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하면 듣는 별 소리.
너나 잘 하세요.
유튜브를 하고 있다. 친한 지인 몇몇을 제외하고는 조용히 시작했다가, 이제는 어쩌다보니 친척분에게 들켜 온 가족이 다 알게 되었다. 내 채널에서는 내가 재작년에 이혼을 하고 1년간 다시 버텨보다가 한국으로 오게 된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다. 한창 힘들 때는 영상은 어떻게 찍어두긴 했으나, 편집하고 올릴 생각은 나지 않더라. 그러다 햇수로 이미 2년이 지났는데도 옛날 얘기들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나를 유튜브로만 보시는 분들이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내가 아직 외국에 있는 줄 안다.
국제연애를 해도 별 소릴 다 들을텐데, 결혼에 심지어 이혼까지 했다고 영상을 올렸더니 이 영상이 내 채널의 수익화를 가능하게 해줬다. 이혼 영상 하나로 오르지 않을 것만 같던 구독자가 1000명이 넘은 것이다.
https://youtu.be/_DEUeriq9VU 영상링크를 따려고 들어가보니 뷰도 10만이 넘었다. 이게 뭐라고.
영상을 올린지 1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계속해서 댓글이 달린다. 좋은 댓글만 달린다면 참 좋을텐데, 나쁜 댓글이 더 많이 달리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영상을 올린 것이 이해 안된다는 건 100보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관종?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린 퍼스널브랜딩이란 것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누가하는 것인가? 관종끼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할 수 밖에 없다. 댓글을 달고 있는 나, 너, 우리 모두 그런 관종들이 궁금해서 매일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거북목이 되는 것을 감수해가면서 들여다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영상을 올린다고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영상을 왜 올리냐고 한다.
딱히 전남편 욕을 늘어놓은 것도 아닌데 '갓양남'이라고 칭하며 상대방 얘기를 들어봐야 된다고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를 언급하며 내가 나이가 들어서 까인거라고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한다.
한국은 너 같은거 바라지도 않으니 돌아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비자를 받은 순간부터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데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외도 어이없는 댓글들이 참 많다.
그 사람들에게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지만, 원래 좋든 나쁘든 댓글이란걸 잘 달지 않는 사람이라 그런지 굳이 자기 시간을 할애애가면서 남을 까내리는 이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처음엔 기분나빠서 지웠다. 그런데 안좋은 댓글이 몇개 달리니, 마음이 좋으신 분들이 대신 싸워주시기도 했다. 대신 싸워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해서 더 안좋은 댓글을 지우기도 했는데, 유튜브에서 처음으로 $100가 넘어 정산이란 걸 받아보고 통장에 꽂혀보니,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한남, 한녀라는 단어를 쓰는 그들도 참 한심스럽지만 갓양남..이란 단어를 처음 보고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갓양남. 즉, 갓 서양남. 서양남은 갓 (God)이니 한국남자/여자인 본인은 인간으로서의 계급이 낮다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 아닌가? 인종차별도 아닌 인종차별에는 개거품을 물어가면서 저런 단어를 써대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한 것인가. 인종차별을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저런 멘트는 신기할 따름이다.
이 사람들은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오물을 투척하지만, 순간 순간 기분은 나쁠지라도 이런 무게 없는 악플에 사실 큰 데미지는 없다. 그런데 그게 금융치료로 돌아오니, '어라, 댓글 지우지 말아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바뀌어버렸다. 심지어 그러면서 구독자도 계속 조금씩 상승한다. 그래봤자 아직 미니채널이긴 하지만.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진다.
나와 대면하면 똑같이 과연 나에게 얘기해줄 수 있을까? 유튜브에는 내 삶에 대한 얘기가 거의 올라가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 똑같은 태도로 날 까내릴 수 있을까? 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 누구든 처음 만나면 내 의견을 제외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려 한다. 그래서 누구든 진짜로 친해지기까진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리는 편이다. 근데 저 사람들은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저렇게 얘기하는 걸까?
다행히 난 상처받는 타입은 아니다. 일단.. 댓글을 주구장창 쓴다는 것은 참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이고, 맘에 안들면 안보면 될 영상을 다 봐가면서 댓글창을 여는 수고를 하는 자체가 눈치를 주지 않아도 남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함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바쁘고 내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면 남이 어떻게 살든 사실 큰 관심은 없을테니까...라는 정신승리를 하면서 나는 오늘도 나의 귀여운 채널에 몇 센트나 광고료가 쌓였는지 보면서 위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