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명작!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중국 드라마

예술 이야기

이건 명작!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중국 드라마(ep.1)


설날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다들 계획대로 움직이고 계신가요?

저는 뭘 할지 못 정했어요. 날씨가 너무 춥지 않으면 경복궁에서 나눠주는 세화나 받으러 가볼까, 국립민속박물관에 가서 명절 분위기에 빠져볼까, 예매해 둔 전시나 보러 갈까, 줏대 없는 생각만 많습니다. 사실 해야 하는 건 많이 있는데 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더 못 잡고 있죠. 요즘 생각도、상황도、꽉 막힌 상태라.


저처럼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만 많고 붕 뜬 상태로 갈피 잡기가 어렵다면, 이번엔 중국드라마와 밥친구하며 보내는 방법 추천합니다. 제가 인정한 '명작'드라마 적어드릴게요. 쓰다 보면 글이 넘칠 것 같아서 이번엔 2020년 이전 방영된 드라마 중 선별해서, 2020년부터 2026년 방영 드라마는 추석 연휴 전에 소개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드라마는 <황제의 딸(還珠格格)>입니다. 당시 대부분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과 저예산으로 촬영되었음에도 1998년 방영한 1부 24편, 1999년 방영한 2부 48편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조미, 임심여, 소유붕, 판빙빙 등 주연 출연자 모두 톱 배우 반열에 올렸죠. 2010년 이전 방영작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드라마로, 첫 방영 후 근 30년이 지났지만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는 우량 콘텐츠입니다.

<황제의 딸> 이미지 출처: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ps=1&ct=201326592&lm=-1&cl=2&nc=1&

시대 배경은 청淸 건륭제 24년으로, 황제가 젊은 시절 짧은 인연을 맺은 민가 여인에게서 난 딸 자미(紫薇, 임심여 분)가 장성 후 어머니의 유언으로 아버지를 찾아 북경으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에 소연자(小燕子·제비, 조미 분)로 불리는 인물이 그와 의자매를 맺으며 상황이 더 복잡하게 흘러가죠. 대만 작가 경요(瓊瑤, 1938-2024)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원작자가 드라마 대본에도 참여해 구성이 탄탄합니다.


<황제의 딸>은 작가가 중국 방문 당시 들었던 한 지명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작품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공주분(公主坟)'이 그 장소로, '청대 건륭제의 수양딸이 된 민간 여인이, 죽은 후 '格格(만주족 공주)'신분으로 이곳에 묻혀 '공주분公主坟'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죠. 드라마 첫 방영 후 시간이 좀 지나 연출이나 의상, 화질 등이 눈높이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있겠지만, 역사극이고 연기와 이야기의 재미는 줄지 않아서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의 상봉 과정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고난, 황자와의 사랑, 우정, 성장 등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희극적인 요소도 많은 데다 해피엔딩이라 명절 분위기에도 맞고요.


경요 원작 드라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안개비연가(情深深雨蒙蒙, Romance in the Rain)>(2001)입니다. 전체 46편으로 경요의 소설『烟雨蒙蒙(연우몽몽)』을 각색했어요.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한 세 커플의 사랑이야기로, <황제의 딸>의 주역 조미, 임심여, 소유붕 출연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이들과 함께 홍콩 가수 겸 배우 고거기가 메인 롤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청춘드라마처럼 초록 초록한 무드는 아닙니다. 영국·미국·일본의 공동 조계지와 프랑스 조계지로 나뉜 불안한 정치 상황 아래 국제적 상업·문화 중심지였던 1930년대 상해 지역의 특수성과, 계급 차이가 존재했던 사회 분위기, 화려한 상해의 밤무대,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의 복수, 사랑, 성공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거든요.

<안개비연가> 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fm=result&ie=utf-8&word=%E6%83%85

드라마 OST의 인기도 상당했어요. OST에는 생계를 위해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는 극 중 루이핑(조미 분)이 부른 삽입곡들과 그와 연인이 되는 신문사 기자 허수환(고거기 분)의 노래가 수록되었는데, 노래가 다 좋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어요. 아! 원작과 드라마의 결말은 다릅니다. 국내 번역본이 없어서 저는 원문으로 봤는데, 그 책이 제게 없다는 걸 지금 알았네요... 하... 하...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제 책 빌려가신 분 얼른 돌려주세요!!!!!


