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엄마 미영

by 정미숙

알람시계의 요란한 소리가 5시 반을 알린다. 미영은 어둠을 헤치며 손을 뻗어 그 소음을 잠재운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기운을 내 몸을 일으켜 세워본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벽을 따라 나아가며 부엌을 향한다. 정신이 아직도 흐릿한 그녀는 컵에 물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정수기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그녀의 무의식을 깨우는 음악처럼 들린다.


아침 식사로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며, 미영은 냉장고 문을 천천히 열어본다. 호박, 감자, 양파, 그리고 두부가 마치 그녀를 반겨주듯 눈에 들어왔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차돌이 가만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오늘의 아침 메뉴로 차돌된장찌개를 결정했다. 밑반찬을 확인해 보니,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그리고 김치가 있었다. 계란프라이를 추가하면 완벽한 아침 밥상이 완성된다.


압력솥에 쌀을 채워 넣고 강불로 10분 예약을 해둔 후, 된장찌개에 들어갈 채소들을 깔끔하게 손질해 놓는다.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하자, 준비해 둔 재료들을 넣고 한 소금 끓인 후, 된장을 넣고 파와 고추를 마지막으로 넣으면 끝이다. 맛을 확인해 보니, 고기에서 우러나온 육수와 야채들이 섞여 찌개가 훨씬 더 깊고 풍미 있게 만들어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미 6시를 가리키고 있다. 남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을 준비해주고 나서, 미영은 중학생인 아이들을 깨우러 갔다. 잠이 많은 아이들은 엄마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을 깨워보지만 역부족이다.


어릴 적의 미영도 잠이 많았다. 그때 엄마가 미영을 깨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불 뺏기, 폭풍 잔소리로 깨우기, 물을 묻힌 고무장갑으로 엉덩이 때리기였다. 그런 추억이 좋지 않았던 미영은 엄마가 되면서 다짐했다. 아이들의 아침이 반드시 행복하진 않더라도, 그 행복을 빼앗는 주요 인물이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미영은 어느새 자신의 다짐을 잊고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일어나, 벌써 6시 반을 넘어가고 있어. 오늘은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잖아."

아이들이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미영의 분노는 점점 커져갔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는 걸까. 힘들다. 지친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런 생각들이 미영의 마음을 공격했다.


7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난 아이들은 화장실을 먼저 들어가기 위해 아침부터 다투기 시작했다.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치 양보를 하지 않는다. 미영의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했다.


미영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재민이라는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다. 항상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미영에게 불안감을 주곤 한다. 딸 민영은 중학교 2학년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예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물건에 손만 대도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곤 한다. 두 아이의 불안함을 짊어지며, 미영은 항상 피곤하다.


오늘도 아이들은 아침 식사를 거르고 학교로 떠났다.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는 아이는 없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는 그저 열심히 아이들을 키운 것뿐인데. 중2병, 사춘기, 질풍노도라는 단어들만 들어도 미영의 심장은 무거워진다. 자신을 위로하려 해도 그럴 힘이 미영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어본다. 눈앞에 펼쳐진 집안일들이 미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시 일어나 아침 설거지를 시작하고, 청소기를 돌리며 집을 닦는다. 빨래를 돌리는 일까지 끝내고 보니,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자신을 위한 시간이 조금 남았다.


사워를 하려고 들어간 욕실.


여기저기 제자리를 잃은 바디워시와 샴푸, 가족들이 벗어 놓은 옷가지들, 변기 사용 후 내리지 않은 물. 미영이 조그맣게 말한다. 씨발. 미영은 어금니를 깨물고 욕실 청소를 시작한다. 1시간 동안 솔로 밀고 또 밀었다.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고 나니, 벌써 정오가 되어 버렸다.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느끼며 미영은 습관적으로 한숨 내신다.


장을 보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섰다. 가까운 마트도 있지만, 물건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해 차를 타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로컬푸드 마켓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동시에 농민들을 지원할 수 있어 미영이 자주 찾는 곳이다.


미영은 양배추, 고등어, 시금치, 콩나물, 두부, 고구마줄기, 미역줄기 등을 구매했다. 아침 식사와는 다른 메뉴를 준비해야 하기에 메뉴 선정은 어렵다. 오븐에서 구운 고등어를 양배추로 싸 먹는 상상을 하자,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양배추의 달콤한 맛과 고등어의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미영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계산대로 이동하던 중, 과일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과, 배, 포도를 추가로 구매했다. 아이들이 성장기가 되자, 과일은 이틀을 못 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영의 장 보는 주기도 점점 짧아져 가고 있었다.


한 번에 많이 사서 보관할 수도 있지만, 미영은 가능한 신선한 과일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미영은 점점 지쳐갔다. 장을 보는 일조차 힘겹게 느껴지고 자신만 희생하는 것 같은 생각이 미영에게 가중되었다. 이럴 때마다 미영의 한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전업주부가 된 후로 미영은 말도 줄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다. 아내, 엄마, 며느리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남편이 직장에서 편안히 일할 수 있도록, 미영은 묵묵히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아이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깨끗한 집안 환경과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며 엄마로서의 역할도 완벽하게 해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줄 알았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은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꼈고, 그럼에 따라 점점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주말 아침, 민서는 옷이 없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엄마, 도대체 집에서 뭘 하는 거야? 스마일 잠바가 없잖아. 오늘 그거 꼭 입어야 하는데 어떡할 거야. 아이씨, 짜증 나."


민서는 엄마에게 불만을 터트린 후 잡히는 잠바를 들고 집을 나갔다. 민서를 부르려고 했지만 심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서러운 마음에 한숨만 여러 번 푹푹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