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종료]《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호암미술관

전시 이야기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호암미술관, (~2026.1.4), (ft. 이우환, 실렌티움)


저는 어느 때보다 새해·새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겪은 부상의 기억을 강제 종료시키고, 새해·새 달력으로 상징되는 '온전한 새 시작'을 빨리 맞이하고 싶거든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는 하나,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게 많네요. 올핸 의외의 지출도 커서 걸어두면 돈 복이 온다는 은행 달력을 걸어볼까 했는데, 몰랐어요 은행 달력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걸.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 달력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촬영:네버레스홀리다

오늘 소개할 전시는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Louise Bourgeois: The Evanescent and the Eternal)》입니다. 진작 글을 썼어야 했는데, 전시 기간이 많이 남았다고 미루다 보니 곧 폐막이네요. 남은 기간이 짧아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럼에도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짧게 소개합니다.

촬영:네버레스홀리다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한국에서 25년 만에 선보이는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대규모 회고전입니다. 이번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아시아 순회 전시 일환으로,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아트갤러리,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대만 타이베이 푸본미술관을 거쳤고, 호암미술관에서 아시아 태평양 투어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있어요.

촬영:네버레스홀리다

순회전이지만 개최지마다 전시 내용과 구성이 달라요. 호암미술관 전시에선 70여 년에 이르는 작가의 작업 여정을 1940년대 초기 회화, 〈인물(Personages)〉 연작, 1990년대에 시작한 대형 〈밀실(Cells)〉 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 드로잉, 대형 설치작 등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의 작품을 통해 깊고 넓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있고요. 전시 구성도 출품작도 좋아 집중해서 보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가버리니 시간 조절을 잘하셔야 해요.

촬영:네버레스홀리다

전시 출품작은 본관 전관에서 대부분 볼 수 있지만, 본관 앞 정원, 카페 가는 산책길, 매표소 부근에 조각 설치 작품도 있어 잘 챙겨 보셔야 합니다. 전시 동선대로 1층부터 2층 순서로 보시면 기획자의 의도대로 관람할 수 있고요. 우리 눈에 익숙한 설치 작품도 많고, 전시실 설명도 적절한 데다, 반복되는 키워드와 작품 구성으로 사전 정보 없이 가셔도 충분히 잘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도착 후 본관 전시를 꼼꼼하게 다 본 후 야외 정원을 돌아보는 걸 추천드려요. 특히 셔틀로 왕복하신다면, 꼭 본관 건물 내 전시를 다 본 후에 야외 전시장을 둘러보시고요. 저는 반대로 봤는데, 보다 보니 셔틀 시간이 임박해 새로 오픈한 호암미술관 카페에 앉아보지도 못했네요.

촬영:네버레스홀리다

이외에 '희원'과 '옛돌 정원'에 설치된 이우환 작가의 신작 상설전도 꼭 보셔야 합니다. 올해 10월 말에 선보인 <실렌티움(Silentium, 묵시암)>은, 현재의 호암미술관 카페가 들어서기 전 팝업 형태의 카페가 있었던 위치에 조성됐어요. 본관 맞은편 정원 계단으로 조금 내려가면 바로 만납니다. 팝업 카페 안에서 유리를 통해 밖을 바라보는 경치가 참 좋았는데 상설전시실이 되면서 밖을 볼 수 없게 된 건 좀 아쉽더라고요. 그 유리창 방향엔 이우환 작가의 야외 설치 1점이 놓여있습니다.

촬영:네버레스홀리다

<실렌티움>엔 실외 1점, 실내 3점이 총 4점의 작품이 있어요. '조용한 눈길로 만나는 공간'이란 콘셉트로 조성된 상설전시장이라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명상과 사색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관람객이 많을 땐 대기하셔야 합니다. 저는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가서 상대적으로 한산하게 전시를 둘러보긴 했어요. 그간 미공개 지역이었던 미술관 호수 주변 '옛돌 정원'에도 이우환 작가의 조각 설치작품이 있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여기까진 가보지 못했네요.


관람료에도 변화가 있는데, 모든 전시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통합권이 성인 기준 유료 25,000원입니다. 요즘 전시 관람 비용이 점점 오르고 있는데, 한번 오른 비용이 낮아지는 경우는 드무니, 방문했을 때 최대한 꼼꼼하게 많이 보고 오세요.

호암미술관 카페 촬영:네버레스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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