<황제의 딸>을 완주했다면 <연희공략(延禧攻略, Story of Yanxi Palace)>(2018)을 이어 봐도 좋습니다. 동일한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20년의 기술발전으로 촬영기법과 의상, 연출 등에서 격세지감이 들정도로 '때깔'이 좋습니다. 이야기 전개 면에서도 <황제의 딸>이 궈바로우 맛이라면 <연희공략>은 마라 훠궈 맛으로 대비가 확실하죠.

<연희공략>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ct=201326592&lm=-1&cl=2&nc=1&ie=utf

<연희공략>은 언니의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해 궁녀로 입궁한 위영락(오근원 분)이 우여곡절과 고난을 기지로 이겨내고 건륭황제의 총애를 얻어 황귀비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고궁으로 불리는 자금성 내 연희궁을 주 무대로, 청대 황궁의 화려한 황실 문화와 의상, 장식물 등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강단 있는 여주가 겪는 궁중 암투와 사랑 이야기도 한 몫하고요.


중국에선 주요 인터넷 플랫폼에서 작품 선 공개 후 지역 유선 방송으로 선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희공략>도 인터넷 플랫폼으로 선공개됐는데, 당시 방영 3개월 만에 200억 뷰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죠. 방영됐던 매체들의 역대 기록도 다 갈아치울 만큼 인기가 엄청났어요. 전체 70편으로 1편당 45분씩인데, 일단 보기 시작하면 졸려서 혹은 눈이 아파서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보게 됩니다. 방영 당시엔 이 드라마의 인기로 고궁(자금성)을 찾은 관람객도 많았어요. 드라마 주요 배경인 '연희궁'은 성지였고, 드라마 복식과 장신구를 한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죠. 우리나라처럼 중국도 전통 복식을 입고 고궁에서 사진 찍는 게 유행인데, 제 체감으로는 이 드라마 방영 이후부터 확실히 더 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소개할 드라마는 <보보경심(步步惊心, Scarlet Heart)>(2011)입니다. 류시시, 오기륭 주연의 <보보경심>은 우리나라에서 아이유, 이준기 주연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로 리메이크됐죠. 원작의 시대배경은 청대 강희제 재위기이고, 우리나라 리메이크의 배경은 고려인데, 제가 우리나라 리메이크작을 보지 않아 뭐라 덧붙이긴 어렵네요.

<보보경심> 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ct=201326592&lm=-1&cl=2&nc=1&ie=ut

작가 동화桐華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보보경심>은 평범한 이십 대 직장인 장효(류시시 분)가 교통사고로 청清 강희 연간으로 타임슬립 후 만주족 귀족 소녀 마얼타이 뤄시(马尔泰 若曦, 마이태 약희) 신분으로 청대 아홉 명의 황자가 벌이는 황위 다툼(九子夺嫡)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로맨스도 있고요. 현대에 배운 역사 지식을 기억한 채로 이전 시대로 타임슬립되다 보니 그는 이미 어떤 황자가 황위를 이을지 알았지만, 그의 애절한 로맨스 첫 상대는 최후 승기를 잡을 사황자(훗날 옹정제)가 아닌 팔황자였죠. 이야기는 돌고 돌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결말과 로맨스 상대를 향해 가지만요.


<보보경심>은 2011년 방영한 35편의 드라마가 호평 속에 대박 나며 2014년 후속작인 <보보경정步步惊情> 35편을 선보입니다. <보보경정>은 <보보경심>의 연인인 옹정(사황자, 오기륭 분)과 뤄시(약희, 류시시 분)가 장효가 살던 현대에서 다른 인연으로 만나 사랑을 나누는 도시 직장 로맨스극입니다. 여기서도 삼각관계죠. 개인적으로는 고전극의 재미가 더 압도적이긴 합니다. 제 기억으론 '과거 인연이 현재로 이어지는 타임슬립 이야기'의 첫 흥행 드라마로, 이후 비슷한 장르의 유행을 선도했어요. 현대 버전도 인기는 많았지만 그래도 과거 회귀물만큼은 아니었으니, 선택을 해야 한다면 <보보경심>을 권해드립니다.

