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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일상] 해치지 않아

어울려 살기

1. 

저녁먹고 설것이를 한 후 싱크대의 음식 찌꺼기를 깨끗히 청소하지 않고 조금 남겨놓았다면

다음날 아침 싱크대에 그 두개의 밥풀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마리의 작은 개미들을 보게된다. 

설탕통의 뚜껑이 조금이라도 열려있으면 이것이 설탕통인지 개미통인지 모르게 개미들의 만찬을 목격한다.



2.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있는 휴일 오후였다. 주변의 주인없는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 듯한데 너무 시끄럽게 야옹거려서 나가볼 수 밖에 없었다.

고양이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관찰을 해보니, 고양이가 앞발을 연신 두드리며 뭔가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게 뭘까 궁금해 가까이 가보니 색깔도 밝은 노랗고 초록색의 1미터가 넘는 뱀이 있었다. 고양이가 뱀의 중간 허리부분을 공격해서 뱀은 상처를 입었고 우리가 가까이 가자 고양이는 가버렸다. 

남편이 막대기를 구해오면서 그 뱀을 어떻게 해보려 고심하는 순간, 큰 딸은 증명샷이라도 찍어보려 조금 더 가까이 가는 바로 그 찰나에 뱀은 정말 빠르게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예전에 집을 구한다고 했을 때 한 분이 조언주시기를 마당에 풀이 우거진 집은 피하라고 했다. 

우거진 풀 사이로 뱀들이 나온다며.




3. 

처음 라오스에 와서 며칠간 비엔티안의 제일 좋다는 호텔에 묵으면서 조식도 먹고 저녁에는 헬스에서 운동도 하고 아이들은 수영도 하는 꿈만 같은 시간을 가졌었다. 그 호텔의 만족도가 높아 지인이 한국에서 오신다면 추천하고 싶은 호텔이다.

여튼 나는 헬스를 마치고 아이들은 수영을 마치면 우리 여자 셋은 따뜻한 자쿠지에서 모여서 릴렉스~를 했는데, 창문에 도마뱀이 세마리 붙어있는 것이다. 그 도마뱀은 창문의 밖에 있으니 나는 그다지 놀라지는 않으면서 "저기 봐라" 했더니, 큰 딸은 그것이 창문의 장식이라는 것이다. 도마뱀 세마리는 꿈쩍도 안해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니야" 했더니 막내가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 두들겨보았다. 그 순간 창문 장식이라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던 그 도마뱀들이 어찌나 사솨삭 움직이던지.

그때는 그나마 도마뱀은 일종의 낭만적인 창밖 풍경의 하나였던 것이다.

집을 구해서 이사를 온 후 도마뱀은 창문밖의 그 무엇인가가 아닌 창문안의 나를 위협하는 녀석이 되었다. 우리집의 창문은 3중창문으로 엄청 튼튼해 보인다. (바로 여기가 헛점이다) 이 엄청 튼튼해 보이는 창문이 비가 조금만 오면 계단이 다 젖게 들이치는 것은 그러려니 한다. 닦으면 되니까.

그런데 환기도 시키고 햇살도 보고싶어 창문만 열라치면 그 사이의 도마뱀이 사솨삭 움직이는 것이다. 튼튼해 보이는 창문 사이사이는 도마뱀이 다니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그러면 나는 꺄악~~~ 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의자 위로 뛰어 오르기까지 했다. 지금은 뛰어 오르지는 않는다;;;

가끔 화장실에도 붙어 있고 어느 날은 부엌 밑의 수납장에도 들어갔다가 내가 문을 열면 사솨삭 움직인다.

남편은 "괜찮아. 해치지 않아" 하면서 이 녀석들을 모기채나 공책 위로 올려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도마뱀들이 우리 집의 해충을 잡아주니 오히려 고마운 녀석들이라나.

어느 날, 한국에서 손님이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이야기는 흘러 도마뱀을 주제로 하게 되었는데 그 분 역시 "에이, 도마뱀은 해치치 않아요" 하시며 허허 웃으신다.

나도 안다. 도마뱀이 훌쩍 튀어올라 나를 물거나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불을 켰을 때, 쌀을 꺼내기 위해 수납장을 열었을 때, 창문을 열 때 이렇게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을 무심코 하는 상황 속에서 얘기치 않은 녀석이 움직이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은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되고 

화장실을 들어갈 때 불을 켠 후 머리만 조금 들이밀고 벽과 바닦을 빠르게 스캔 한 후 이상없다면 발을 딛고

창문을 여는 행위를 어떻게 가능한 안 할 수있을까 고민하고

밥을 하려고 수납장을 열 때 쭈삣쭈삣하게 되는 것이다. 




4. 

오늘 아침의 일이다.

학교에 가려고 아이가 신발을 신는데, "엄마 신발에 뭐가 있어요" 하는데 예감이 안 좋다.

그래? 뭘까? 했더니 "흙인가봐요."

하길래 신발을 받아서 탁 터는 순간 

등이 통통하게 살찐 짙은 풀색 개구리가 폴짝 뛰어 사라진다.

막내와 나는 "꺄악~~" 하면서 계단 위로 뛰어 오르고 

아침 먹던 남편은 이게 무신 일이고 하면서 나온다.

아이는 "나 그거 밟았단 말이에요" 하며 울상이다. 아까 신발 신으려고 할 때 발에 개구리가 살짝 닿았던 모양이다. 


우리 뒷집의 공간은 공터이고 풀이 아주 무성한데 밤마다 개구리 소리가 아주 크다. 나는 그 개구리 소리를 좋아한다. 아니 했다.

아이는 결국 그 운동화를 신지 못하고, 버리려고 했던 핑크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갔다.



처음에 라오스에 왔을 때 놀란 것 중 하나가 자동차의 창문을 모두 닫고 운전한다는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아무리 더워도 택시기사들은 에어컨을 절대 켜지 않아 '이것이 딱 오븐 속의 음식 익어가는 상황인가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건조하니 땀은 나지 않지만 여름에는 기온이 40도 이상올라가고 택시 속에 있으면 체감은 한 50도는 되는 듯한데 에어컨은 켜지 않으니 사람도 바싹 구워지는 것이다.

라오스도 덥기는 마찬가지인데 차들이 모두 문을 닫고 달리니 이상했다. 심지어 기름값은 우즈베키스탄보다 더 비싸고 이 곳은 가스차도 없다고 하는데도 창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을 보면, 차를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거나 자동차 기름값은 회사에서 줘서 그럴 수 있으려니 짐작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도 절대 차의 창문을 열지 않는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는 저녁에도 에어컨을 켜고 창문은 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모기때문이었다. 

어느 날 창문을 열었더니 모기가 달려드는 것이다. 아들 반 친구도 남편 동료도, 여기저기서 뎅기로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뎅기 걱정에 어디 나갈라치면 모기 퇴치제를 뿌리지만 잊고 나간 날은 어김없이 모기에 물리고 그럼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한국분들은 라오스에서도 아파트나 레지던스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곳에 살면 요즘 내가 하는 고민들: 이런 동물들과 어떻게 잘 어울려살까? 또는 어떻게 하면 이 녀석들을 만났을 때 더 대범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주택에 사는 것을 선택했으니 

개미, 도마뱀, 뱀, 개구리들과 어떻게 어울려서 살 수 있을까

그것까지도 안 된다면 도마뱀을 봤을 때 소리를 덜 지를 수 있을까...

나야 그렇다 치지만

아이들이 도마뱀을 보고 조금 의연했으면 하는데 엄마가 안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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