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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라오스 일상] 저녁 7시의 정원

너무 예뻐서 말하기 싫다

라오스에서 집을 구할 때 조건은 첫째도 아이들 학교에서 가까울 것, 둘째도 아이들 학교에서 가까을 것이었다. 조금만 멀리가면 넓고 새집에 구조도 더 잘빠진 집들이 많지만 운전도 못하고, 게을러빠진 내가 등교와 하교시간이 다른 두 녀석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름 학교 근처에서 쭉 가다가 울퉁불퉁한 뒷골목으로 들어가다보면 외국인이라고는 없는 동네의 중간집을 구하게 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길의 울퉁불퉁한 정도가 조금 심하다는 것인데, 어느날 남편이 모는 자전거의 뒷자리에 타서 허리를 살짝 잡으며... 참 낭만적이야...생각했드랬다.

그런데... 그 울퉁불퉁 뒷골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엉덩이 정말 깨지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낭만적이도 자전거 뒷자리에 타지 않는다.


이 집은 창문이 이중으로 되어있다. 처음에 집을 보러갔을 때는 초록색 바깥 나무 창문과 유리 안쪽 창문 두겹을 모두 닫아놓아서 집이 참 어두웠다. 나는 라오스라는 나라가 하도 더우니 창문을 이중으로 닫고 에어컨을 틀어서 집안 온도를 유지하는구나 라고 짐작했다. 

나는 전기세가 조금 더 나오더라도 환한 집이 좋다며, 라오스 사람들은 시원한게 중요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뭐니뭐니해도 조망이지! 하며 이사오자마자 바깥쪽 두꺼운 초록 나무 창문을 모두 열어재끼고 유리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을 즐기곤 했다. 


라오스는 6월부터 9월이 우기이니 더우면서 습하고, 9월부터 2월까지가 겨울인데 덥지 않으니 가장 여행하기가 좋고 3월부터 5월은 가장 덥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덥고 습하면서 갑자기 비가 내리는 우기에 라오스에 오게 된 것인데, 이곳 사람들이 왜 창문을 이중으로 닫고 사는지 이제는 안다... 

비가 조금 많이 오는가 싶은 어느 날 이층 올라가는 계단에 물이 흥건하다. 그래서 지붕이 새는구나..했다. 며칠 후 다시 비가 좀 많이 온 날은 다른쪽  계단에 물이 흥건한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물이 떨어지나 봤더니 창문을 닫아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서 비가 창문 사이로 들어와서 하루는 이 쪽 계단이 다른 날은 다른 쪽 계단이 젖어버리는 것이다. 창문을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었으면...

그 이후부터 비만 온다하면 옛날 우리 할머니들 달려가 장독 뚜껑 후다닦 닫는 것처럼 창문을 이중으로 후다닥 닫는다.


어째든 어느날 저녁 7시경 안방에서 보이는 하늘과 구름과 정원의 빨간 꽃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뻐도 되나 싶어 다른 사람에게 말 안하고 나만 꼭꼭 숨겨놓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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