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레오벤
오스트리아 여행 이틀 차가 됐다. 사실 오스트리아로 방학맞이 여행을 떠난 이유는 요셉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라츠에서 안셀모 신부님을 만나 신학교에서 잤다면, 레오벤에서는 요셉 신부님 사제관에서 자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오스트리아 도시에 가는 것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신학교나 사제관에서 그것도 고향 출신 신부님들을 만나는 것이 이번 여행의 관전 포인트였다.
레오벤(Leoben)은 그라츠에서 기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온천 도시다. 오스트리아 자체가 인구도 적고 알프스 끝자락에 있어 자연경관이 아름답지만 이곳은 유독 오스트리아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레오벤 역에 도착하니 요셉 신부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무척 반가웠다. 모처럼 만나는 한국 사람이어서, 모처럼 하는 여행에서 만나서, 모처럼 만나는 고향 사람이어서다. 차로 가니 동료 신부님을 한 분 만났다. 사뭇 내가 독일어를 하는 것이 신기했나 보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사제관으로 향했다. 그 신부님은 건너집에 사시는 룸메이트였다.
우리는 이 강이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탑 꼭대기에 있는 펍에 들러 한참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니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람들이 무척 많이 왔다.
레오벤은 무척 작은 도시지만 중심가에는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유럽의 느낌이 그렇다.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다 보니 작은 도시도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에 나와있었다. 근처 전통음식을 먹고 구경을 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도 그들만의 낭만이 있다.
구유가 있었다. 레오벤의 느낌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어디를 가든 깨끗했다.
요셉 신부님은 그라츠 교구에 파견되어 사목을 하셨다. 성당의 수에 비해 신부들의 수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에 미사를 참례하는 신도들의 수도 많지 않다. 신부님께서는 소싯적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을 하셨다. 독일어로 미사를 집전하시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멋진 성당, 멋진 풍경, 멋진 미사.
짧은 일정이었다. 하룻밤을 사제관에서 지내고 나왔더니 신부님께서 생각지도 않은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셨다. 오스트리아는 알프스의 끝자락에 위치했다. 자연경관이 아이슬란드만큼 대단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 때 철광석 붐이 일어 근로자들이 이룬 동네였다가 지금은 자동화가 되면서 휑해진 도시란다. 산세가 험한데 그 사이사이 위 태위태 해 보이는 도로들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건설된 도로들은 실은 최대한 자연을 파괴하지 않도록 설계됐단다. 내심 불안했지만 잘 다녀왔다.
퍼즐에나 나올 법한 호수를 다녀왔다. 아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차를 끌고 와 산책을 한단다. 대단하다.
퍼즐에서나 볼법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왜인지 어딘가에서 곰이 한 마리 불쑥 튀어나와 연어를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신부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걸었다. 신앙에 대해서, 내 진로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유학에 대해서. 그러고 보면 신부님과 여러 공통점이 있었다.
소탈하신 요셉 신부님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다. 아침에 따뜻한 라면을 한 그릇 함께 먹은 기억이 난다. 함께이기에 더욱 맛있었던 라면. 밤새 치즈와 와인을 먹으며 나의 진로에 대해 세심한 대화를 나눈 것도 기억이 난다. 졸업 전 한 번 더 찾아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