<보보경정> 이미지 출처: https://baike.baidu.com/item/%E6%AD%A5%E6%AD%A5%E6%83%8A%E6%83%85/3162627?fromtitle=%


세 번째 드라마는 <랑야방(琅琊榜, Nirvana in Fire)>(2015)입니다. 작가 하이옌(海宴)이 쓴 인터넷 동명 소설의 폭발적인 인기로 책이 출간됐고, 책 역시 큰 사랑을 받아 드라마로 연결됩니다. 가상의 양(梁) 나라를 배경으로, 7만의 적염 군과 아버지를 잃은 장군 '임수'가 가까스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후 친구인 황자 '정왕'을 황제에 등극시키기 위해 강호(江湖) 지존 '매장소(梅长苏, 호가 역)'가 되어 펼치는 복수극이에요. 매장소는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라는 강호에 떠도는 확언의 주인공으로, 여러 세력이 그를 킹메이커로 등용하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를 황위에 세우고 전쟁터에서 장군 '임수'로 죽습니다.

<랑야방>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ct=201326592&lm=-1&cl=2&nc=1&ie=utf-

전체 54편 정치 사극으로, 매장소가 강호 종주인 만큼 무협도 한 움큼 들어가 있어요. '랑야방'은 극 중 천하에 모르는 일이 없다는 '랑야각'에서 발표하는 고수(高手) 명단으로, '랑야방' 서열 1위는 늘 '매장소'입니다. 하지만 그는 장군 '임수'로 전쟁터에서 얻은 치명적인 후유증과 복수를 위한 문자 그대로의 환골탈태를 통해 무예도 할 수 없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했죠. 드라마는 그가 어떻게 복수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원하는 목표에 이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일단 한번 시작하면 뒷얘기가 궁금해서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보게 됩니다. 워낙 잘 만든 작품이라 방영 당시 국내외 인기가 대단했고, 원작 인기도 상당했어요. 후속으로 <랑야방 풍기장림(琅琊榜之风起长林)> 50편도 2017년에 공개되었는데, 기 방송작의 이후이야기라 주인공이 모두 다릅니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정치무협사극 드라마가 나오고 평가도 좋은 편이지만, 이야기가 주는 쫄깃함은 아직 이 작품을 넘어서진 못하는 듯해요, 개인적으론.


이 작품 속엔 무공을 못하는 매장소의 어린 호위무사로 비류(飞流, 오뢰 분)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비류역을 맡은 오뢰(吴磊, 1999년 생)를 최신 드라마에서 볼 때마다 깜짝 놀라요. 그 귀엽던 비류가 훌쩍 커서 정말 멋진 성인 대세 주연 배우라니, 하면서요. 다른 주연배우들은 출연 당시 이미 성인이어서 실제 변화폭이 적지만 10대였던 오뢰의 변화는 정말 크게 다가오거든요. 중국드라마는 후작업과 사전 심의제를 거쳐야 해서 촬영시기와 방영시기 차이가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분명 드라마를 여러 편 찍어서 연기가 늘 법도 한데, 배우 연기가 발전되지 않아 찾아보면 공개 시기가 늦춰진 경우더라고요. (해도 해도 연기가 늘지 않는 배우도 있긴 해요.) 이 작품이 그런 경우는 아니지만, 배우의 성장도 관극의 주요 포인트가 되긴 합니다.


네 번째 드라마는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 Eternal Love)>(2017)입니다. 작가 당칠(唐七, 필명)의 동명 소설을 작가가 직접 각색한 로맨스 선협(仙俠) 드라마로, 선협물은 신선, 요괴, 악마 등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입니다. 신계(神界), 선계(仙界)、인계(人界)、요계(妖界)、마계(魔界)、명계(冥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의리, 충절,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죠. <삼생삼세십리도화>는 청구(青丘) 여왕(女君, 帝姬) 백천(白浅, 양미 분)과 천족(天族) 태자 야화(夜华, 조우정 분)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천상계와 인간계를 넘나드며 각각 다른 이름으로 세 번의 다른 삶을 사는 동안 엄청난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의 곁을 지키는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주죠. 크게는 사랑이야기이지만, 불교의 인과 사상과 환생, 도교의 신선 개념이 혼합된 세계관에 중국 고대 전설과 신화도 적절하게 녹인 작품이에요. 이야기 흐름도 흥미롭지만 신선들의 사랑이야기인 만큼 설정도 신박한 게 많고, 그 설정을 설득시키는 CG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강한 몰입에 한몫하고요.

