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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일상] 어쩌다 미니멀리즘

우리집의 필수 아이템 밀크티 컵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던 짐을 6월 28일 컨테이너로 라오스로 보냈다. 나는 뭘 그리 많이 사는 사람이 아니고,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정리하면서 많이 주고, 기부도 하고 팔기도 했기에 별 걱정이 없었는데, 짐을 싸다보니 박스가 120개가 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부피가 많아지면서 이사짐 센터에서 피아노를 가져가려면 컨테이너의 부피가 커지므로 200불인가를 더 내라고 했다. 그 피아노는 오래된 중고를 100불에 산 것인데.

결국 이사짐 싸러 온 아저씨에게 할인해서 70불에 팔고 왔다. 


당시 이삿짐 회사의 말로는 우즈베키스탄과 라오스 모두 내륙 국가이기때문에 컨테이너 이송이 복잡해지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육로로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조지아를 간 후...( 그 이후는 구구절절해서 더 기억이 없다) 여튼 라오스로 도착하는데 2달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이제 짐을 부친지 약 3개월이 되어가는데, 우리는 짐이 어디에 있는지 있기는 한건지 모르고있다. 

새로 구한 집에 냉장고, 세탁기, 침대, 책상 같은 하드웨어들은 있으나 세탁기의 세제, 침대시트와 베게, 이불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없어서 처음 들어올 때 큰 몰에 가서 샀다. 하지만 짐이 오고있는데 무작정 다 살 수는 없는 일이어서 냄비도 작은거 하나, 큰거 하나, 후라이팬 하나, 숫가락 젓가락 가족 수 대로, 침대 커버...등을 샀다.

처음에는 베게가 없이 자는 것이 많이 불편해서 자고 일어나면 목과 어깨가 뻐근했고, 더워서 에어컨을 켰다가도 이불이 없으니 금방 추워져서 에어컨을 끄고 그럼 다시 더워지고..이렇게 밤에 여러 번을 깨곤했다. 주방일은 또 얼마나 불편한지, 밥은 큰 냄비(전기밥솥은 없다. 오고 있는데 또 살 수는 없지 않은가)에 찌게 등은 작은 냄비에 하는데, 어쩌다 찌게를 많이 하거나 국을 끓이게 되면 밥을 그릇 하나에 퍼놓고 (밀폐용기가 없다) 찌게를 끓인 후 찌게 일부를 다른 그릇에 퍼놓고 먹을 만큼의 찌게는 작은 냄비에 덜고, 큰 냄비에는 밥을 다시 넣어 따뜻하게 데워서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좋은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집에 잔짐들이 없으니 청소가 쉽고, 집이 넓어보이며

옷도 별로 없으니 아침에 뭐 입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매일 빨고 그 중 잘 말라있는 옷을 입고 가는 것이다.

베게와 이불이 없는 수면도 적응이 되었고 여분의 침대시트를 이불처럼 쓰고 있는데 나쁘지 않다. 

음식도 먹을 만큼만 딱 해먹고 치우고 하니 깔끔하다.


이제는 짐이 오면 어쩌나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우즈벡에서 쓰던 책상과 침대들이 이곳에서는 필요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곳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가 중고물품 매매가 아주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가 산업기반이 약한 나라이니 필요한 가전이나 소비물품을 태국, 중국, 베트남등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비싸질 수 밖에 없고 그 물품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고 되팔고 되팔고 해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짐이 안와서 생활이 많이 불편하다고 불평할 때, 한 분이 조언해주시기를 라오스는 중고시장이 아주 활성화되어 있으니 부담갖지말고 사서 편하게 쓰고 다음에 팔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나는 일단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냥 살아보기로 했다. 자꾸 사고 버리고 하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고 그 과정에 시간낭비도 많다는 것이 귀차니즘인 나의 변명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 필수 아이템이 된 것 중 하나가 다 먹은 밀크티 컵이다. 보통은 머그잔을 가지고가서 밀크티를 마시는데, 그렇게 안 되는 날 받은 밀크티 컵은 잘 씻어서 말린 후 라오스에 많은 초록초록 야채들을 보관하는 용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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