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달리와 감자탕》속 미술작품+♥♡

예술 이야기


작년에 드라마 《하이에나》 속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썼었죠. 드라마나 영화에 미술작품은 자주 등장하지만 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뿐더러 그나마 제가 챙겨 본 드라마엔 잘 노출이 되지 않다 보니 후속 글을 쓸 기회가 없었네요.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최근 KBS에서 방영을 시작해 현재 6회까지 방송된 《달리와 감자탕》입니다. 가끔 목표한 것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그래요. '미술관을 주요 배경으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첫 회부터 본방 사수하고 있는데, 극 중 메인 롤을 맡고 있는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미술 작품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드라마의 서사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작품의 소재나 배경으로 가져온 드라마는 적지 않았죠. 근데 바로 생각날 만큼 현장을 현실적으로 작품을 사실적으로 다뤘던 건 없었던 것 같아요.(제가 못 본 걸 수도 있지만요.)


1629683741772_331512.jpg KBS 《달리와 감자탕》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달리와 감자탕>은 인텔리이지만 생활 무지렁이인 '가심비' 중심의 여성 '김달리'와 무지-무식-무학' 3無하지만 생활력 하나는 끝내주는 '가성비' 중심의 남성 '진무학'의 로맨스 이야기입니다. 줄거리가 신선하진 않지만 작가의 설정이나 연출,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잘 버무려져서 앞으로 시청률은 꾸준히 오르겠더라고요. 현재까지 방영분 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달리와 무학이 처음 만나는 공항 신과 무학이 명품 중고매장에서 옷을 사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항 신에서는 달리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조곤조곤한 말투가 '달리'라는 캐릭터의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잘 보여줬다 여겨졌고, 명품 중고매장 신은 감자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준 재벌급의 사회적 배경을 지닌 '무학'이 얼마나 가성비를 중시하는지,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캐릭터인지에 대한 설정이 구체적으로 다가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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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외부 및 <달리와 감자탕 > 내부 세트장 ©네버레스 홀리다, KBS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보이듯, 예술(미술)은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달리의 직업은 물론 주인공들의 서사가 이뤄지는 장소와 화두가 미술관과 예술작품이거든요. 극 중 주요 무대인 청송미술관의 외관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진입로와 외부 조각 공원 등 그 일대에서, 내부는 세트를 제작해서 촬영했는데, 내부 세트는 여느 전문 갤러리나 미술관 전시장 부럽지 않게 정말 공들여서 설계되었습니다. 구조상으로 연상되는 여러 장소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장소들을 참고해서 지은 것 같았어요. 주 무대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전 블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라 쓱~ 스치기만 해도 알아볼 수 있는 곳인데,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그곳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네요. 관람객이 많아지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너무 붐비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과천 현대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적함이었거든요. 뭐, 곧 열릴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 전시에 가보면 알겠죠, 드라마 방영 이후 관람객 수 변화 추이를.


CJDTHDALTNFGHK.JPG KBS 《달리와 감자탕》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세트 외에도 드라마 곳곳엔 공들인 요소들이 많이 드러납니다. 우선, 내부 세트 전시장엔 모두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원작을 걸었죠. 방송에 노출되는 작품들은 모두 토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의 미술 자문을 맡아 준비했는데 극 중 상설전, 기획전이 교체되면서 보이는 작품들도 작품이 교체될 예정이라고 해요. 실제로 전시를 준비하는 것처럼 작품을 선별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극 중 청송미술관에서 소개될 작품 이미지와 작가 소개를 올려뒀어요. 일부는 지금 볼 수 있는데 조금씩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드라마 후반부쯤엔 모든 작품을 다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쉬운 건 작품도 좋고 설명도 좋긴 한데 일부 이미지 게재 및 캡션 상태가 별로라 실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이왕 올리기로 한 거, 해상도나 캡션 등 조금 더 세심하게 선별해서 미술작품 소개 페이지처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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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달리와 감자탕》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이외에 포스터도 색다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화를 패러디했는데, 딱 보면 '아, 저거!'라고 할 정도의 유명한 작품들입니다. 개별 포스터 역시 홈페이지에서 고해상도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드라마 속 청송미술관에서는 3번의 전시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현재 홈페이지엔 청송미술관의 소장품 전시인 <당신을 위한 풍경>이라는 섹션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에선 남천(南天) 송수남, 엄정순, 변진의, 백진, 문형민, 원애경, 존 화이트, 캐롤 서머스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은 모두 토탈미술관 소장품 중 선별되었다고 합니다. 1화 네덜란드 저택 장면에서는 신미경 작가의 초기 조각상이 소개되었고요.


ekfms dlfma.JPG KBS 《달리와 감자탕》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두 번째 전시는 < The space >로, 드라마 6회에서 처음 언급되었고, 오늘 방영될 7회에서 전시 오프닝에 관한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6회는 여러모로 반전이 있는 회차이기도 하고 작품과 전시실도 비교적 다양하게 화면에 비쳐서 작품을 확인하기에 좋아요. 게다가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대형사고를 친 무학의 에피소드와 함께 "개념미술"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미술관의 시선을 그린 대목이 있어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요.


아직 구체적으로 작품이 소개되진 않았지만 두 번째 전시인 <더 스페이스>에는 제가 좋아하는 최정화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데, 버려진 냄비, 플라스틱 그릇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을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작가의 대표작들을 보며 '과연 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예술은 무엇일까' '작품과 오브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각자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외에도 강준영, 전희경, 부지현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고요.