<삼생삼세십리도화> 이미지 출처: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ct=201326592&lm=-1&cl=2&nc=1&ie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유역비와 양양 주연의 동명 영화도 있습니다. 원래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방영후 개봉되었죠. 드라마가 재밌어서 영화도 기대하며 봤는데, 내용이 너무 축약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두 주인공의 외모가 훨씬 여신과 남신에 가깝긴 했어도. 만약에 둘 다 보실 거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세요.


소설 《삼생삼세십리도화》는 이후 소설 《삼생삼세 침상서》와 《삼생삼세 보생연》, 《삼생삼세 보제겁》으로 이어집니다. 다 다른 이야기지만 《삼생삼세침상서》경우엔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에서 백천의 조카로 나오는 구미호 백봉구(白凤九,디디러바 분)와 천족 최고 직위의 동화제군(东华,고위광 분)의 사랑을 그려 연속성이 있죠. 봉구와 동화는 양미와 조우정이 연기한 메인 롤만큼 사랑을 많이 받은 서브 롤로, 2020년 <삼생삼세침상서> 56편이 방영되어 전편에서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죠. 제 지인도 메인롤 커플보다 서브롤 커플을 더 좋아했어요. 미술이나 의상도 좋지만 디디러바가 워낙 여신(女神) 외모라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삼생삼세> 연작을 보고 선협 로맨스물에 취향 저격 당했다면, 2018년 방영된 양쯔(杨紫), 덩룬(邓伦) 주연의 <향밀침침상여상(香蜜沉沉烬如霜>(63편)도 추천드려요. 타이틀 롤을 맡은 양쯔가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고, 의상과 연출, 출연 배우 연기도 좋아서 자연스럽게 완주합니다.


마지막 추천 드라마는 <진정령(陈情令, The Untamed)>(2019)과 <경여년(庆余年, Joy Of Life)>(2019)입니다. 두 작품 모두 초대박 드라마로, 시차를 두고 봐서 몰랐는데 정리하다 보니 방영 연도가 같네요.

<진정령(陈情令)>은 50편의 선협물로, 위무선(魏无羡, 샤오잔 분)과 남망기(蓝忘机, 왕이보 분)의 우정, 의리, 성장, 고난 극복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 배경은 남씨, 강씨, 온씨, 금씨, 섭씨 다섯 가문이 천하를 다스리던 시기로, 고인이 된 운몽(云梦) 강씨(江氏) 지인의 아들 위무선(샤오잔 분)과 고소(姑苏) 남씨(蓝氏) 둘째 공자 함광군(含光君) 남망기(왕이보 분)가 함께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나가는 줄거리예요. 묵향동후의 소설《마도조사魔道祖师》가 원작입니다.

<진정령> 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ct=201326592&lm=-1&cl=2&nc=1&ie=utf

극 중 위무선은 정도 많고 정의감도 투철한 소년입니다. 헌신적이며 편견도 없고 의지도 굳은 캐릭터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의 캔디를 연상케 해요. 좋은 일하고도 오해받아 고초를 겪고 자신을 대변하지도 않아 세상에서 배척당한 그를, 한 마음으로 지켜주고 지지하는 든든한 친구가 남망기(왕이보)입니다. 처음엔 위무선에게 호감이 없었지만 여러 일들을 겪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고, 불필요한 일엔 나서지도 말을 건네지도 않는 그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대상이 위무선이 될 정도로 그를 신뢰하죠. 오랜 시간이 지나 악의 축으로 불리는 이릉노조(夷陵老祖)로 돌아온 위무선을 한결같이 대하며 그와 함께 여러 사건의 진상을 함께 밝히고, 선과 악, 진정한 우정에 대한 자기만의 사고를 확립해 나가죠.


