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의 유익함 A to Z

by 자상남

지난번 글에서 너무 크리티컬 하게 부정적인 내용을 적은 것 같아, 예의상 이번에는 독일 유학의 유익함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해볼까 한다. 사실 부정적인 것만 있다면 애초에 내가 유학을 올 일도 없었겠지. 나는 그저 내 유학생활의 일기와 같이 생각들을 단순하게 정리해두고 싶어 글을 남긴다. 다만, 내 생각이 누군가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하다.




1. 언어 공부의 장점
나는 학위과정의 모든 수업들을 영어로 듣는다. 독일에 영어 과정의 학교들이 꽤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유명한 대학, 학술적으로 권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에서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독일 유학에 있어 독일어는 거의 필수다. 나의 경우 다른 독일 대학에도 합격을 한 뒤 이곳을 선택했다. 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독일어 성적 C1레벨을 확보하고 있다. 정치학의 특성상 언어의 파워에 있어 영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영어 과정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영어보다 부족한 독일어를 피했다 생각해 수업이 수월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통계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니 페널티에 의해 결국 내가 겪는 고뇌와 어려움은 공평하게 동일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영어와 독일어의 숙련도가 높아질 것이다. 만일 미국과 영국처럼 순수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를 했다면 제2외국어에 대한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자신의 진로에 따라 외국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독일이라는 선택은 그 가능성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생활은 독일어로 공부는 영어로 하게 되니 일석이조다. 물론, 내 독일어를 영어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독일어 실력(보통 C1)을 보유한다면 생활 독어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바쁜 학위과정 때문에 그 이상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기에 큰 실력 향상 또한 어렵다. 그러니 어딜 가나 언어 공부를 위해서는 스스로 언어를 활용하는 상황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나는 바쁜 학사일정 탓에 독일어를 공부를 따로 못하고 간신히 유지만 하는 판국이다.

2. 저렴한 유학 비용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독일의 학비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도 무척 저렴하다.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아직 행정 비용 200유로 미만을 내면 등록이 가능하며 일부 주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부과하지만 우리 돈 2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한국 사립대학 대학원 기준 입학금 + 등록금이 약 600만 원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훨씬 더 저렴하다. 기숙사를 이용하면 주거 비용도 대단히 저렴하기 때문에 유학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그리 비싸지 않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방을 잡고 살며 학비를 내는 것이 오히려 더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비용이라는 매력에 빠져 독일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주의할 것은 이는 상대적인 계산이기 때문에 '유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자신이 자취에 자신 있다면 비용을 조금 더 아낄 수 있다. 이곳의 식당 물가와는 달리 식료품의 가격은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말 터무니없이 많이 샀는데도 '어? 얼마 안 나왔네?'라고 느낄 때가 많다. 아시아 마켓에서 사는 한국 식품이 아니라면 꽤나 저렴하고 어지간한 간단한 한식 요리들은 집에서 다 해 먹을 수 있다. 학생이라면 학생식당 Mensa에서 한 끼에 3-4유로 정도로 먹을 수 있다. 물론, 나는 학생식당의 천편일률적인 맛이 가끔 질려 훨씬 비싼 한국 음식을 사 먹을 때도 있다. 기분 내는 법 중 하나다.

3. 다양한 장학혜택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한 장학 재단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전 세계에 정당 재단을 파견하거나 고등교육진흥원(DAAD)을 파견해 유학생들을 열심히 유치하고 있다. 보통 장학금은 기본 체재비와 보험료 및 약간의 학비를 보전해준다. 장학 재단의 가짓수가 한국 유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이나 한국재단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장학 재단에 지원을 해서 혜택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독일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미국 국무부 장학금 풀브라이트와 한국의 국가장학재단 및 한두 개의 사립 장학재단과 비슷하지만, 한 국가에 여러 개의 장학 재단이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 후반 청년이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는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었고,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를 준비하며 부지런히 발품 팔아 정보를 얻었고, 재단에 지원했다. 장학생이 되면 넘치지는 않지만 적당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지원을 받게 된다. 독일 재단들의 장학금은 거의 비슷하다. 독일 정부에서 자금이 지원이 되기 때문에 기준이 정해져 있다.
유학에 있어 비용이라는 것은 직접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로도 큰 영향을 끼치기에 장학 재단은 사막의 오아시스이자 내게는 유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직접적인 동기 중 하나다. 많은 학생들이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교 내의 근로장학생 개념으로 시간을 들여 일을 한다.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써야 하는 단점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장학재단이다.


4. 영어의 익숙함
흔히들 독일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영어가 친숙하다고 한다. 실제 독일 사람들은 기본적인 회화 이상은 쉽게 하는 것 같다. 다만 모두가 영어를 잘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관공서나 우체국에서도 영어를 못하거나 쓰지 않는 경우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뮌헨에서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국으로 기념엽서를 보내지 못했던 웃픈 경험이 떠오른다. 우체국의 직원이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핸드폰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 조합으로 의사소통을 했었다.
한 편 영화관에는 자막 없이 영어 영화들이 그대로 상영되는 시간대가 있다. 독일은 문맹률이 의외로 높아 영화관의 영화들이 더빙 처리되어 방영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자막을 이용해 영화 본래의 느낌을 느끼면서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오리지널 영화상영도 가능한 듯하다.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곳에 가면 쉽게 영어가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많은 교환학생들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관광도 스페인이나 프랑스보다 좀 더 수월하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독일에 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정도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의사소통이 수월하게 되는 정도이니 말이다.

5.

그 외에도 성탄절과 부활절 등에 방학이 1-2주일이 있다는 것이며, 연말 연초에는 상점들이 떨이 행사를 열어 물건들을 큰 할인금액으로 판매한다는 점, 밤이 되면 사람들이 돌아다니질 않아 사색하기 좋다는 점 등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장점이 될 것 같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문화충격에 준하는 지평을 넓히기에는 좋은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원하면 유럽 어디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기에 여행도 하나의 장점이 된다.
아, 물론 바쁜 석사과정 학생에겐 언감생심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