세 번째 전시는 <바스키아>전일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기사가 없었지만 극 중에서 <바스키아>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초반부에 나오거든요. 관련 기사에서는 "세트장에 준비된 전시가 총 3개이고 전시가 아닌 다른 장면에 들어간 작품들이 있어 현재 세 번째 전시를 제외하고 총 74점 출품"이라고 되어 있어 좀 아리송하지만, 청송 미술관 전 관장이자 달리의 아버지가 준비하던 전시가 <바스키아>전이었고, 우여곡절 끝에도 포기 못한 전시가 <바스키아>이니, 극 후반부엔 이 전시가 진행되면서 모든 관계가 정리되고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네요. 자문을 맡은 큐레이터의 별다른 언급이 없는 걸로 봐선, 작년에 열렸던 롯데뮤지엄의 <바스키아>전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국내에서 작품을 모은다고 해도 그 정도 규모는 모으기는 어려울 테고, 해외에서 열린 바스키아 전을 쓰기엔 코로나로 좀 어렵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앞으로 진행될 회차에서 작품 관련 얘기가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또 다른 즐거움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작가와 작품 소개가 앞으로도 홈페이지를 통해 업데이트되겠지만, 이 두 분 작가만이라도 꼭 아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짧게 소개드립니다. 메인 포스터에 실린 작품들인데, 유독 이 작가들 작품만 여러 점 반영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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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달리와 감자탕》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첫 번째 작가는 강준영(1979-)입니다. 도자기와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자전적인 이야기와 경험을 담아내고 있죠. 포스터 이미지로 봤을 땐 작은 그림이겠거니 싶지만, 사이즈나 화면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꽤 놀라실 거예요. 근래에 전시도 있었던 터라 본 분들도 많겠지만, 꽃, 집, 사랑을 적은 이미지와 텍스트들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호주와 미국, 한국을 오가며 경험한 유학 생활과 가족 간의 혹은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한 그의 미감을 대표하는 상징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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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한 기록이 사랑이 될 무렵, 祥瑞>(flower series), <You were there>, <집 짓기를 위한 우리의 여러 가지 드로잉 방법>, 이미지 출처: 아트 코드 갤러리, 이도갤러리, Azulejo Gallery


그의 작품은 스스로의 경험과 사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과 영화로부터 차용된 텍스트들로 구성되기도 해요. 집이라는 존재가, 또 꽃이라는 존재가, 그리고 즐겨 듣는 노래와 영화에서 차용한 말들은 모두 보편적인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어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소소한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소박한 기쁨이 있습니다.


작가 역시 한 인터뷰에서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 좋은 이야기를 더 드러내 각자가 처한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 그런 긍정의 기운을 상징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역할 중 하나와 일치하고 있어 와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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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달리와 감자탕》 KBS 홈페이지


두 번째 작가는 전희경(1981-)입니다. 6회에서 그의 연작이 노출되고 포스터에도 2점 등장합니다. 전체 5점인데 홈페이지에는 작품 번호가 잘못 들어가 있어요. 작가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의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풍경을, 유기적인 자연요소인 바람, 공기, 습기, 구름 등을 재해석하여 화면 위에 추상적 회화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닿을 수 없는 그 두 곳 사이의 제3의 공간을 그리는데 주목하는데, 그곳은 작가의 현실적인 도피처일 수도 있고 지속되진 않지만 순간 느낄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고요한 공간'이라고 하죠. 또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동안에 현실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경험과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데, 추상작품이라 작품에 자세히 표현되어 있진 않지만 호수나 폭포 등지에서 거닐거나 절벽에 서서 비바람을 맞이하거나 따뜻한 공기층 속에서 부유하거나 하는 작가의 모든 행위가 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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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무아>(2015),162x130cm, <practice being human(인간 되기 연습)(2013), 각 33x45cm(총 108장), <깊은 들숨>(2016), 232x91cm, <이상적 삶 2>(2015), 116x91cm, 전희경 작품들 출처: 경기창작센터 전희경 포트폴리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보면 붓질의 방향에서 바람이나 비처럼 자연물의 형상이 연상되기도 하고, 그 이면에 나타나는 속도와 힘 등의 역학관계를 떠올리게도 하는 등, 추상미술이 그러하듯 그 안에 천변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의 풍경이 곧 작가의 심상이겠죠. 소개한 작품들 외에도 다른 이미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 공유 중이니 다른 작가,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꼭 참고해 보세요.


진무학 역의 배우 김민재는 "7퍼센트를 넘으면 시청자와 소통하는 돈돈 감자탕 먹방을 하기로 했다."라고 시청률 공약을 내놓았는데, 꼭 그 바람이 이뤄지도록 저는 끝까지 본방 사수하려고요. (근데, 감자탕을 시청자에게 배송시켜준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ㅎㅎㅎ) 뒤에 나올 기획전 작품이 궁금하기도 하고, 바스키아 전이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고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 캐릭터의 감정선에 초점을 두고 드라마 서사가 발전되겠지만, 이왕 세트까지 멋지게 지었으니 미술작품들을 배경이 아닌 '주조연'으로 잘 녹여내길 기대해 봅니다. 드라마가 잘 돼서 극 중 기획전이나 상설전에 걸린 작품을 드라마 세트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더 좋고요.


https://gcc.ggcf.kr/archives/2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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