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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전시 이야기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국립 고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작년에 포스팅 예고한 전시가 하나 남았죠? 오늘 그 전시를 소개합니다.


광화문 광장 주변을 주의 깊게 보신 분이라면 일러스트로 채워진 가림막 안쪽으로 발굴 조사를 진행한 터가 남아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광화문을 등지고 오른쪽엔 조선시대 육조 관청, 왼쪽엔 의정부 터가 있죠. 작년에 이 두 곳을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공개했는데, 평소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저 역시 어렵게 신청해서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유적 발굴 현장도 봤지만, 한 10여 년 만에 반가운 인연도 만날 수 있어서 더 뜻깊었죠.


사실 우리 모두 역사를 배워서 '어디에 무엇이 있었다'라는 건 대략적으로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확연히 눈에 그려지지 않는 그 실체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 위해선 역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소개드릴 ‘광화문’을 주제로 열리는 세 박물관의 연합전이 반가웠고,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들도 광화문 일대의 역사를 완벽하게 정복해 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개드립니다.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가 열리는 세 박물관 입구와 브로슈어  © 네버레스  홀리다


광화문 600년의 역사가 정리된 이번 연합전에 참여한 박물관은 국립 고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모두 광화문과 그 인접지역에 위치합니다. 각각 문화재청,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운영주체가 다른 만큼 박물관의 전시 성격도 다른데, 처음으로 모여 광화문 일대의 역사와 공간을 탐색하는 특별전인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각 기관 성격에 맞는 세부 주제로 광화문과 그 인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립 고궁박물관의 《고궁 연화故宫年華, 경복궁 발굴 · 복원 30주년 특별전》(2021.12.01 - 2022.02.27)입니다.

원래 기획에서의 첫 번째 이야기는 서울역사박물관 전시이지만, 제가 보니까 지금 소개해 드리는 순서로 보는 게 더 와닿더라고요. 다른 전시에 비해 전시 기간이 짧아 먼저 봐 두셔야 하는 것도 있고요.

《고궁 연화故宫年華》 전시 유물 및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국립 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유물 전시와 연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합니다. 이번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에서의 주제는 《고궁 연화 》로, 경복궁 발굴·복원 30년 기념 특별전이죠.


작년은 경복궁 복원정비 사업 30주년이 된 해였어요. 1995년 중앙청으로 불린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되며 흥례문, 영제교를 복원했고, 침전 권역, 동궁 권역, 태원전 권역, 광화문 복원 후 2021년 소주방, 흥복전 복원을 마무리했죠. 그동안 수리하느라 보지 못했던 향원정도 작년에 개방했고요. 물론 광화문 월대 복원, 동궁의 정전, 계조당 복원 공사 등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일제에 의해 훼철된 경복궁의 궁제가 그래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고궁 연화故宫年華》 전시 유물 및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는 흥복전, 소주방지, 침전 지역, 근정전 관련 발굴 유물과 영상 자료 등으로 꾸몄는데, 전시 유물과 구성이 '복원'과 관련한 모든 부문에 대한 이해를 돕진 못합니다. 하지만 발굴에 참여한 각 세대별 전문가의 대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됩니다.


저는 고궁 그 자체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매해 최소 한 번씩은 조선 5대 궁을 돌아봅니다. 조용하게 걷기도 좋고, 꽃 피는 계절, 단풍 지는 계절에도 친구들이랑 종종 가고요. 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어린 시절을 지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역사를 조금 알게 되었지만 평면적이었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둔 건 성인이 되면서부터인데, 그때부터 고궁의 멋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궁궐을 가리고 있던 중앙청이 사라지면서 북악산 아래 내려앉은 법궁이 눈에 들어왔고 왜곡되고 잘못 인식된 상식을 바로잡을 기회도 생겼고요. 그래서 경복궁의 원형을 찾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어왔고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전시가 저는 더 반갑더라고요.


《고궁 연화故宫年華》 전시 유물 및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는 유물뿐만 아니라 영상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또 복원에 사용된 도구들도 전시하고 있는데, 규모가 크진 않지만 경복궁의 건축적 변화를 보기에는 부족하진 않습니다. 역사책에서 자주 보던 자료들이지만 그래도 다시 보면 또 새롭더라고요.



전시를 보고 나면 원래 경복궁의 전각이 얼마나 있었고, 이후의 경복궁은 얼마나 훼손된 것인지가 자연스레 궁금해지는데,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모형이 지하 전시장에 있습니다.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모형 중 왼쪽은 고종 5년(1868년) 경복궁과 육조거리의 모습을 오른쪽은 경복궁의 훼철이 가장 심각했던 일제강점기의 경복궁과 육조거리를 재현하고 있죠.


