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일상] 모닝 마켓에서 파파야 사기

작고 못생긴 파파야 2개

수요일 아침과 토요일 아침 일주일에 2번씩 유기농 모닝 마켓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토요일 아침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차에 탔다. 


시장에는 이름도 모르는 녹색 풀들이 수레 수레 가득하고 사람들이 들고 가는 비닐봉지에도 온통 초록색 일색이다. 그래서 라오스 사람들이 이렇게 작고 말랐구나 한편 이해가 가면서 저 풀들은 어떻게 먹을지 궁금해진다.


나야 뭐 한국사람들 의례히 사는 배추, 무, 당근을 좀 사고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어슬렁거리는데 파파야 수레가 보인다. 근데... 모양들이 영 꼬부라지고 흠나고 색깔도 별로다. 그런데 이 모닝 마켓은 과일가게가 별로 없어 나는 과일 하나라도 사가겠다는 마음에 그중 크고 노랗고 잘 생긴 것을 고른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과도로 내가 고른 그나마 예쁜 파파야를 살짝 파보더니 꽤 괜찮은 영어로 "이건 아니야. 맛이 없어" 하면서 저 옆으로 휙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럼 뭐가 좋아?" 하고 물어봤더니 정말 작고 푸르뎅뎅한 파파야를 하나 집더니 "이게 맛있어" 하며 칼로 살짝 파보는데 속은 웬걸 주황색이다. 나는 이 아줌마에게 급 신뢰가 생겨서 " 그럼 하나 더 추천해줘" 했더니 또 작고 못생긴 하지만 조금은 더 큰 녀석 하나를 건넨다. 나는 두 개를 사기로 했다. 가격은 15000킵, 약 1100원 정도인가 보다. 보통 돈을 내면 바로 비닐봉지에 넣어주는데, 이 아주머니 나에게 대뜸 이렇게 묻는다. "비닐봉지는 안 가지고 왔어?" 나는 너무 반가워 내가 가지고 간 비닐봉지를 주며 재활용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오늘도 바다에서 비닐봉지를 먹다가 죽어가는 거북이 한 마리 살렸구나'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에 살 때도 우리는 장 볼 때 비닐봉지를 가지고 가서 재활용하고자 하는데, 시장분들은 "비닐봉지는 무료야!"를 외치며 때로는 더 튼튼히 싸주시겠다며 비닐봉지 2개를 사용하여 꽁꽁 싸매 주시기까지 해서 무안해지기 일쑤였다. 


어쨌든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파파야를 까주려고 하는데 아들이 못생긴 파파야를 보면서 놀란다. 그래서 오늘의 일화를 얘기해주며 파파야를 깎아서 내놓았는데 맛은... 평범했다. 


그래도 나는 이 파파야는 진짜 유기농이라고 굳게 믿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라오스 일상] 그거 영화에서 본 적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