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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엠지MZ대리 Sep 24. 2023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리치디보스 긍정의 말 다섯번째


사회초년생 시절, 나는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평생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은퇴할 나이가 될 때까지, 아니 평생 죽을 때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회사 다니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던 순간이 아직도 생경하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내가 그런 확신을 가졌던 이유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직장 외에 다른 흥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고, 직장 속에서 인정받는 것에 도취되어 있기 때문일수도 있으며, 출근할 직장이 없다면 딱히 인생을 채울 방도가 없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이유들이 공존하며 점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고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5년내지10년 이내에 직장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온전한 자유기업가가 되길 희망하며 준비하고 있다.


왜 평생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유를 성찰해 보았을 때, 그 이유 중 하나가 '인정 욕구'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부끄럽게 했다. 나로서 오롯이 존재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서만 존재가 인정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인정욕구를 스스로의 콤플렉스로 받아들였었다.


희한한 첨은 인정욕구를 콤플렉스로 받아들인 이후부터 이를 더욱 갈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직장 내에서, 지인들로부터, 가족에게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그 말에 으스대면서도 깊은 심연에서는 결코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열심히 일했고, 공부했고, 헌신했다. 이렇게 애를 쓸수록 내 마음의 행복 샘이 말라갔기 때문에 나는 자주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나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가까운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이나 친구들은 나의 이러한 인정욕구와 교만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들이 그 부분을 굳이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감싸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 조차도 나의 '애쓰는' 모습을 본모습으로 보고, 교만의 모습을 '자신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그 순간 속으로 이렇게 소리질렀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나를 위시하고 있다고!'

지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표면적 성과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었고, 나는 내면의 행복을 빼앗기는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쟁취해갔다.

하지만 나의 사회적 타이틀이나 스펙보다, 나의 성품과 내면의 강인함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인정'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달라지고 싶다면 환경과 만나는 사람을 변화시키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바꾸고 나니 인정의 '근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나에게 더 이상 "이런 대기업을 다니다니 정말 대단해" "신의 직장을 나오다니 엘리트인가봐" "몇 개국어를 구사하다니 능력자네" "연봉이 OO라니 대단해"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애초에 칭찬의 재료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이 더욱 세밀하게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대신 이런 말을 쓴다. "리더님의 성품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젊은 나이에 어쩜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세요" "어쩜 이렇게 겸손하세요"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실지 무척 궁금합니다" 이러한 인정의 말은 표면적인 성과에 대한 인정의 말과 극명하게 달라진다. 내면의 행복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표면적 성과에 대한 칭찬으로 내면은 텅 비었을 때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었다. 내 안에 행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인정의 말들에 둘러쌓이게 되었을 때 나는 언젠가 나도 다른 사람들의 텅빈 마음에 행복을 듬뿍 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 주위에 있길 원하며,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먼저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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