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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Apr 26. 2023

[영국여행] 영국에서는 전기차를 빌려볼까

영미합작 드라마 아웃랜더에 푹 빠져있던 나는 영국에 간다면 스코틀랜드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웃랜더는 Diana Gabaldon의 엄청 두꺼운 소설 Outlander를 원작으로 하여 만든 Netflix 드라마로 2014년 시작해 현재 시즌 6이 종료되었고 시즌 7을 기다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종군 간호사인 클레어가 우연히 약 200년 전 스코틀랜드로 타임슬립하여 벌어지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인데, 역사와 전쟁, 사랑이 적절히 버무려져 매우 매력 있는 시리즈다.

나는 먼저 소설로 접했는데, 1권에서부터 스코틀랜드 억양과 방언이 많이 나와 이게 뭔 소리래... 하며 포기해 버리고...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본 후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소설 1권은 잘 마쳤는데 2권으로 가니 배경이 프랑스로 바뀌면서 또 불어가 너무 많이 나와 난관에 빠진 책이다.

어쨌든... 드라마처럼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보며 비슷한 돌기둥에 가면 신비한 기운을 느끼려나 싶었으나...

결정적으로 렌터카 비용이 런던 근교보다 많이 비싸 이번에는 포기했다.


이번에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중심으로 여행하기로 하고, 나름의 가격 비교를 통해 차를 대여했던 회사는 캠브리지에 있는 30년 된 작은 지역 렌터카 회사 https://www.cambridgecarandvanrental.co.uk/이다.

영국의 물가는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자동차 렌트도 옵션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일단, 수동기어인 경우가 저렴하고, 빌린 사람 1인만 운전하는지 아니면 몇 명이 함께 하는지, 보험의 커버범위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그렇게 여러 가지 옵션을 비교하던 어느 날, 전기차를 만나게 된다.

    렌터카 회사 홈페이지에 설명된 전기차의 장점

* 당사는 전기 자동차를 대여할 때 사용자가 가능한 한 쉽고 간단하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사의 모든 전기차에는 고속 충전 리드가 제공되므로 집에 충전 지점이 없더라도 항상 차량을 빠르게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전기차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배터리 충전은 어디서 하며, 얼마나 걸릴까? 와 같은 전기 자동차의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국의 이동 평균 여정은 30마일에 불과하며 평균적으로 200마일 이상의 범위는 보장됩니다. 특히 매일 차량을 충전하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 장거리 여행은 어떻습니까?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에서 2~3시간마다 휴식을 취합니다. 즉, 이 기간 동안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10마일입니다. Zap Map https://www.zap-map.com/과 같은 웹사이트/앱을 사용하여 여행을 계획하고 급속충전소가 있는 곳에서 멈추어 충전하면 1시간 이내에 여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 연료 절감 비용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에 비해 연료 절감 효과는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Renault Zoe는 정말 빈 상태에서 완충될 때까지 £10.00 정도이지만, 탱크 크기가 40리터인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약 £48.00의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기차를 빌리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고, 자동차는 좌측통행이므로 운전할 때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그래서 빨간 기아차를 빌린 첫날은 동네 주위를 슬슬 몰고 다니며 영국 운전시스템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문제가 없었다...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뒤에서 언급하겠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운전 시 차가 왼쪽으로 붙는 경향이 있고 왼쪽 앞쪽이 사각지대로 커브를 돌 때 거의 닿을 듯하여 신경이 많이 쓰였다. 첫날은 운전을 많이 안 해서인지 가득했던 연료게이지는 거의 줄지 않아 충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옥스퍼드로 갔다. 그리고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Zap Map앱을 이용해 옥스퍼드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진 동네 충전소를 발견하여 충전을 시작하였다. 나름 먼 거리를 와서 피곤하기도 하고 옥스퍼드에서의 첫날이라 간단히 둘러만 보자며 중심가를 2시간가량 슬슬 걸어 다니다가 집으로 가려고 충전기를 분리하려 하였다.

그런데... 전기차 충전 커넥터가 분리되지 않는다!

