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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Aug 31. 2020

Batter Man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야망의 코믹대서사시-스토리랩

지도에도 있을까 말까한 작지만 요새 같은 섬 홍산도의 초등학교 동창회 날. 한때는 죽마고우였지만 지금은 앙숙인 완수와 도현이 마주친다. 그들 사이에 낀 홍해. 십여 년 만에 만나게 된 세 사람은 과거 삼각관계였으며 현재 도현은 완수 때문에 파혼을 당한데다 승진까지 좌절됐고, 완수는 도현 때문에 배신자로 몰려 실업자가 된 사이다. 둘 사이에 낀 홍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마침 의문의 남자가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온다.   

“야! 삼총사 진 짜~오랜만이다!”

다짜고짜 친한 척 반가워하는 낯선 남자! 세 사람의 기억에는 없지만 동창이라고 빡빡 우기는 안다박은 본인이 운영한다는 “홍해진” 펜션으로 이들을 초대하고, 그곳에서 앙금이 쌓일 대로 쌓인 완수와 도현의 다툼이 벌어진다.

와중에 싸움을 말리던 홍해가 상처를 입게 되고, 도현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간 사이 안다박과 단둘이 남은 완수는 그에게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 대대로 지역 유지인 홍해네 집의 더부살이를 하던 집안의 아들 도현과, 홍해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나갔다가 숨진 완수의 아버지. 그 사고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으나 완수는 모두 무시하고 홍해와의 사랑을 이어가려 했으나 늘 도현 앞에서는 2인자에 불과하다는 자격지심이 걸림돌이 된다. 

그와 함께 입사한 회사에서의 승진도 사랑도… 첫사랑이었던 홍해는 물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미모의 고 대리도 도현을 선택했다. 급기야 질투심과 열패감을 참지 못한 완수는 도현의 횡령비리를 폭로하는 익명의 투서를 근거로 내부 고발자를 자청한 것이다.

“악마의 속삼임을 들었군.”

“모든 걸 잃었지… 난 죄가 없는데… 배신자라는 불명예와 해고까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2인자의 설움이라… 너, 혹시 장영웅의 마지막 밤이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냐?”

“뜬금없이 뭔 헛소리야?

“만일 염치가 장영웅을 암살하지 못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거지꼴로 전쟁터에서 돌아온 정통을 장영웅이 받아주지 않았다면? 과연 생사의 뒤바뀜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너한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뜻 모를 말을 하며 완수에게 ‘홍산주’라는 술을 권하는 안다박. 그 술을 마신 후, 완수는 과거로 돌아가는데 실은 장영웅의 홍해진 시대부터 그와 도현, 홍해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해상왕 장영웅의 생일을 맞아 그의 휘하인 정통과 축하사절로 온 염치의 주재로 혁혁한 공을 치하 하는 백성들 사이에 완수도 섞여 있다. 현재의 기억을 간직한 그에게 당대의 현자이자 걸인인 안다박은 도현이 장영웅의 오른 팔인 정통의 아들이며 장영웅의 딸 홍해는 곧 홍산도를 속국으로 둔 내륙왕의 아내가 될 거라고 알려준다. 

“이 모든 게 꿈인가?”

“지금은 미래의 니가 꿈의 존재! 핸드폰의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꽤 근사한 선택권을 부여받은 완수는 문득 염치가 장영웅을 암살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지고, 안다박의 계략으로 그의 책사(핸드폰을 통해 지난 역사를 검색함으로서 예언자로 등극)가 된다. 

그런데 하필 염치와 함께 왜적 소탕을 앞둔 날, 안다박과 술집에 들른 완수는 핸드폰이 든 꾸러미를 왈패에게 날치기 당하는데, 우연히 남장을 하고 도현과 함께 그곳에 머물던 홍해가 그의 짐을 찾아주면서 세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내륙왕의 두 번째 비가 되느니 차라리 고향을 지키는 평범한 어부의 아내가 더 행복할 것 같은 홍해는 그간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도현에게 많이 의지했었으나 점점 박학다식하고 심지어 구정물을 걸러 맑은 물을 먹게 해준 현자이자 인간미가 넘치는 완수에게 끌리고, 도현은 당연히 주변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불청객인 그를 적대시한다. 

