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르 Aug 02. 2018

<맘마미아!2> 더 흥겹게, 더 즐겁게, 더 유쾌하게

브런치 무비패스 #15


<맘마미아! 2> 더 흥겹게, 더 즐겁게, 더 유쾌하게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가 세상을 떠난 지 1주년.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의 모든 것을 담아 호텔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도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초대장도 보낸다. 그러던 와중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되는 소피. 3명의 아빠 샘, 해리, 빌과 어떻게 만나 사랑을 나눴는지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 재개장 파티는 열리고 뜻밖의 손님인 할머니(셰어)까지 찾아온다. 그리고 모두들 도나를 그리워하며 한바탕 신나는 밤을 보낸다.


딱 1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흥겨운 분위기는 그대로다. 처음에는 걱정도 됐다. ‘1편에서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해버렸으니, 2편에선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었다. “그래 이야기는 다 알고 있잖아? 그러니 그냥 신나게 놀아 보자고!” 그리고 그 전략은 딱 맞아떨어졌다. 서사 구조의 약점을 얘기하기 이전에 이미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으니까.



우선 약점부터 짚어보자면, <맘마미아!2>는 이야기가 약하다. 약하다는 표현보다는 다 아는 이야기다. 이미 1편에서 다 했던 이야기를 굳이 2편에서 가져와 쓸 이유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 엄마의 과거 이야기는 3명의 아빠가 등장하면서 다 알려진 이야기니 이걸 굳이 영상으로 보여준다고 뭐가 크게 다를까 싶었다. 역시 그랬다. 서사 구조 자체를 파괴하고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준다. 짧게 짧게 끊어가는 이야기에는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이 결여돼 있었지만 관객이 이야기나 캐릭터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과감한 선택이 오히려 득이 됐다.



이야기의 서사구조가 약한 대신 볼거리가 있다. 영화에서 현재와 과거, 혹은 과거와 과거의 화면 전환에는 약간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 비슷한 장면을 오버랩시킨다거나 연관된 소품을 통해 시간을 넘겼다. 처음에는 잔재주처럼 보였지만 의미 있는 소품과 장소들의 등장에선 나름 흥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젊은 도나를 연기한 릴리 제임스의 역할도 컸다. 순간순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에 메릴 스트립을 떠올리며 볼 것이 뻔한 부담감을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으로 이겨냈다. <베이비 드라이버>부터 인상적인 모습이었지만 <맘마미아!2>에선 확실히 존재감을 보여줬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1편에 나왔던 상징적인 음악들이 다른 상황, 다른 설정에도 나오면서 흥겨움을 더한다. 그래 여기서는 이 음악이 나와줘야지 하는 타이밍에서 여지없이 음악이 나와주고, 뮤지컬 영화다운 떼창이나 떼무용 장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모든 장면이 사랑스럽다. 영화적인 완성도와 이야기의 흐름이나 캐릭터의 복합성이나 사건 전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음악과 춤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니 따라갈 수밖에. 다만, 개인적인 넘버 원 ‘The Winner Takes It All’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가사가 어울릴 만한 장면이 없는 이유였지만.



그렇게 모두가 예상하는 전개로, 모두가 예상하는 사건으로, 모두가 예상하는 인물들로 영화가 가득 채워지지만 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맘마미아!2>는 이야기의 허술함을 캐릭터의 특징과 신나는 음악으로 채워넣음과 동시에 그 둘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 모자란 부분과 넘치는 부분이 모두 있어 영화를 보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온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탓에 할머니의 등장과 할머니의 로맨스를 드러낸 게 약간의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물론 셰어의 목소리는 여전히 좋았다. 여러 차례 성형을 한 외모 자체는 뭔가 좀 안쓰러워 보였지만.



<맘마미아!2>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내용을 안다고 영화가 시시하거나 재미없는 건 절대 아니다. 뮤지컬 역시 배우들을 바꾸며 지속적으로 공연하고 성공을 이어가고 있듯이 영화의 후속편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맘마미아!> 1편을 캐스팅만 바꿔도 충분히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잘 하는 배우들이라는 전제가 깔리지만 그 정도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이야기나 사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저 흥겨우면 되는 거다. 보는 내내 들썩거렸다면 <맘마미아!2>를 충분히 즐긴 거다.


개인적으로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한다. 2편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릴리 제임스의 이미지가 더 셌다. 비중 자체는 비슷했지만 가져오는 임팩트가 달랐다. 젊은 도나라는 아우라도 한몫했겠지만 배우 자체가 주는 건강함과 유쾌함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다.


(사진 제공 : Daum 영화)

작가의 이전글 <잉글랜드 이즈 마인>, 꿈으로 향하는 전기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