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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an 18. 2024

초등 졸업 기념 모녀 여행 1

다낭 이야기 - 호이안

하교한 겨울에 표정이 어둡다. 궁금한 엄마는 눈치만 살핀다. 드디어 겨울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 에버랜드 취소됐어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거라 얼마나 기다렸는데."

속상함이 말과 표정에 그대로 보인다.

"겨울아, 그럼 친구네랑 여행 갈까?"

갑자기 표정이 변하며 눈물을 닦는다. 눈을 반짝거리며 묻는다.

"엄마, 어디로 갈 거예요?"

"어디든 너희가 정해보렴."


가볍게 생각했던 여행은 강릉, 군산, 부산, 경주, 제주도를 지나 괌, 다낭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반영해 물놀이와 관광도 가능한 다낭으로 결정했다.


이번 여행의 이름은 '초등 졸업 기념 모녀 여행'이다.


2024년 1월 2일 21시 20분에 출발해서 다낭에 00시 30분에 도착한다. 설레는지 아이들은 잠도 자지 않고 떠들고 있다. 엄마들은 피곤함에 잠을 청한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잠바를 벗었다. 수속을 위해 대기 중에 연이네가 시끄럽다.  


모바일 탑승권인데 로밍이 되지 않아서 카톡이 열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휴대폰 사용시간이 다되어 잠겼다.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심을 현지에서 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한 거다. 잠금 된 부분을 해지하기 위해 열심히 검색하는 사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다행히 현지에서는 티켓은 확인하지 않고 여권만 확인하고 입국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허탈한 마음에 쓴웃음만 지었다.

각자의 숙소를 배정받고 다낭의 첫날밤을 보낸다. 겨울이가 엄마와 둘만의 시간이 좋은지 나를 꼭 안아준다.

그리곤 "엄마 고마워"라고 말을 한다.  




본격적인 다낭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제 늦게 도착해 피곤했지만 여행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10시 30분에 호텔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전망이 아름다운 오행산으로 이동했다. 5개의 산이 모여 오행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중 수(水) 산만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힘들게 올라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 어른들과 오기에도 좋다. 사찰 동굴을 감상하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 다낭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확 트인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아본다.


가이드가 선물한 논(베트남 모자)을 쓰고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겨울의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 엄마의 자세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다리가 길게 보이게 찍으려 하자, 엄마는 바닥과 포옹할 자세다.



점심으로 멜리아 빈펄 리버 프런트 37층에 위치한 다낭 타워에서 씨푸드를 먹었다.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아이들도 입맛에 맞는지 잘 먹는다. 어딜 가도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가이드는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마디 한다.

"요즘 다낭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1만 명 들어오고 1만 명 나갑니다. 그래서인지 경기도 다낭시라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한국사람들 덕분에 수입이 늘어서 좋아합니다. 이곳 한 달 월급은 40만 원가량입니다. 한국의 80년대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이드에 설명을 듣자, 아침에 건널목을 건너려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지나가려는 나에게 클락션을 울리며 비키라고 했다. 이곳은 사람이 먼저가 아닌 차가 먼저인 나라다. 건널목을 건널 때 멈추면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고 건너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호이안에서 바구니 배체험은 가이드가 강력 추천해서 추가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동그란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서 가는 내내 음악이 흘러나온다. 중간쯤 가면 뱃사공들이 쇼를 한다. 순간 이곳이 한국인줄 알았다. 어찌나 한국말과 한국노래를 잘하는지 얼떨결에 팁도 주었다. 2명씩 탈 수 있어서 아이들끼리 태웠더니 둘이서 50분 동안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열심히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에는 올드타운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탔다. 강한 바람에 논이 날아가지 않도록 꽉 잡았다. 점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다낭시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가이드가 선물로 각자의 띠로 만든 피리를 선물해 준다며 옛길을 걸어갔다. 올드타운을 다 보기 위해서는 3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혹 다음에 다시 다낭으로 여행을 온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리는 흙으로 만들었는데 정말 못생겼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 보인다. 기념이니까 가방 속에 잘 챙겨 두었다.


내원교, 광조 회관, 턴키의 집을 구경했더니 목이 말랐다. 근처 콩카페어서 코코넛커피를 마셨다. 달콤함에 아이도 어른도 완전 만족해 한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다. 저녁으로는 현지식 반쎄오를 먹었다. 불고기에 쌈을 싸서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었다. 다만 고수는 향이 강해서 함께 먹기 어려웠다.


드디어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화려한 불빛이 보이는 야시장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라탄가방, 신발, 원피스, 냉장고 바지, 실크 스카프, 아오자이가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절대 부르는 대로 주면 안 된다. 1만 동이 545원이다. 30만 동 가방을 10만 동에 샀다. 원피스도 10만 동에 아이들이 하나씩 구입했다. 부채, 비녀, 크록스, 라탄가방을 샀다. 알찬 쇼핑으로 다들 만족스러웠다.


야시장에서 산 원피스


근데 뭔가 허전하다. 가방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오자이를 사기 위해 가방을 옷가게에 걸어두었던 게 생각났다. 겨울이와 함께 뛰어갔다. 혹여 다른 사람이 가져갔을까 봐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직원이 웃으며 우리를 배웅했다.


오사카 갔을 때는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고생했는데 이번엔 가방을 잃어버리다니. 나이를 먹을수록 자주 깜빡거린다. 겨울은 못 말리는 엄마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마지막으로 소원배를 타고 소원등을 띄우기로 했다. 소원을 빌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1년이 지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마음을 다해 각자의 소원을 담아 띄웠다.  

겨울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다낭여행 #호이안 #올드타운 #코코넛커피 #야시장 #바구니배 #소원등 #초등졸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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