목숨을 구걸하다시피 돌아와 장영웅에게 쩔쩔매는 아버지처럼 평생 2인자로 살고 싶지 않았던 도현은 내심 장영웅의 사위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다. 장영웅은 딸을 내륙왕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그녀는 염치의 측근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세상을 바꾸고 싶나?”

열패감에 빠진 도현에게 안다박이 접근해 의중을 떠본다. 

“난 그녀의 마음만 돌리면 돼!”          

완수만 없었더라면 장영웅의 데릴사위가 되어 내륙왕의 목을 칠 작정인 도현에게 그녀의 마음을 돌릴 비결을 알려주겠다며 꼬드기는 안다박. 그의 유혹에 넘어간 도현은 세상을 움직일 보물이 들어있다는 완수의 짐을 훔칠 생각이며, 내륙왕은 장영웅의 딸을 아내로 맞아야만 탈이 없으리라는 선왕의 유지에 따라 그녀를 차비로 삼으려 하지만, 대신들은 장영웅이 천한 신분이란 이유로 극렬히 반대한다. 

이에 분개한 장영웅은 군사를 일으켜 응징에 나서려 하고, 어느덧 공인 책사가 된 완수를 대동하고 내륙으로 간 염치는 자신이 장영웅을 죽이겠다고 호언장담(완수의 예언을 믿고)한다. 천하의 명장인 장영웅과 철통같은 그의 군사들을 어찌 처리하겠냐고 반신반의하는 군신들에게 염치는 더욱 더 큰소리 땅땅 치는데 비밀리에 포섭한 정통을 믿고 한 말이다. 

“이햐! 역시 세상 믿을 놈 없네!”

이미 홍해와 사랑에 빠져 이중스파이 노릇을 자청한 완수는 깜짝 놀란다. 추측만 있을 뿐, 정통의 배신은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사실이다. 애초에 염치의 암살계획 증거(핸드폰 녹음)를 수집해 장영웅의 죽음을 막아볼 심사였던 완수는 내륙을 탈출해 홍산진으로 달려가고 마침 도현도 아버지의 배신을 눈치 채고 갈등하다 저잣거리에서 홍해를 만나러 가는 완수와 마주친다. 

서로의 측근들과 편이 갈려 대결에 나서는 두 사람. 도중에 경호원들을 이끌고 온 홍해까지 합세해 난장판이 되는데 그녀를 보호하려다 부상을 입은 완수는 핸드폰까지 도현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로 인해 홍해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온 존재임을 밝히고 장영웅의 살해위험을 알리는데 실패한 완수. 이에 안다박이 등장해 완수의 말을 믿지 않는 홍해에게 예언자의 말을 무시하는 자,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않을 거라 예언하고, 도현이 핸드폰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고민하다 도끼로 깨트리는 순간 배터리가 터지면서 미래로 소환되는 완수는 홍해와 내세를 기약하며 눈물의 이별을 한다. 

“이젠 당신이 먼 세계에서 온 사람인 걸 알겠어요… 기다려요… 당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내가 나비처럼 날아갈께요!”

어둠 속으로 소멸되는 완수에게 환생재회를 약속하는 홍해. 그리고 장영웅은 염치와 정연의 합공으로 살해당한다. 다시 현대로 돌아온 완수. 과거 홍해와 이별했던 홍산도 앞바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차라리 현생이 꿈만 같다. 

“도현과의 악연이 다 전생의 업이련가…”

과거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홍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지는데 놀랍게도 나비가 한두 마리씩 날아오다 마침내 수많은 나비떼를 몰고 저만치 홍해가 오고 있다. 현재의 홍해 안에 내재되었던 전생의 그녀가 자아발현한 것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마주한 햇살처럼 너의 얼굴이 떠올랐어!”

“기억하니? 홍해진에서의 만남을?”

“기억해! 그곳이 어디든 너 있는 곳이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걸!”

마침내 재회한 연인들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완수의 핸드폰을 든 도현이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어리바리 등장해 완수에게 묻는다. 

“이게 대체 뭐하는 물건이냐?”

대대손손 진드기 같은 도현을 보고 줄행랑을 치는 완수와 홍해! 

“알려줘! 좀 알려주라고!”   

횡설수설하는 도현, 저만치 “세상을 바꿀 휴대폰이 필요하신 분! 박리다매!”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안다박을 쫓아가면 그의 뒤로 출정가와 함께 해상왕 장영웅의 배가 출항하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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