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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일상] 그거 영화에서 본 적 있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

남편 회사 기사님에 대한 Story 1.


처음 라오스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회사 기사를 1시간 동안 기다렸다고 한다. 너무 안 와서 연락을 하니 공항 출국장이 아닌 공항 주차장의 차 안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항상 약속한 시간보다 기사님이 늦게 와서 이러다가 지각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 적이 있다.


최근, 드디어 라오스의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집에 두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얼마 안 되는 달러를 은행에 입금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이 4시에 기사님에게 "은행에 갑시다"라고 말했으니 도착한 시간은 4시 반 정도가 되었겠지.

기사님이 남편을 은행 앞에 내리고 붕 떠났는데, 남편이 은행을 가보니 은행 문이 굳게 닫혀있더라고 한다. 

다시 부랴부랴 기사님에게 전화를 하고 내려줬던 곳으로 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회사로 돌아온 후, 다른 직원에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 4시 반에 은행에 간다고 하면 문을 닫았다고 알려줘야지 어떻게 내려주고 가버릴 수가 있느냐' 했더니 그 현지 직원은 

은행 문 닫는 시간을 몰랐나 보지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두고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질숏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딸기를 사겠다고 하면, 딸기는 지금은 철이 아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제철이니 그때 사고 언제가 가장 가격이 싸지니 그때 딸기잼을 만들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아침에 항상 먼저 와서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언젠가 보니 우리 옆집 기사님 하고도 친밀한 사이가 되어 두 남자가 뭘 그리 살갑게 이야기를 하는지...

우즈벡 떠나는 마지막 즈음에 몰던 차를 팔기 위해 공립 공증사무소를 갔는데 거기서도 아는 누군가(와이프의 고향사람?)를 만나서는 누구는 잘 있냐? 누구는 건강하냐... 한참을 이야기를 하더라.

부실한 우리 남편은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아니 지갑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서 뭔가를 사려고 하면 돈이 모자라거나 지갑이 없기 일쑤인데 질숏은 항상 얼마가 필요해? 내가 있어. 다음에 주면 돼. 라며 남편의 응급 지갑이 되어주었다.

남한강(사실, Namangan인데 우리나라 남한강이랑 참 비슷하게 들린다)에 사시는 질숏의 어머님이 보내주시는 무화과 잼은 또 어떤지. 제철에 최상의 무화과만을 사용하여 설탕 듬뿍 넣은 달콤한 잼을 만들어서 한통씩 보내주시고는 하셨다. 그런 잼은 어디서도 살 수가 없어 돈을 드리고 사려고 하였으나 결코 받지 않으신다. 우리는 아이들의 작아진 옷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질숏 아이들에게 주며 보답하려고 하기는 했는데... 그것으로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좋은 동료를 만난 것은 우리 남편에게 큰 복었으나...

질숏이 우리의 현지 기사의 기준을 너무 높여 놓았나 보다.


남편 회사 기사님에 대한 Story 2.


오전 10시쯤 남편이 아이들의 비자 기간 연장을 위해 여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금 기사님이 회사에서 출발하니 여권을 준비해놓으라고 한다. 

여권을 준비해놓고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한 11시쯤 되었으려나... 

기사님이 감감무소식인 것을 깨닫고 어디 다른 데 들렸다오나... 잠깐 생각했었다.

11시 10분경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으면서 문밖을 보게 되었는데 문밖에 회사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남편 전화를 얼른 끊고 여권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온 지 몰랐어요. 왔으면 여기 초인종을 눌러야지요"했으나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고 남편 이름을 두세 번 말했는데, 아마 그 여권을 남편에게 전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퇴근 후 전해 들으니 그 기사님은 우리 집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의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질숏을 다시 한번 떠올렸고 '어떻게 그렇게 눈치가 없을 수가 있는가? 정녕 라오스에는 질숏같은 직원은 없는 것인가' 라며 한탄을 했다.


그날 저녁 다른 라오스분이 우리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미리 WhatsApp(우리나라의 카톡처럼 전 라오스인이 사용한다. 전화도 대부분 whatsapp 통화로 한다.)으로 도착했음을 알린다. 그래서 다음 방문의 편의를 위해 "여기 초인종이 있어. 다음번에는 이것을 눌러"하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다가... 혹시... 몰라서 물어보았다.

"라오스에는 초인종이 없어?"

했더니 "없어" 한다.(헉)

"그럼 다른 집에 가면 어떻게 알려?" 물었더니

"왓쯔 앱으로 미리 언제쯤 간다고 알리지. 아니면 문 앞에서 이렇게 쳐다보며(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뺀다) 기다리거나 누구야~하며 불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영화에서 초인종 사용하는 걸 본 적은 있어" 

이 분은 나름 라오스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나온 라오스 수도에 거주하는 젊은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우리는 기사님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쩌면...

진짜 은행에 갈 일이 없으니 은행이 몇 시에 문을 열고 닫는지 몰랐을 수 있고

초인종이라는 것을 모르니 누군가 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 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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