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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05. 2022

꼭 다시 찾고 싶은 그곳

나에게 특별한 곳이 있다

 2012년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슬픈 소식을 접했다. 바로 나의 암 판정 소식이다. 집안에서 가장 어린 나의 암 판정 소식은 모든 이들을 놀래고 힘들게 했다. 친척들은 나를 안타까워했고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슬퍼하기도 전에 암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난 고민할 시간도 없이 입원해 수술 날짜를 잡았다. 나에겐 꼭 지켜야 할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수술을 하고 퇴원을 했다. 항암치료를 받고 싶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보였고, 10%의 가능성이 나일 수 있다는 말에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몸이 많이 약해졌지만 난 살아야 했다.


 이를 악물고 매일 같이 올랐던 산이 있다. 집 앞에 있는 작은 뒷산이다. 평소엔 찾지도 않았을 곳이지만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밖에 없었다. 한라산보다 높아 보였던 산. 매번 초입만 오르고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를 응원하는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었다. 더 잘 먹고 더 많이 운동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을 오르고 1년이 지나자 나는 한라산같이 높았던 산을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산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환하게 미소 짓던 철쭉과 함께 걷던 청설모. 항상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무들. 그곳은 나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가족들 앞에서 울 수 없었던 나는 산에 올라 마음껏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면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1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그곳은 몇 해 전부터 산을 깎고 공사 중이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나를 따라다니던 청설모와 괜찮다고 미소 짓던 철쭉,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무가 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남아 있는 그곳. 나의 가장 힘든 순간 나에게 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말을 걸던 그곳을 다시 보고 싶다. 이제는 그저 사진 속에 풍경이 전부지만 나는 언제나 그곳을 잊을 수 없다.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 곳. 누구나 잊지 못하는 장소가 있듯 그곳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다. 내 맘대로 안되어 속상해서 울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다시 걸을 수 있게 했던 곳. 그렇게 나는 버텨냈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당당한 엄마로 일어설 수 있었다.


 자연이 나에게 준 커다란 선물은 가장 힘든 순간 어떤 말보다 기다려주는 거란 걸 배웠다. 나는 삶을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삶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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