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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이 Jan 28. 2024

딸기는 못 참지

모처럼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고 있는데, 길 건너 상가에 사람들이 북적댄다.


차들도 비상등을 켜 놓고 줄줄이 서 있는 것이 뭔가 엄청난 중력이 사람들을 땡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주부구단 뚱마의 촉이 그렇다.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불구경과 상가에 사람이 모이는 곳은 참으면 안 된다.


떡진 머리카락 모자에 구겨 넣고, 입던 실내복에 아들의 롱패딩만 걸치고, 본능적으로 장바구니를 챙겨 뛰쳐나간다.

왠지 시간을 타투는 중요한 일이 생길 것 같다.

흥분이 몰려온다.


어? 유명한 디저트가게가 망한 자리에 고작 과일 야채가게가 오픈했다고 이 난리다. 실망이다.

그런데 가게 밖에 좌판을 깔아 놓은 과일이 예사롭지 않다.

상태 좋은 과일들의 믿을 수 없는 가격이 종이상자에 무심하게 적혀있다.

뚱마 제대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겨울 어마무시한 과일 가격에 눈팅만 했던 눈이 드디어 제대로 작동한다.



고래 잡은 아들에게도 두 번은 못 사주고 있던 딸기가 몹시 착한 가격으로 뚱마를 유혹한다.


오늘 날 잡았다. 힘 껏 쓸어 담아주리라.

야채 따위는 쳐다도 보지 않고, 오직 과일만 공격할 것이다.

딸기 6팩, 망고 5개, 배 4개, 바나나 한 묶음, 체리 한 봉지, 한라봉 7개를 담는다.

장바구니가 뚱마의 남다른 팔뚝에도 이렇게 무거운데, 칠만 원이 안된다니 힘이 솟는다.

한 겨울 비싼 과일을 장바구니 넘치게 들고 있자니, 타 본 적은 없는 계 탄 기분이다.


딸기 한가득 씻어, 고래의 실밥을 뽑고 마지막 고통을 잘 이겨내고 있는 쌍둥이에게 줬더니, 맛나게 해 치워 버린다.



달달한 딸기냄새는 강쥐들도 아는 맛이라고 난리다.

어미는 뭐니 뭐니 해도 자식새끼들 입에 맛난 거 먹일 때 제일 뿌듯하다.


오구오구 내 새끼들 잘도 받아먹네.

딸기에 대한 집중이 대단하다.


오늘 울 강쥐들도 개 탔네~

당분간 과일 걱정없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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