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거다
그녀가 맞은편에 앉아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맑은 눈빛으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넘어간다. 쓸쓸한 가을 공기 탓일까, 그녀와 내가 앞으로 함께 해왔던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훨씬 더 짧을 것이라는 필연적 운명이 가슴을 먹먹하게 두드린다.
그녀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미안하다는 말은 사랑의 또다른 언어임을 알기에 듣기만 해도 가슴이 뻐근하고 아프다. 왜 그녀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할까. 주고, 주고, 다 주어도 모자랄 사랑이기에 그 모자람만 눈에 띄어 미안함이 되버린걸까. 철 없던 시절에는 흘려 듣던 그 말이, 이제는 너무 묵직하고 서글퍼서 못 들은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도 꼭 그 무게만큼 아프고 아파서 한참을 웅크려 울고 말았다.
노랗게 색이 변해 떨어져 가는 나뭇잎 사이로 시간과 계절이 흘러가고 멈춰지지 않는 그 흐름 속에서 무언가 남겨보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방향도 없이 이리 저리 날리던 낙엽이 겨우내 썩어 거름이 되고 그렇게 다시 봄날 새싹을 틔우면, 다 사라질까봐 두 눈을 꼭 감고 버티고 견뎠던 그 겨울의 시간이 마치 아주 옛날일 처럼 희미해져 버린다. 결국 낙엽은 사라졌지만, 낙엽이 남기고 간 사랑의 흔적이 또 다시 봄을 선물해주고 마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이 쓸쓸한 계절은 자꾸 나와 그녀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