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둥이의 시험기간이다. 이번 중간고사는 하루에 한 과목씩 사회, 역사, 수학 그리고 마지막 날은 과학이다.
첫날 사회는 껌이라며 학교를 갔던 지호가 죽상을 하고 하교를 했다. 기대 1도 안 하는 서지한은 학교에서 공짜로 주는 점심도 거르고 그냥 집으로 와서 채점도 안 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만지며 중국 무비자 관광은 아닌 것 같다며 시험 범위도 아닌 국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뚱마는 지호 눈치 보느라 야근하고 아침에 퇴근했는데도 불구하고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조심히 까칠이 지호에게 말을 건넸다.
“ 지호야, 먹고 싶은 반찬은 없어? 잘 먹어야지 시험도 술술 풀리지? 말해 엄마가 다 해줄게? 초코빵도 먹고 싶다고 했지? 사 올까? ”
“ 아니요 됐어요, 반찬은 그냥 김치제육으로만 해 주세요. 초코빵은 지금은 안 먹고 싶은데 엄마 먹고 싶으면 사다 놓으세요. 그리고 엄마, 나 그케 시험 못 본 것 아니거든요. ”
누가 뭐라고 했나, 지 혼자 죽상 했다가 괜찮다고 했다가 저놈의 지지배. 그리고 어제저녁에도 먹은 김치제육을 또 먹겠다니, 마트에 가서 세일하는 돼지를 쓸어 담아와야겠다.
“ 야, 서지한 넌 채점 안 해? 야, 가져와봐 넌 시험 치고 채점을 안 하냐? 당장 갖고 와. “
엄빠 지호의 호통에 지한이가 너덜해진 시험지를 건넸다.
“ 엄마, 지한이 점수 몇 점 예상해요? 난 언더 50점이요. ”
“ 난, 비트윈 40~50. ”
“ 아니, 왜 내 시험을 갖고 둘이서 막말해요! 혹시 알아요? 잘 봤을지. ”
대답할 가치도 없다.
지호는 빨간 색연필을 들고 채점을 시작했고, 뚱마는 똥 싼 강쥐들 똥꼬 닦느라 바빴다. 그런데 채점을 시작한 지호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잉오잉, 야 와 이라노? 와 자꾸 맞고 있노? 엄마 서지한 이상해요 50점은 넘을 것 같아요. ”
“ 지호야, 엄마 심장 약해. 놀래키지마. ”
시험지 뒷장을 넘기며 지호가 또 요상한 소리를 냈다.
“오잉오잉~~ 와 이라노? 오잉오잉~ 와 자꾸 맞노? ”
“ 뭐어? 그래서 몇 점인데? ”
강주 똥꼬 닦던 물티슈를 손에 든 채 뚱마는 벌떡 일어났다.
“ 엄마, 서지한 미쳤나 봐요. 사회 82점이에요. “
있을 수 없는 성적에 서지한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 엄마, 저 알죠? 전 여기까지! 사회가 끝이라는 거 알죠? 걱정 마요. 내일부터는 엄마의 심장 어택 할 일은 없을 거예요. ”
서지한의 사회 점수가 자신의 점수를 훌쩍 넘겼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지호는 그날 생에 처음으로 날밤 까며 역사를 달달 외우고 새벽 6시 반에 곧장 학교로 갔다.
다음 날
“ 지호야, 몇 점야? ”
현관을 들어오는 지호의 표정을 보니 물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호는 활짝 웃으며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였다.
“ 무슨 뜻이야? 4등급? ”
“ 아뇨~~ 네 개만 틀렸다고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제에서 헷갈리게 문제를 내서 아는데 틀렸어요. “
두 눈은 어제 야근하고 퇴근한 뚱마처럼 뻘겋게 해 가지고는 실실 웃는 게 술 취한 아저씨 같다. 점수고 뭐고 쓰러질까 걱정이다.
“ 아이고 우리 새끼 고생했네. 어여 한숨 자고 공부해. 저녁은 뭐 먹고 싶어? 말만 해 엄마가 다 해줄게. ”
“ 기승전 김치제육이죠. 엄마 저 시험 치는데 아는 문제가 많아서 신나게 답지를 적고 있는데 뒤에서 툭 치는 거예요. 놀라서 돌아보니까 십오 분밖에 안 지났는데 친구가 엎어져 팔 베고 잔다고 팔이 제 등을 툭 친 거예요. 쳐다보는데도 깨지도 않고 잘도 자더라고요. 그리고 엄마 이거 봐요 학교 남자애들 단톡방이 있는데, 겁나 웃겨요. ㅋㅋㅋ 넘 웃기죠? 봐요 벌써 피시방 갔어요. 여기 사진 봐봐요. “
와~C 8개 맞았다. 8개 미만 손!
나도 8개
드디어 시험 끝났다.
피시방 손!
콜~
역사시험을 잘 본 까칠이는 신이나서 톡방을 보여줬다.
피시방에서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보낸 친구 두 녀석 얼굴이 행복해 보이긴 했다.
“ 지호야, 니 또래 맞아? 좀 거시기하세 생겼네. 근데 시험 아직 두 과목이나 남았는데 왜 끝났다고 피시방 가는 거야? ”
그때까지 조용히 지 방에 찌그러져 역사점수를 안 알려주고 핸드폰 게임하고 있던 지한이가 크게 대답을 대신해 줬다.
“ 엄마, 우리 과는 사회, 역사 쳤으면 다~ 친거예요. 우리는 과학, 수학 이딴 거는 취급을 안 하죠. 문과생들의 자존심인 거죠. ”
“ … ”
지한이는 내일 수학이라 마음이 편한가보다. 빨리 김치제육을 해달라고 보챘다.
깔끔하게 수학을 포기하니, 배도 빨리 고픈가 보다.
고딩 학부모들이여~ 우리 뭐가 나은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