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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an 09. 2023

한 통의 전화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폰 화면에 미미의 이름이 뜬다.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미미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

 “미미야, 혹시 무슨 일 있니?”

미미가 왈칵 울음을 쏟아낸다. 울음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한참 들려왔다.


잠시 후 울음과 섞인 한마디.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

 “나?”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수화기 너머에 있던 미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책을 읽는데 너무 안 넘어가서 나중에 읽으면 괜찮겠지 했는데 다시 읽으려고 하면 눈물이 쏟아져서 미칠 것 같아.”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친구의 힘든 시간 속을 들여다본다는 건 쉽지 않다. 그 당시 함께 나눌 수 없었던 미안함과 속상함이 같이 들었을 거다. 당시 미미는 임신 중이었다. 병원에 오겠다는 친구를 임신 중이니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말렸다. 혹여 친구가 충격을 받아 태아에게 안 좋을까 염려가 되었다.

 “내가 잘못했네. 널 울리고 미안하다.”

 “그래 네가 잘못했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한숨이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다. 글은 이처럼 내가 말하는 것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글은 담담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했으면 눈물을 멈추고 싶은데 계속 눈물이 날까.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시 책을 펼쳐본다. 수십 번을 읽고 교정했던 글 속에 나를 직면하며 또 눈물이 주르륵 얼굴을 타고 내려온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글이기에 읽는 사람도 진심이 느껴졌던 거다. 세련된 글은 아니지만 진솔함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출처. pixabay


 한 통의 전화를 통해 다시 생각에 잠겨본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글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말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음으로 자신들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이야기해주고 있다. 멀리서 보면 누구보다 걱정 없고 행복한 삶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저 매일 주어진 삶을 살아내면 내 인생은 빛날 거다.

 

2022년 1월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다.

곧 빛날 내 인생.

나의 다짐이 마법을 부린 걸까.

내 인생이 점점 빛나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한 것들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 맞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잘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잘 될 사람이다. 멋지다 내 친구. 자랑스럽다, 친구야."

내가 태어나 이렇게 많은 응원의 메시지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했다.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이도 안다.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를 말이다.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때 모두 빛나는 인생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가오는 말들 속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 해였다.


한때는 자신을 질타했던 내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끊임없이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객관적인 사람이다. 나를 정확히 바라보았기에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몸소 익힐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면서 진짜 어른이 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나를 토닥여 본다.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점점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책을 내는 것은 내지 않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주변에 사람들이 자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진정 원했던 바람이 점점 일어나고 있다. 나의 작은 날갯짓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글로 표현될 때의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생각과 글이 다르면 다시 수정하면서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이렇듯 기쁘거나 고민될 때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러면 생각들이 정리가 되면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준다.  작가는 경험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다. 남다른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창작은 고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관찰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 표정, 습관 등을 보면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려본다.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떤 습관이 있는지를 관찰하다 보면 나는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될 거다. 말을 하기보다 듣는 사람이 되어 온전히 안아주려고 한다.

처음 글을 쓰던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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