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의 불편함 A to Z

by 자상남

거창하게 제목을 지었지만 사실은 소소하게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낀 유학생활의 불편함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학문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다분히 생활적인 면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1. 거주지
어디든 학생이 타지에서 들어와 집 구하는데 불편함이 없을까 싶지만, 유독 독일의 시스템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도시임에도 독일의 대학은 한국에 비해 도시에서 차지하는 그 비중이 매우 높다.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기숙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도 입학 6개월 전에 미리 기숙사를 신청하였으나 광탈하고 다시 지원하였다. (2019년 1월 현재, 나는 다른 집을 구했지만 기숙사는 여전히 배정받지 못했다)

기숙사는 편리하고 저렴하다. 행정적으로도 그리 속 썩일 일이 별로 없다. 기숙사를 나오면, 계약은 물론이요, 각종 TV 수신료에 조건별로 때로는 비싼 공과금을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에 비하면 전기료가 무지 비싸기 때문에 일반 가정집에 들어간 학생들은 추운 겨울에도 요금폭탄을 염려하여 마음껏 히터를 켜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임시로 머무르고 있는 곳은 기숙사는 아니나 어학원에 속한 건물로써 비싼 임대료를 내는 대신 공과금을 전혀 내지 않는 조건이다. 방값이 거의 기숙사의 두 배에 달하지만, 다음 학기에 꼭 기숙사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에 다른 집을 찾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다 보니 한 학기를 보냈다. 이제 곧 이사를 나간다.

2. 흡연
나는 비흡연자로서 담배연기를 마시면 극한의 가래를 경험하며 무언가 끈적끈적한 불쾌함을 느끼는 편이다. 한국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비흡연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거리 금연, 공공장소 금연 등이 실천되고 있다. 흡연자들은 볼멘소리를 하지만 여론이 비흡연자들의 편이다. 반면 독일은 흡연자들의 천국과 같다. 중국산 오염 먼지를 피해 독일에 왔지만 흡연을 피하지 못해 짜증과 불쾌감을 자주 느꼈다.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무슨 흡연자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뮌헨보다도 훨씬 심하고, 공공장소는 물론이요, 심지어 버스정류장 칸막이 안에서도 버젓이 핀다. 독일 전역을 여행을 다녀보니 내가 있는 이곳이 유독 심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의식을 하게 되니 더 많은 담배연기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거리 곳곳에서, 공공장소 출입구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은 담배를 마구 피운다. 주마다 법규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체감상 타도시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아무렇게나 피고 있다. 하루는 유모차를 끄는 한 무리의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버스 정류장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도 연기가 해로운 것인 줄은 아는지 유모차의 자기 아이들에게는 연기가 가지 않도록 애써 고개를 돌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물론 그 연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데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3. 낮은 시민의식
내가 있는 이곳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지저분한 곳이다. 오죽했으면 이곳에 들른 사람들은 처음에 한 번 울게 되는데 그 이유가 도시가 별 볼 일 없어서란다. 내가 지내고 있는 곳을 싫다고 비난해봐야 좋을 것 하나 없지만 사실인걸 어쩌랴. 적어도 뮌헨에서는 조금 지저분한 곳도 있지만 깨끗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줄기차게 더러운 것 같다. 담배꽁초가 일단 바닥에 널려있다.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담배꽁초를 버린다. 환경미화원들이 우리나라처럼 자주 순찰하지 않기 때문에 그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인다. 버스정류장이고 길거리고 노란 담배꽁초가 낙엽처럼 쌓여있다. 대학 도서관 앞에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쓰레기통과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이는 그저 시민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인종에 상관없이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버린다.
내가 있는 숙소에서도 작은 해프닝이 많았다. 연기 감지센서가 작동해 소방관들이 자주 출동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센서가 잘 못 작동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흡연자들이 나가서 피우는 것 마저 귀찮아 규정을 어기고 방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센서가 작동한 것이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많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든다. 이 또한 낮은 시민의식의 단면이다.
항상 트램을 타며 학교에 다니다 보면 시끄러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타는 트램의 특성상 누군가 조금만 크게 이야기해도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크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 놀랬다. 평균적으로 뮌헨의 지하철보다도 훨씬 더 시끄러웠다. 놀라운 비교가 아닐 수 없다. 독일어는 물론이요, 웬 동유럽 언어에 아랍어까지 각양각색이다.
영화관에서도 그들의 진가는 발휘된다. 정말 아쉬운 휴식시간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한국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영화 중간중간의 큰 말소리에 과자봉지를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대놓고 방해하고 있었다.
경험상 교양이 부족하고 시민의식이 낮은 사람들을 많이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내가 여태껏 독일에서 지내며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보면 놀라울 정도다. 숙소 내에 다른 이웃들의 소음은 덤이다. 새벽까지 고함을 지르고 공공장소에서 파티를 하는 바람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고, 숙소 내에서 두 번이나 이사를 했다. 한 번은 가까운 이웃이 몰래 피운 담배연기가 너무 심하게 들어와 창문을 열지 못해서, 한 번은 바로 옆 휴게실에서의 꼭두새벽 소음과 말소리 때문이었다.

드디어 이사를 하게 됨으로써 탈 많은 이 숙소를 떠나게 되었다.


4. 난폭운전
이곳의 사람들은 쓸데없이 난폭운전을 많이 한다. 경적을 심하게 울리는 습관 하며 좁은 시내 도로임에도 차간 거리를 바짝 줄이며 과속하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눈에 많이 띈다. 어지간해서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몇 만 키로 이상을 운전했기에 놀라지 않을 법 한데,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았다. 특히 알 수 없는 중동 삘의 음악을 크게 켜 두고, 창문을 내리며 과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지금은 들어가지 않지만, 종종 눈팅했던 한국인 독일 커뮤니티에는 독일이라고 해서 천국처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색안경을 낀 사람들은 자신들이 불합리한 상황을 당해도 자기가 잘 못한 줄 알고 넘어간다. 그러면서 하소연은 따로 하고 있다. 대단히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커뮤니티에 가면 정말 기상천외한 스토리들이 올라온다. 어쩌겠나, 불편해도 자기가 필요해서 선택한 길인 것을. 그러니 인내할 수밖에 없겠지.

5. 공사 (Construction)
마지막으로 무슨 놈의 공사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연말도 아닌데 어딜 가나 도로를 뜯고 있고, 길바닥의 벽돌을 갈고 있으며, 공사판을 벌려두었다. 비단 소음과 불편함뿐만 아니라, 어떻게 된 게 공사판은 크게 벌려 놓고 도무지 일을 하지 않는다. 투입되는 사람이 적고 일의 속도가 매우 더디다. 숙소 바로 옆도 공사장이다. 알고 보니 1년 전부터 공사를 하고 있단다. 한국이 그런 면에선 참 우수하고 편리하다. 대부분 건축주들이 공사를 공개 외주로 넘기면서 값싼 외주를 선호하느라 동유럽 출신의 인건비가 저렴한 노동자들이 주로 투입되고 공사기간도 대폭 늘어난단다. 내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5개월이 넘었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으면서 매번 돌 깎는 소음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이었으면 하루 이틀이면 다 깔 벽돌들도 몇 달이 지나도 그대로다.
아무튼 쓰다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든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다만, 나는 공부라는 목표를 위해 잠시 머무는 것이기에 불편함을 최대한 지혜롭게 피하고자 할 뿐이다. 누군가 독일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어느 도시로 가느냐에 따라 오히려 불편한 점도 많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