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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음식] "신닷" 먹기

음식점에 기부한 일

라오스에 도착해서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한 호텔에서 머물렀다. 그 호텔 근처를 산책할 때 보면 항상 한 음식점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것이다. 비엔티안은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백만이 안되어 왠만한 음식점은 줄을 서거나 만석이 되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인데 그 음식점은 널찍한 공간에 차도 가까이까지 테이블이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 정도가 되면 만석이다.


분명 맛집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만석이 되기 전인 평일 저녁 6시쯤 아이들을 끌고 그 신닷집에 도착한다. 참고로 신닷이란 우리나라의 삽겸살과 샤부샤부의 하모니라고 보면 되겠는데, 구위판의 불뚝 튀어나온 윗 부분에서는 대패삽겸살 처럼 얇은 삼겹살을 굽고, 움푹 파인 아랫부분에는 육수를 부워주는데 그 육수에는 야채와 각종 해산물 등을 넣어 먹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겹살의 기름이 육수로 떨어지면서 그 맛이 진해지는데 가져다주는 땅콩소스나 마늘, 고추, 레몬 등을 섞어 본인의 취향저격 소스를 만들어서 찍어먹고 육수가 모자르면 직원이 스르륵 달려와 육수를 리필해준다. 

여기에 얼음 가득한 잔에 라오맥주를 곁들여 먹으면 참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맛은 있는데 안그래도 덥고 습한 라오스에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펄펄 끓는 신닷을 먹고 있으려니 우리도 끓고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 것이다. 나야 테이블 위의 휴지로 연신 땀을 닦아보지만 첫째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일어나서 신닷 연기를 피해 걸어다닌다. 그렇지만 걸어다닌다고 연기와 더위가 어디 가는 것이 아니고 모기들이 더 달라붙으니 아이가 견디지를 못하고 말은 안해도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결국 우리는 많이 먹지 못하고 일어나며 얼마냐고 물어본다. 그제서야 그 직원이 손짓 발짓으로 막내를 가리키며 몇살이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10살이라고 대답했다. 후에 영수증을 가지고 오는데 어른 4명에 아이 1명, 얼마. 이렇게 써있다.


이 가게는 부페였던 것이다! 무제한 부페에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라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우리가 그 음식점에서 먹은 것에 대해 후에 현지인에게 이야기 하니 "음식점에 기부하고 오셨군요" 한다. 

이 습하고 찌는 우기가 지나고 날씨가 좀 선선해지는 어느 저녁 아이들과 점심을 거르고 한 번 더 찾아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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