방영 당시 모든 기록을 갈아엎었을 만큼 초초초 대박 드라마로, 현 중화권의 두 남신(男神)인 샤오잔(肖战, 1991)과 왕이보(王一博,1997)의 출세작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인기는 지금도 변함없이 톱클래스로, 현재까진 샤오잔과 왕이보를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드라마가 <진정령>입니다. 중국에선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여신이나 남신으로 부릅니다. 우리가 쓰는 만찢남(漫撕男)이란 표현도 쓰고요. 배우 외모가 작품 선택 기준은 아니지만, 선협물이 인간계와 천상계를 아우르는 콘셉트이고 비현실적 무협과 특수 효과도 많이 들어가는 만큼, 세계관에 맞는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 주연 배우의 외모는 설득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긴 합니다. 다른 얘기지만,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해진 배우가 맡은 엄흥도 역은, 연기도 손색없지만, 유해진 배우 외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 '유니크하고 유일한' 찰떡 캐스팅입니다. 바로 몰입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진정령(陈情令)>의 두 배우도 외모나 연기 모두 대체불가입니다. 찰떡이에요. 무협, 권모술수, 판타지 골고루 잘 섞여 있는 작품으로, 중국 선협물이 처음이라면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아요. 드라마 <진정령>은 스핀오픈 영화 〈진정령 생혼(The Living Dead)〉(2019) 〈진정령 난백(Fatal Journey)〉(2020)으로 이어집니다. <진정령>을 정주행 한 후에 순서대로 이어 보세요. 참고로 위무선과 남망기는 스핀오프 영화에 나오지 않습니다.


<경여년(庆余年)>(2019)는 이번에 소개한 드라마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시대극( Costume drama)입니다. 2019년 1부 46편 방영 후 2부 36편이 2024년에 공개됐고, 현재 3부 방영을 기다리고 있어요. 중국에서는 시대극을 고장극(古装剧)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하드라마 같은 정통 사극이 아니라 시대 배경과 당대 의상을 빌려와 타임슬립, 무협, 판타지 같은 요소를 버무린 작품을 말합니다.

<경여년>이미지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index?tn=baiduimage&fm=result&ie=utf-8&word=%E5%BA%86%E4

<경여년>은 작가 묘니(猫腻)의 동명소설 원작으로, 출신 배경이 베일에 싸인 소년 범한(范闲, 장약윤 분)이 자신의 출신을 밝혀지며 정쟁에 얽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범한은 현대에서 중병을 앓아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 그의 생명이 다해갈 때 남경(南庆) 호부상서 범건(范建)의 양자로 다시 깨어납니다. 선하고 유쾌한 기질과 총명함을 타고 난데다 좋은 주변인을 만나 잘 성장하는 캐릭터예요. 앞서 말한 <보보경심>의 약희처럼 현대의 기억을 가지고 이전 시대로 연결된 인물로, 극 중에선 그 지식을 알차게 써먹으며 승승장구합니다.


중국의 믿보배 장약윤(张若昀,1988)과 이심(李沁,1990) 주연작으로, 모든 출연자의 연기 및 캐릭터가 분명하게 살고 의상을 포함한 미술과 연출도 좋아, 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코믹 코드도 간간이 섞여 있어서 머리 쓰지 않고 보기 좋고요. 그렇다고 가볍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극본이 탄탄한 거죠. 가족애, 우정, 권모술수, 로맨스, 무협, 권선징악, 판타지 등 어지간한 장르는 다 혼합되어 있는데, 전혀 튀지 않는 게 큰 장점이고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경여년>의 제작 시기가 좀 벌어지다 보니, 1부와 2부의 주요 배역 몇이 다른 배우입니다. 주인공은 그대로이지만, 주인공도 얼굴 살이 너무 빠져서 2부 대사 중에 '얼굴 살이 빠질 만큼 고생했다'는 뉘앙스의 대사도 들어갔어요 ㅎㅎㅎ 싸움 장면이 나오긴 하나 가족이 함께 봐도 괜찮은 드라마입니다. 오늘 소개한 드라마들과 조금 결은 다르지만,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 The Longest Day In Chang'an)>(2019)>도 재밌습니다. 마보용(馬伯庸) 동명 소설 원작으로, 당(唐) 나라 장안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을 하루 안에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46편으로 이야기의 밀도가 긴장감 있게 유지되는 작품입니다.


오늘 소개한 드라마는 다 초대박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를 모르면 중국드라마 팬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작품들이죠. 어떤 작품을 선택해 보셔도 시간이 아깝진 않겠지만, 시리즈가 너무 길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죠. 저는 올해 김용의 무협 소설을 다 읽어볼 계획입니다. 부디 추석땐 김용의 무협소설을 다 읽었다는 말을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


그럼. 설날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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