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을 하면 탈이 난다.

by 길이

명절에 못 내려갔더니 엄마가 몹시 섭섭해하신다.


“ 엄마 갈게.”

“ 바쁜데 말라고 오노. 근데 시간이 되겠더나? 언제 올라고?"


그렇게 늙은 엄마의 묘한 답변에 제대로 답 하기 위해 둥이랑 고향으로 향했다.

각종 고기전에 한우구이에 갈비탕, 그리고 돼지 뼈찜까지 어마하게 차려진 밥상을 사내 녀석들과 똑같이 세끼 내내 받아먹으니, 몸이 터질 것 같다.


누워서 뒹굴대다가 큰 결심을 하고 부푼 몸뚱이를 위해 신년맞이 목욕탕으로 향했다.

난 아줌마이지만 대중탕을 극도로 싫어한다. 진짜 오만 년 만에 간 목욕탕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쓴다는 광천수 덕분인지 몇 년 묵은 때가 지우개 똥처럼 술술 나왔다.

월요일 낮 시골 목욕탕은 부실한 하체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질까 조신스레 펭귄처럼 뒤뚱대며 걷는 할머니들 투성이었다. 배는 불룩하고 궁뎅이는 흐물한 것이 나를 비롯해 대부분 몸통의 앞뒤가 바꿔져 있었다.

푸근한 동족들 사이에서 열심히 밀고 있자니, 때에게서 탈출하는 개운한 기분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두꺼운 팔을 등짝을 향해 팔 꺾기를 시도하며 기괴한 자세로 셀프 등을 밀고 있는 그때,

옆에서 허리가 굽고 유난히 풍만한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다급하게 때 자국 흘려 보내느라, 대답도 못하고 있는 나를 향해


“ 보소~ 내 좀 보소. 내가 와 이카노. 시방 빙글빙글

도니더. 나 좀 도와주이소. “


“네에?”


당황한 나는 등짝에 때도 남긴채, 주변에 소리 질러 카운터 직원과 때밀이 아줌마를 불러 심근경색이 있다는 할머니를 셋이서 들쳐 업고 탈의실에 눕혔다.

다행히 할머니 입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난 할머니 지시대로 목욕용품 챙겨 드리고 옷도 입혀 드렸다. 그 사이 119는 누군가가 부른 상태였고 나만 홀딱 벗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중탕을 극도로 싫어하는 뚱마의 누드는 목욕탕에 온 만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누구도 의심없이 난 할머니의 보호자인 딸이 되어 있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나는 제대로 헹구지도 않은 몸을 옷부터 입히고 119 아저씨를 여탕에서 만나는 생에 첫 경험을 해 보았다.

다행히 할머니는 그렇게 찾아댔던 할아버지와 함께 119를 타고 떠났다. 나는 그 모습을 차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검색해보니 90분이내로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데 할머니는 30분도 안 걸렸으니 무사하실 것이다.


앞으로 난,

괜히 송구영신, 신년이라고 묵을 때를 보내고 새 살을 맞이하려는 짓은 안 할 것이다. 안 하던 짓을 하면 탈이 나니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