이 모형을 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장소들을 우리가 만나지 못했는지 한눈에 다가와, 얼른 복원이 완료된 경복궁의 모습을 더 빨리 만나고 싶게 만듭니다.

고종 5년과 일제 강점기 경복궁과 육조거리 재현 모형 ©  네버레스 홀리다


두 번째는 서울역사박물관의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2021.11.16 - 2022.03.27)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도시 공간과 사람, 역사,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소속기관으로 경희궁, 경교장, 백인제 가옥, 청계천 박물관, 한양도성 박물관, 동대문 역사관·운동장 기념관, 돈의문 역사관, 공평 도시 유적전시관, 서울 생활사 박물관, 군기시 유적 전시실, 딜쿠샤를 두고 있어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 유물과 전시장 전경 © 네버레스 홀리다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는 조선시대 이래 국가의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이 되어 온 광화문 광장을 조명합니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에 이르는 대로인 육조거리에는 의정부, 육조, 사헌부, 한성부와 같은 행정기관들이 자리했기에 공무를 보는 행정 관원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냈죠.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 유물과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관청가로서의 지위와 육조거리와 그 사이를 오고 간 관원들의 발자취는 꽤 흥미롭습니다. 유물뿐만 아니라 영상도 적절하게 쓰여 남녀노소 누구나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육조가 있었다고 해도 그 쓰임과 용도, 존재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는데 그런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되는 전시라서 좋았어요. 또, 조선 궁궐 건설에 기초 자료로 쓰인 주례 원문도 볼 수 있어 좋았고요. 세 전시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밌게 봤어요.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광화문 앞 의정부 터는 작년에 사적 제558호로 지정되었고 사헌부 터 역시 시민들을 위한 교육장소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곧 마무리되어 7월이면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여러모로 봐 두면 좋을 전시입니다.



세 번째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2021.12.17 - 2022.03.31)입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증명하는 다양한 사료의 수집·관리하며 현재와 가장 가까운 역사를 다룹니다. 기관 성격에 맞게 이번 연합전에서도 ‘광화문 공간이란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이해하고 현대 한국인의 기억이 지닌 중층적인 현대적 의미를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있죠.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 전시 유물과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이 전시에서는 1910년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사를 거치며 변화되어 온 광화문 광장의 의미와 관련 공간들을 보여줍니다. 광복, 6.25 전쟁, 4.19 혁명, 경제 개발,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 등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광화문이라는 공간 구조와 의미를 다변화시켰는데, 그 역사 속 한 장면 한 장면을 사진 및 당시 자료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조선왕조의 중심이었다는 역사성과 대한민국 정치, 행정, 외교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시민의 문화 활동과 집단적 의사 표현이 이루어지는 군중집회 현장’이라는 공공성이 혼재된 모습이 담겨있는 광화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 전시 유물과 설명 자료 © 네버레스 홀리다


자료 속에는 제가 경험한 역사와 그 이전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는데, 저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었다 사라진 동상들과, 중앙청 건물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된 기록물이 좀 낯설었지만 흥미로웠고, 주거지, 교통, 생활 등 하나의 변화가 이끈 다방면의 탈바꿈의 과정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그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더라고요. 뭐 지금도 많은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요.


전시는 하루에 몰아보지 마시고 가급적 나눠보길 권합니다. 국립 고궁박물관 전시는 규모가 작아서 다른 전시와 함께 봐도 괜찮은데, 나머지 두 곳은 정보량이 좀 많아서 몰아보면 띄엄띄엄 보겠더라고요. 그리고 세 박물관 전시를 모두 본 관람객에게는 각 박물관에서 별도로 마련한 기념품이 선착순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이미 전시를 시작한 지 오래라 국립 고궁박물관의 기념품은 소진되었고, 나머지 두 박물관은 여유분이 조금 있더라고요, 지난주에 제 친구도 받았으니. (참고로, 서울역사박물관 기념품은 그립톡과 랜티큘러 엽서이고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코로나 키트였어요.) 세 전시장에 구비된 확인 도장을 첫 방문 박물관 브로슈어에 찍어 마지막 관람 전시 안내 데스크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어요.


모쪼록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museum.seoul.go.kr/www/board/NR_boardView.do?bbsCd=1002&q_exhSttus=next&seq=20211111222416758&sso=ok

https://www.gogung.go.kr/specialNowView.do

https://www.much.go.kr/museum/exhibition/exhibitionViewUser.do?exhCode=EXH_0000000154&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searchKeywordFrom=&searchExh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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