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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이브 Jan 21. 2017

이다

기독교, 그 안에서도 천주교 수녀에 대한 폴란드, 덴마크 영화가 있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마이크를 잡은 <이다>(2013년). <이다>는 19세기 전후 사회주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삼아 쓸쓸한 질감의 흑백 필름에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예비 수녀 이다(아가타 트로제부초우스카 분)는 정식 수녀가 되는 서원을 앞두고 성당 바깥 도시로 나선다. 도시에서 이모 완다(아가타 쿠레샤 분)를 만나 자신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만나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의복과 소지품은 주인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도 말한다. 아니면 말하고 싶지만 은밀하게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다가 성당을 나서며 입은 수녀복은 절도 있는 행동을 돋보이게 한다. 수녀복의 천은 두껍고 빈틈이 없다. 맨살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가 한쪽 손에 든 네모진 여행용 가방은 작고, 거기에 커다란 성경이 대부분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다가 도시에서 만나 동행하는 이모 완다는 그녀와는 다르다. 완다의 직업은 판사다. 법복을 벗은 사생활에서의 완다는 섹슈얼한 미를 강조하는 목이 깊이 파이고 몸의 굴곡이 드러난 매끄러운 옷을 입는다. 또한 담배와 술이 액세서리처럼 붙어있다.


2015년 2월 18일 개봉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82분


이다와 완다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폴란드 사회에서 소수인종인 유대인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다는 자기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도시로 나와 완다를 만나면서 알았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앞에 버려진 이다는 수녀로 자랐던 것이다. 수녀로서 이다는 폴란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친절과 존경이 함께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다와 동행하는 완다에게는 냉랭하다. 이들이 오래전에 소리 없이 사라진 유대인 부부를 찾는 이유가 더해지자 더 심화된다. 당시 폴란드 사회주의 사회는 반유대주의가 유행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은 완다가 담배와 술, 즉흥적인 성관계와 같은 감각적인 쾌락으로 빠져드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대인으로 살아온 그녀는, 어쩌면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사회에서 감추고 살아가기 위해 완다는 판사로서 유대인이 사회주의 폴란드를 거부하거나 또는 유대인이 죄를 지으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암시속에서 약물의 필요성은 사라진 유대인 부부인 이다의 부모이자 완다의 동생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심화된다. “완다 그루즈 동지는··· 인민 정의를 결연희 실현해 왔습니다. 편히 쉬시오. 동지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유대인 부부를 살해한 이의 부인은 아기에게 축복을 빌어 달라고 한다. 살인자와 가족은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살인자는 자신이 죽인 유대인 부부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유골로서 죽음이 허상이 아닌 진실로 밝혀진다. 사건의 내막이 세밀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유대인 살인이 은폐와 묵인으로 용인되던 사회다. “집 소유권을 주고 우리를 내버려 둔다면 묻힌 곳을 알려주죠······ 수녀님을 믿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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