은 스토리로 안부도 묻는다.
프로그램 중 소백산 트랙킹을 할 땐, 주최하신 분 외에 그 분의 지인이 따로 섭외되서 왔다. 근데 무려 스키 전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두둥. 너무 멋져.. 심지어 이 날 자켓도 본인이 출전한 삿포로 동계 올림픽 대표팀 외투를 입고 오셔서 다들 동경의 눈빛으로 반짝였다. 그 와중에 내가 스키라는 스포츠에 친근감?을 느껴서 같이 등산하면서 스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여태 해외에 살았고, 그래서 영/독어를 할 줄 안다 등등 TMI를 자연스레 풀게 됐다. 트래킹은 프로그램 2일차에 진행이 되어 이 분과도 1박2일을 함께 했다.
그러다 마지막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다들 짐을 싸서 하나둘 펜션을 떠나는데 이 분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1월에 대회가 열리는데 그 때 통역하실래요?
나는 그 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재밌겠다는 생각만으로 '네네! 할래요! 꼭 불러주세요!'라고 하며 번호를 교환하게 됐다.
내가 온 때는 9월인데 그 당시엔 1월까진 일하지말고 놀자~ 라고 생각했어도, 막상 백수로 지내며 일을 아예 하지 않고 지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12월까지도 연락이 없어서 나에 대해서 잊은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겼다. 그래도 부모님 집, 동생집을 오가며 공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큰 행운 덕에 큰 돈 = 월세가 매월 나간다는 압박감은 다행히 없었지만 그래도 점차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보면서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일을 해야겠다는 큰 동기부여도 없었다. 철이 들 수가 없는 나란 인간의 뇌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