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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01. 2022

저는 자가 격리자입니다

엄마의 부재

 화요일 아침, 몸이 이상하다. 누군가 몸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아이를 챙겨 학교에 보내고 병원에 갔다. 열 체크를 하자 37.9도. 의사 선생님은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결과는 음성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액을 맞아서 일까 마법처럼 몸을 찌르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 공부를 봐주었다. 그날은 마법 같은 수액의 도움으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몸은 계속 불편함을 호소했다.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약을 먹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그렇게 반복된 일상을 보냈다.  금요일 아침,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몸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서지 못했다. 오한과 고열로 인해 참기 힘들었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건넨다.  


"엄마, 나 혼자서 아침 찾아먹고 갈 수 있으니깐 더 주무세요."


 평소 같았으면 몸을 일으켜 세워 아이를 챙겼겠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아이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든 것 같다. 눈을 뜨자 아이는 없었다. 주말에 중요한 1박 2일 교육이 있다. 참석을 못하면 너무 섭섭할 것 같았다. 몸을 일으켜 세워 병원에 갔다. 병원 대기실에는 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대기시간을 묻자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병원 대기실에서 또 잠이 들었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환자분, 진료실로 들어가겠습니다.”

"선생님, 제발 부탁입니다. 오한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제발 이 증상이 사라지게 해 주세요. 집에서 혹시나 싶어 자가 진단키트도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환자분,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와 독감 검사를 같이 해 보겠습니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며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코로나 양성이 나왔네요."

"양성요?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군요. 선생님 제발 오한과 어지럼증만 사라지게 해 주세요."

 의사 선생님은 알겠다며 코로나 확진 진단서와 약을 처방해 주셨다.  수액을 맞으며 스르륵 잠이 다.




 그렇게 자가 격리자가 되었다. 화장실이 붙어있는 안방을 일주일간 혼자 쓰기로 했다. 필요한 노트북, 태블릿, 책을 챙겨서 들어왔다. 고열, 오한, 어지럼증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하루 종일 천장만 보고 누워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인후통 증상이 나타났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아팠다. 침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이제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누워서 다양한 통증들과 싸우고 있었다. 인후통과 기침은 점점 심해졌다. 이제 누가 봐도 환자다. 걱정스러웠던 부모님들은 돌아가며 계속 전화를 하셨다. 통증을 참는 것도 힘든데 어른들의 계속되는 관심이 불편했다. 그냥 귀찮았다.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5일째가 되었다. 인후통이 나아졌고, 침을 삼켜도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엔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며 이보다 더 게으를 수는 없다를 몸소 실천해 보였다. 하고 싶은 것들만 해도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홀로 여행을 온 기분이다. 이 작은 방 안에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한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만 던지 된다.

 

 온전히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남편의 사정은 달랐다. 자가 격리가 되자 남편은 바빠졌다. 출근 전에 아이를 깨워 아침을 준비해 둔다. 수저와 물통을 학교에 가져갈 수 있도록 챙겨둔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퇴근할 때는 메뉴를 고민한다. 엄마가 없는 집은 규칙이 무너졌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남편은 집안일을 끝내지도 못했는데 벌써 10시라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제 그만 끝났으면 좋겠다. 얼마나 남았어? 집안일 해도 끝이 없어. 정말 미칠 것 같아.”

“조금만 참아 이제 딱 하루 남았어.”

“정말 일주일이 너무 길다. 이때 회사까지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 오늘은 아침밥도 못 챙겨줬어. 짠해.”

“그랬구나. 자기가 고생이 많다.”

남편이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방문을 닫자, 남편 거실에서 분주하게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한참 동안 들리다 멈췄다. 당연히 해주던 엄마의 음식이 사라지고 간편식, 패스트푸드 등 바깥 음식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이는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 그립다. 남편 또한 집안일에 끝이 없음을 느낀다. 자가 격리를 통해 엄마의 소중함을 느낀 가족들의 따뜻한 눈빛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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