요롷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데... 커넥터가 강하게 연결되어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자칫 힘으로 빼려다가 문제가 생길 것만 같다. 슬슬 전기차를 빌린 것에 대한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전기차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공부도 안 하고 그것도 해외에서 처음 사용해보려고 하다니.. 좀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아이는 자동차 설명서를 읽기 시작하고

남편은 유튜브를 보며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찾기 시작한다

차분히 기다리지를 못하던 나는 전기차 충전 단자에 붙어있던 긴급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무리 해도 충전 커넥터가 분리가 안 돼요" 했더니 

"충전 중지 버튼을 누르세요"

해본 후 "안 돼요"

"자동차 시동을 켰다가 꺼보세요"

해본 후 "그래도 안 돼요"

말하는 대로 다 해보아도 안 되니, 저쪽에서 

"그럼 여기서 강제로 충전을 종료하겠습니다" 한다. 

그렇게 해달라고 하고 강제 충전 종료를 한 후에도 분리가 안 된다.

그쪽에서도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전화를 끊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느끼기에는 억만 겁의 시간...

다시 충전 커넥터를 전에 하던 방식으로 잡아당기니 부드럽게 스르륵 빠진다.

어떻게 된 거냐고?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원래 전기차를 충전중일 때는 충전 커넥터가 분리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이가 무단으로 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때로 우리처럼  분리가 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발생한다.

보통 충전기 본체에서 충전 중지 버튼을 누르면 분리가 되는데 안 될 땐 키로 자동차 문을 오픈하고 한 번에 안되면 두 번 누르면 체결 버튼이 풀린다고 한다.

우리가 알아낸 방법은, 충전을 마무리하려고 할 때 자동차 문이 잠겨있을 때는 분리가 되지 않으므로, 

차 키로 자동차 문을 열고 난 후 30초 이내에 커넥터 분리버튼을 누르고 잡아 빼면 스르륵 잘 분리되었다.

이 방법으로 분리한 후 커넥터 분리 문제는 다시 없었다.


두 번째 문제에 봉착했던 건, 스톤헨지를 다녀오던 날이다.

먼 길 다녔는데, 마일 계산을 잘못해서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배터리가 방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숙소까지의 마일수와 남은 전기 마일수를 시시각각으로 비교하던 나는 Zap Map앱을 이용하여 근처의 충전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3∼7㎾)과 급속(50㎾ 이상)으로 나뉘며 지금까지 우리는 완속으로 충전했었음을.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급속 충전소를 찾아 들어갔다. 급속 충전기에 커넥터를 연결하고 휴게소의 코스타 커피에 앉아 큰 잔에 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자니 이리 나른할 수가 없다. 막내 녀석 수학문제지도 한 두 장 풀리니 시간이 한 시간 반쯤 흐르고 이젠 됐으려니 하고 갔더니, 급속충전이라 그런지 그 짧은 시간의 충전에 내일 캠브리지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충전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제 충전도 잘하고, 분리도 잘하니 전기차에 대해서 다 알았다며 희희낙락 거린다~


소소한 문제들이 해결된 이후에는 전기차의 장점들이 쏙쏙 들어왔다.

1. 너무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자동차의 시동이 켜진지도 몰라 운전자나 지나가는 행인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동이 켜지거나 후진 시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인공적인 우주선 같은 소리가 난다.

2. 친환경적이다. 

3. 연료비가 완전 저렴하다. 캠브리지에서는 무료 충전소가 있어 충전비가 들지 않았고, 옥스퍼드의 큰 쇼핑몰인 Westgate Oxford에서도 무료 충전이 가능했다. 다만 Westgate Oxford에서는 주차료를 따로 지불했다.

4.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경험. 마지막 즈음에 발견한 스포츠카 모드. 이 모드를 누르면 저속에서도 강력한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차 모터의 특성 때문에 가속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스포츠카를 타는 듯, 또는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마저 경험할 수 있었다.


사고 없이 자동차를 잘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열흘정도 지났나 보다.

어제 띠르릉 소리와 함께 난 카드결제 문자에 깜놀하고 말았다.


135파운드.

전기차를 빌린 첫날 자동차에 익숙해질 겸 슬슬 천천히 이동했다는 그날, 속도위반 한 번.

옥스퍼드의 Westgate 쇼핑몰의 주차장을 찾지 못해 헤매었었는데, 이때 버스전용차로 위반 3번.

도합 135파운드, 20만 원이 넘는 돈이다.

이번 영국 여행 중 도로 어디에도 경찰은 없고, 

단속 카메라를 본 적도 없고

딱히 신호를 위반한 적도 없으며

속도 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지키려고 했으며

안전운전 잘하고 돌아왔다 생각했는데...

벌금에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눈뜨고 코 베어가는 나라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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