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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브런치 작가] 2전 3기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게 많아?

약 15년 전 페루의 삐우라라는 바닷가 옆 소도시로 가게 되었을 때만 해도 페루가 워낙 한국과 물리적으로 먼 나라이기도하고 수도 리마도 아니고 외국인들 별로 없는 작은 도시이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페루 경험을 책으로 녹여내겠다고 결심하고 짧은 글을 몇 편 써서 두세 군데의 출판사에 출판 제안서를 보냈다. 그런데 모두 퇴짜를 맞았다


(...라고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퇴짜 맞은 이메일을 한 번 찾아보았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땅, 페루라는 배경이 일상 속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다정한 경험이었습니다.

필력도 좋으시고, 문장도 매끄러워서

조금만 다듬으시면 출간하시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네 편의 짧은 일기 식 원고뿐이라 단정 지어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선생님 개인의 일상을 주관적으로 담고 있는 원고라 00에서 내고 있는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색깔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잡지 연재물의 느낌이 강하다고 느껴집니다.

저희와 색깔이 맞지 않는다뿐이지 글을 정말 맛깔나게 쓰시기 때문에,

여행기를 많이 내는 여행 전문 출판이나 일반 대형 종합출판사들의 문을 두드려보신다면

희망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히 권해드린다면, 무가지 신문이나 주간지, 잡지 등에 연재를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안 그래도 일전에 몇몇 신문사에서 여행기 연재를 구하기에

제가 개인적으로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페루보다 조금 더 대중성 있는 여행지를 원하기에 무산되었습니다만,

이처럼 선생님께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락을 취해보셔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보신다면 후에 연재물을 엮어 책으로 출간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시 제 짧은 소견입니다만

일단 페루의 문화와 언어에 조금 더 적응하신 후에,

다채로운 경험과 여행 여정을 블로그나 싸이 페이퍼 등을 통해

인터넷 독자들에게 전하시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출간되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들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검증된 후 출판사의 접촉을 통해 출간된 것들입니다.

분량도 각 꼭지 당 현재의 세 배 정도는 늘이셔야 책으로 묶을 만하겠습니다. 

잘 알고 계시다시피

많은 출판사들이 이미 검증된 독자층을 거느린 작가의 책을 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으시고, 길게 내다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왕 한두 달 계시고 돌아오실 페루가 아닌 만큼, 더 많이 알아가시면서 쓰시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보내주신 4 꼭지의 원고를 볼 때, 일단 글을 재미나게 쓰시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신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글의 양과 질을 풍성하게 다듬으셔서

신문이나 잡지 연재, 혹은 인터넷 연재라는 창구를 통하신다면

여행 에세이를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들의 많은 접촉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0을 제일 먼저 기억해주시고 공들여 쓰신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셨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렇게나 친절하게 답장을 해주셨었다니...

그리고 이 주옥같은 조언은 또 어떤가...

나는 왜 이 조언을 새겨듣지 않았을까...

내가 이 조언대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글의 양과 질을 갖추고 여행 에세이 전문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 봤더라면....
나는 벌써 작가가 되어있을까? 


그 당시는 안 되는구나... 결론만 받아들이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오색찬란했던 나의 3년 페루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 와서 서울 사람으로 나의 커리어 역사상 월급 제일 많이 줬던 회사도 다니고, 예쁜 오피스룩도 많이 입어보고 하다가 셋째 생겨 그만두고 아이 키우다가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내 삶도 평범하지 않았다(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려나?). 

나는 무려 5년 반이나 그곳에서 살았고 파란만장한 그때를 혼자만 간직하기는 아까워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게 딱 일 년 전이고 나는 아래와 같은 결과를 받았다.

또 안되었구나...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으며

내 삶과 내 글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으며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구나.

마음이 쓰렸지만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제는 라오스에 살고 

지금 나는 아주 심심하고 단순한 삶을 살고 있으며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라오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친구와 지인들이 너무 궁금해하며 거기는 어때?라고 물어봐도  

"너무 더워서 아무 곳도 못 나가. 나는 아직 라오스 무식자야"

라고 대답하기는 했다. 

하지만 라오스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작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는 한다. 


라오스 무식자가 라오스와 라오스에서 사는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되었다.

이런 기쁜 소식을 가족들에게 말했는데 남편과 아들은 브런치가 뭔지도 모른다. 다행히 세 번째로 말한 딸은 브런치가 뭔지를 아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아니? 했더니 "저도 기사 같은 거 검색은 해요" 한다.

다행이다. 한 녀석이라도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으니까.


엄마 아빠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이 많은고야?"했더니

카톡~~  엄마로부터 바로 답장이 온다


너에겐 다른 사람보다 더 다양한 삶의 경험과 글로 써낼 재료가 그득 쌓여있잖아.

홧팅! 응원할게.
나는 하나도 놀랍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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