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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Apr 20. 2023

[영국여행] 여행자의 눈으로 본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이번 영국 여행의 테마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였다.

옥스퍼드에서 [학생이 알려주는 2시간 Walking Tour]를 듣고 나서 너무 만족해서 캠브리지에서도 같은 여행사의 같은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두 대학의 차이점도 있고 공통점도 많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두 대학이 서로를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어딘가"로 표현하며 대놓고 대립구도를 표출하여, 설명 중간중간 빵 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경험한 여행사는 Footprints Tour였으며, 하루 2번 오전 11시 또는 오후 2시에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대학교  박사과정생들이 설명해 주었고 투어 자체는 무료였으며 투어를 마치고 원하는 만큼 팁을 주는 형식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으며,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생이 설명하는 학교를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와 함께 덤으로 영국 역사까지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오래 걸어 다니는 것이 체력적인 무리가 있다거나, 역사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이라던가 아이가 어리다면 힘들 수는 있겠다.

캠브리지 예약은 여기 https://footprints-tours.com/cambridge/tours/cambridge-walking-tours/free-cambridge-walking-tour

옥스퍼드 예약은 여기서 https://footprints-tours.com/oxford/oxford-walking-tours/2-hour-free-oxford-walking-tour 했다.


다음의 내용은 한국의 평범한 영어 수준을 가진 여행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니, 행여나 실수가 있다면 친절히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캠브리지
옥스퍼드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의 공통점

1. 대학교 지원 시스템: 두 대학은 같은 날(10월 15일) UCAS를 통해 지원하는데, 두 대학을 동시에 지원할 수 없다. 이는 서로의 자존심 때문이라는데, 한 대학에서 떨어뜨린 학생을 다른 대학에서 받아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오래된 역사: 옥스퍼드가 1096년에 먼저 설립되었으며 옥스퍼드 학생이 한 여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소요가 일어나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옮겨가 1209년에 세운 학교가 캠브리지라는데...이건 옥스퍼드 측의 설명이니 믿거나 말거나 두 대학 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3. 컬리지 체계: 신입생부터 칼리지별로 뽑기 때문에 지원 시 원하는 칼리지를 잘 알고 지원을 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Open application으로 지원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대학교에서 학생의 적합 컬리지를 결정하게 된다. 칼리지별로 문화나 기숙사를 경쟁률도 다를 수 있다. 컬리지는 과로 나뉜 것이 아닌, 생활단위의 집단으로 한 칼리지에는 여러 과의 학생들이 섞여있고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수업은 각 학과(Department)로 가서 듣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캠브리지는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 퀸스 컬리지(Queen's college),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등의 31개의 컬리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옥스퍼드는 38개의 컬리지가 있다.

이 칼리지 체계는 매우 중요해서 뒤에 나오는 튜토리얼, 슈퍼비전이나 Formal도 칼리지 단위로 이루어진다.

4. 소규모 수업방식: 대규모 강의를 듣지만 그 이후 소규모로 교수 1인당 학생 1-3명 정도로 강의 후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진행되는 개인 과외 같은 소규모 수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는 "튜토리얼", 캠브리지는 "슈퍼비전"이라고 부른다. 외국학생들은 영국학생에 비해 3배가량의 학비를 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규모 수업 방식으로 교수님과 심도 깊은 토론을 하며 맞춤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방식임에 틀림없다.

5. Formal(만찬):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참석하는 공식 만찬인 '포멀(formal)'이 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이다.

Formal은 대학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고,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사교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자신의 컬리지와 대학 전체의 공동체와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Formal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정해진 시간에 늦으면 안 되고, 남자는 넥타이에 정장을 차려입고 구두를 신어야 하며 여자도 갖추어 입어야 한다. 컬리지에 따라 검은 가운을 필수로 위에 입어야 하기도 하며, 만찬의 시작과 끝은 라틴어로 안내한다. 

6. 탄식의 다리(The Bridge of Sighs): 옥스퍼드 대학의 하트포드 칼리지와 캠브리지 대학의 세인트 존스 칼리지 사이의 페더스 광장(Fedora Square) 위에 다리가 있는데 모두 이름이 탄식의 다리이다. 원래 다리의 이름은 탄식의 다리가 아닌데, 학생들이 성적표를 받고 그 다리에서 한숨을 쉬면서 지나가기에 탄식의 다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캠브리지 탄식의 다리가 유명하자 옥스퍼드에서도 샘을 내어 같은 이름의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7. Botanic Garden: 옥스퍼드의 Botanic Garden는 1621년에 개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 중 하나이며 캠브리지 대학교의 Botanic Garden은 1846년에 열었다. 두 식물원 다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장소이다.

