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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May 11. 2023

[IB] 오지 말라길래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TOK (Theory of Knowledge) Exhibition

학교에서 Final reminder for the TOK exhibition  알림이 마구 날아오는데,

아이는 

 저 진짜 엄마 생각해서 그러는 거예요.
오실 필요 없어요.
그 재미없는 것을 엄마가 왜 들어요?

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아이가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유가 있겠거니... 싶기도 하고

학교 행사에 안 가면 나도 편하기에 안 가는 방향으로 기우는데

그간 가만히 있던 남편이 "학교에서 오라는데 왜 안 가? 나 퇴근하고 조금 늦게라도 가자" 하기에 갔다. 

IB의 필수과목 TOK (Theory of Knowledge), 

우리말로 "지식이론"이라는 과목에서 점수의 1/3을 차지하는 첫 번째 단계 Exhibition(전시회 또는 발표회)


TOK Exhibition이 도대체 뭐야?


오늘에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일단 Exhibition에 도착해서 내가 본 전경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본인이 설명할 것 중 핵심만 큰 종이에 붙여놓았고 학부모들은 앞에 서서 학생의 설명을 듣는다. 

학생들이 열정을 다 해 본인이 정리한 이론을 설명하므로 TOK Exhibition은 하루 종일 진행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Secondary인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차례로 와서 설명을 듣게 되므로 부모들에게 보여 주기 전에 학생들은 이미 수십 번의 똑같은 설명을 해 봄으로써 반복 연습을 거친 후라고 보면 되겠다

이를 들은 학부모는 보통 피드백을 주거나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것이 나에게는 매우 어려웠다. 일상적인 주제도 아닌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며, 

주위에서 전부 떠들고 있기 때문에 시끄러워 잘 안 들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말한 내용의 반이라도 이해했으려나? 

다행히 남편이 잘 알아들어 대응을 해줬기 망정이지 혼자 갔으면 민망했을 듯. 

한 학생의 설명을 들은 후 다른 학생에게 가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여 거의 모든 학생의 설명을 듣게 된다.

절대 내 아이 앞에만 서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출처: https://norreg.dk/


알고 보니 Exhibition의 주제는 학생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IBO에서 정해주는 35가지의 주제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이 주제들은 굉장히 형이상학적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What counts as knowledge? 지식이란 무엇인가?

Are some types of knowledge more useful than others?  어떤 종류의 지식이 다른 종류보다 더 유용한가?

What features of knowledge have an impact on its reliability? 지식의 신뢰성에 영향을 주는 특징은 무엇인가?

On what grounds might we doubt a claim? 어떤 근거로 우리는 어떤 주장에 의심을 하는가?

What counts as good evidence for a claim? 어떤 주장에 대해 좋은 근거란 무엇인가?

How does the way that we organize or classify knowledge affect what we know? 지식을 구성하거나 분류하는 방식이 우리가 아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학생들은 이러한 35개의 주제 중 하나를 정한 후, 

그 문제가 우리 주변에서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탐구하고 

관련된 3 가지 물건 또는 대상을 찾아 연결하여 본인의 주장을 펼치게 되는데 

이때 950 단어를 넘기면 안 된다. 

TOK Exhibition의 핵심 숫자



IB는 45점 만점이며, 6개의 과목에서 최대 7점씩 42점을 받고 EE, CAS와 TOK를 합쳐 나머지 3점을 받는다. 

난이도를 보았을 때 EE가 난이도가 더 높으며, 

TOK 중에서도 exhibition은 TOK 점수의 1/3을 차지하며 학교에서 채점하고, 

12학년 때에는 최대 1600 단어 TOK 에세이를 작성을 하는데 이것이 TOK 점수의 2/3를 차지하고 IBO로 보내져 외부 시험관이 채점을 하게 된다.

TOK/EE 점수 환산표


점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EE와 TOK를 Fail 하는 경우 IB Diploma를 받을 수 없으므로 IBDP의 필수 과정이 되겠다. 


그렇다면 IB는 왜 TOK를 필수로 지정했을까?

학교에서 지식 즉, 국어의 문법, 수학의 곱셈, 물리의 법칙,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등등.. 을 배우는데 

우리는 한 번이라도 지식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찰해 보았던 순간이 있었던가? 


TOK의 과정은 학생들이 지식의 본질을 반영하고 다양한 지식 영역을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IBDP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즉,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지식의 본질과 우리가 배우며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Bloom's Taxonomy라는 분류체계가 있다.

출처: University of Florida

아래가 낮은 수준의 생각 기술이고 지식전달 중심이라면, 

위로 올라갈수록 고차원적이며 학습자 성장 중심이 된다는 것인데, 

내가 배웠던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해 보면 거의 대부분이 Low-Order Thinking Skills, 즉 암기와 이해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이번 TOK Exhibition을 보며 학생들의 상위인지를 제대로 자극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활동이 기반이 되어있기에 IB 과정이 다른 과정보다 복잡하고 해야 할 것이 많아 학생들을 제대로 괴롭히는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들아, 오늘 아이보리 면바지에 제대로 갖추어 입고 설명하던 모습 멋졌어.

안 갔으면 어쩔 뻔했니...

덕분에 니가 쑥~ 성장하는 순간을 놓치치 않고 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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