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의 전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11시쯤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화면에는 '겨울이 담임 선생님'이 보인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놀란 가슴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겨울이 어머님 겨울이가 38.7도로 열이 나서 병원에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집에서 작업 중이었던 나는 전화를 끊고, 겨울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밝다.
"겨울아, 괜찮아?"
"응. 괜찮아요. 애들이 눈 풀렸다고 해서 보건실에서 열을 쟀더니 38.7도래요."
"그랬구나. 엄마랑 병원 가자."
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의사는 요즘 독감이 유행이니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10분이 지나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진찰실로 들어갔다.
"독감입니다."
가슴이 철렁한다. 겨울이는 2020년 HSP자반증을 판정받았다. 이후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3년 동안 특별한 질병 없이 잘 지냈다. 코로나도 집안에서 유일하게 안 걸린 녀석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벗고 다니자, 이렇게 걸리게 된 것이다. 감기 후유증으로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말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다시 초비상 사태가 되어 우리 부부는 겨울 이를 돌보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야 한다는 노자의 말처럼 겨울이가 힘들지 않게 했다. 타미플루와 해열제를 먹자, 열이 37.8도로 떨어졌다.
새벽 2시에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깼다. 휴대폰이 울린다. 벨소리는 겨울이다. 놀라서 방으로 달려갔다. 아이가 엄마 열이 많이 나는 것 같다고 한다.
열을 재니 40도.
정신을 차리고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자, 열이 내렸다.
한번 잠이 들면 절대 일어나지 못하는 나는 신기할 정도로 겨울이가 부르는 소리에는 잘 깬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가 보다. 이제는 고학년이 되어서 전화로 엄마를 부를 생각도 하다니 아이의 성장이 놀랍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자랄 수는 없겠지만 큰 병은 제발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0년 11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멀쩡한 아이를 업고 화장실 다니던 그때, 약 부작용으로 한없이 소리치던 아이. 모든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는 잘 키우는 게 아니라, 잘 지키는 것일지도.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