8. 자전거 행렬: 대학도시답게 도시 전반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옥스퍼드보다 캠브리지의 학생들의 자전거 이동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9. 보트 경주: 우리나라에 연고전에 있다면 영국에는 옥스브리지의 보트경주가 있다. 경주는 Thames River에서 열리며, 두 대학의 8인승 보트가 시합을 벌이게 된다. 이 경주의 결과는 두 대학의 자존심과 연결되어 매년 어느 대학이 이기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거의 동률 캠브리지 85승, 옥스퍼드 81승이라고 한다.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의 차이점

1. 옥스퍼드는 정치, 인문학, 사회과학등의 문과 분야가 강세인 반면, 캠브리지는 과학과 공학등의 이과 분야가 강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옥스퍼드에서는 영국 최초 총리인 Robert Walpole을 비롯해서 Boris Johnson까지 총 28명의 총리를 배출했는데 Boris Johnson으로 인해 그 가치가 좀 낮아졌다는 가이드의 농담;;; 캠브리지는 John Major, Artur Balfour 등 12명을 배출했다. 반면 노벨상은 캠브리지 117명, 옥스퍼드 69명으로 과학 공학 분야는 캠브리지가 강하다. 

2. 캠브리지의 Punting: 옥스퍼드에도 강이 흐르지만 캠브리지의 Cam river 가 더 커서인지, 캠브리지의 Punting이 유명하다. Punting은 전통적으로 캠브리지 학생들이 많은 즐기는 활동으로, 하는 방법은 1) 학생이 노를 저어주며 학교에 대해 설명해 주는 학생 가이드, 2) 사설업체의 가이드 이것이 조금 더 저렴했다, 3) 배를 빌려 직접 보트를 저을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3번을 선택해서 긴 막대를 이용해 직접 배를 저었는데, 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배가 뱅글뱅글 돌았고, 조금 후에는 다른 배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배가 부딪힐 때는 큰일이나 날 줄 알았는데, 전혀~ 보통은 웃으면서 "괜찮아"," 너 처음이지?", "잘하고 있는 거야"라며 격려해 주었다. 풀밭에 앉아 여유롭게 펀팅을 구경하던 분 바로 앞에서 쿵 하고 박았을 때는 "너희들 나를 향해서 온거야?" 해서 그 분도 웃고 우리도 웃고. 

하지만  중간 지점 어느 시점에는 도저히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아 배를 버리고 올까?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도착 지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정해진 시간보다 8분 정도 경과한 후였는데, 원래는 추가요금을 내야 하지만, 지친 우리의 얼굴을 보더니 그냥 가라고 했다. 

그래도 캠브리지에서의 punting이 이번 여행의 가장 재미있고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옥스퍼드의 해리포터: 막내가 해리포터 덕후라 여행 2달 전에 온라인으로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예약하려고 해 보았지만 이미 표가 없었다. 다행히 옥스퍼드에 해리포터 관련 장소들이 있어 막내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할 수 있었다. Christ Church College의 식당은 호그와트 식당으로 나왔고, Bedleian Library는 해리포터의 양호실의 배경이라고 한다. 이번의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식단"이 옥스퍼드에서 촬영된 것처럼, 옥스퍼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설명이나 안내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있지만 입장료가 더 비싸고 영화나 대중매체에 더 많이 노출되는 듯하다.

4. 주차: 옥스퍼드가 관광객이 더 많아서 그런지, 주차하기가 힘들고 주차료가 비쌌다. 이번에 전기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녔는데, 캠브리지 내에 무료 전기차 충전소가 있어 편하고 좋았다.


전반적으로 옥스퍼드는 관광객에게 더 친절한 대학, 캠브리지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이라는 느낌이다.


두 대학이 비슷하면서 다르고, 서로 얽혀서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경쟁하면서 서로 발전하고 있는 지성의 집단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시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영국 특유의 엑센트가 지적으로 들리고, 

그냥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토론을 하는 듯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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