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예약 실수로 가게 된 영국

축구보러 영국갔다 #01

by 김제르
축구를 좋아합니다. 특히 리버풀을요. 스티브 맥마나만 선수 때문에 리버풀을 알고 좋아하게 됐으니 족히 20년은 넘었네요. 박지성이 맨유에 갔어도, 손흥민이 토트넘에 갔어도, 리버풀과 붙는 맨유나 토트넘은 그저 적일 뿐이죠. 하지만 축구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팬심은 어쩔 수 없지만 축구는 최고의 흥분과 감동을 주니까요.


꿈에도 그리던 안필드


#01 예약 실수로 가게 된 영국


2018년 역시 회사를 다니지 않은 상태로 맞은 나는 하루하루 나름 바쁘게 살고 있었다. 9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오전 내내 책을 읽었고, 점심을 먹은 후엔 TV를 보거나 영화를 봤다. 약간의 운동 뒤 저녁을 먹었고, 밤에는 주로 글쓰기 등 개인 작업을 했다. 돈벌이는 별로 안 됐지만 정신적으로 풍족한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나름은 지루하기도 했다. 규칙적인 생활 덕에 일주일에 책 2권, 영화 3~4편 정도는 클리어했지만 뭔가 이벤트가 없으니 공허했다. 그러던 와중에 "시간 있을 때 영국 가서 축구나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 언제 또 직관 같은 걸 생각이나 할 수 있겠나? 돈이 더 떨어지기 전에 사고 한 번 치자.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리버풀 엠블럼


일정을 확인해보니 리버풀은 1월 31일 허더즈필드 원정 경기를 치르고 2월 5일 홈에서 토트넘을 상대한다. 오호, 홈에서 토트넘이라니! 일단 홈경기를 기준으로 최소 2경기는 봐야겠다 싶었다. 근데 5일 이후엔 12일 사우샘프턴 원정이라 기간이 길었다. 게다가 곧 설이 아닌가. 1/31 경기와 2/5 경기를 볼 수 있게 계획해야 했다.


하지만 계획을 너무 즉흥적으로 잡다 보니 당장 1월 31일 허더즈필드 원정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일정이 너무 무리한가 싶었지만, 알아보기나 하자 싶었다. 일단 비행기 티켓은 있다. 그것도 80만 원 정도의 제법 저렴한 금액으로. 숙소도 괜찮을 거다. 극성수기도 아니니 어디든 몸 뉘일 곳 없겠나. 문제는 경기 티켓이다. 경기를 보는 게 목적인데 티켓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스텁허브 사이트


시간이 없으니 약간의 위험 부담과 가격 부담을 안고 스텁허브를 통해 구매를 진행했다. 비쌌다. 허더즈필드 원정 경기와 토트넘과의 홈경기, 2장을 구매하는데 거의 50만 원에 육박했다. 그래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자. 늦게 준비한 내 탓이지 뭐.


스텁허브는 시즌권자를 연결해주거나 티켓 구매 대행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판매자들이 비싼 가격을 부르는데 여기에 중개수수료까지 더해지니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문제는 숙소로 티켓을 주고 반납을 받는 방식이라는 점. 일단 숙소를 정해야 했다. 물론 경기 티켓을 구하기 전에 무조건 숙소를 정할 필요는 없지만, 먼저 정해서 주소를 박아두는 게 편하다.


나를 영국으로 이끈 이지호텔 맨체스터


허더즈필드에서 2박 3일, 맨체스터에서 2박 3일, 런던에서 1일, 리버풀에서 3박 4일 일정을 하다 보니 좀 복잡했다. 일단 예약 가능 여부만 알아보자 했는데, 어랏? 맨체스터 숙소가 예약 취소가 안 되네? 천천히 다시 읽어보니 '취소 불가'가 떡하니 보인다. 취소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결제한 30만 원을 날릴 상황이었다. 메일을 남겼지만 돌아오는 답은 뻔했다. 경기도 없는 맨체스터에서 발목이 잡히다니. 30만 원이 아까워 다른 것들을 다 결제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번 영국 여행은 맨체스터 숙소 30만 원을 날리기 싫어 가게 된 셈이다.


안필드에서 보게 될 빅 경기!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경기 티켓을 결제하고, 숙소를 결제했다. 취소 불가 숙소 때문에 여행 준비가 일사천리로 끝났다. 진짜 가는구나. 드디어 내가 리버풀 경기를 직관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방심은 금물! 스터허브에서 티켓은 구매했지만 표를 받기까진 변수가 많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일방적으로 취소가 돼 환불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배달 사고가 생기거나 혹은 사기를 당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자리 역시 복불복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운이다. 결제는 끝났고 일정은 나왔다. 다른 걱정은 접어두고 트렁크에 짐이나 싸자.


누군가는 "그거 되게 힙한 일이네? 꼴랑 숙소 때문에 여행을 가는 거잖아?"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직관을 가려고 알아보다가 실수로 결제한 2박 3일짜리 숙소 때문에 영국에 가게 된 거니까. 근데 30만 원 아끼려다가 도대체 얼마를 쓴 거야? 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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