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미소쌤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거울 효과에 따라 미소를 보낸다. 좋은 행동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모두 참석한 걸 확인한 후 그림책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함께 수업한 지 11주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자, 오늘의 그림책은 <한밤의 선물>입니다. 선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설레지 않나요? 앞표지와 뒤표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연결그림이네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글쎄요. 토끼에게 따뜻한 선물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토끼가 아주 커다랗고 따뜻한 곳을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보겠습니다."
앞면지에는 밤에 비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소쌤은 조용히 그림을 넘겼다. 낭독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만 보여주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화려한 색감에 한번 놀랐고, 다섯 토끼들의 예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어떤 그림, 글이 와닿으셨을까요?"
"다섯 토끼의 이름이 너무 예쁩니다.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요."
"맞습니다. 우리도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죠."
"새벽, 아침, 한낮, 저녁에게는 선물이 도착했지만 한밤은 깜깜하기만 해서 속상해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다가와 선물을 줍니다. 새벽은 푸르른 고요함을 주며 슬픔이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아침은 시원한 바람을 주며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합니다. 한낮은 빛을 주며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합니다. 저녁은 알록달록 꿈을 줍니다. 한밤도 친구들에게 그림자 선물을 줍니다. 이렇게 따뜻해도 되나요?"
서로가 서로에게 뭔가를 주는 사랑, 아름답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그림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이네요."
미소쌤이 웃는다.
"맞습니다. 작가는 한지를 붙여 표현했습니다. 2014년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서도 한지라는 점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그림책은 창의적입니다."
"조금 전에 솜사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름들이 너무 예쁩니다. 지금부터는 각자의 이름의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실명을 얘기하려니 부끄럽네요. 제 이름은 길자입니다. 그 시절에는 아들을 귀하게 여겼지요. 저희 어머니는 아들을 낳고 싶어서 딸들 이름에 '자'자를 붙였답니다. 이름이 싫어서 지금은 개명을 해서 은정입니다. 은혜로운 은, 바를 정을 썼습니다. 은혜로운 삶, 바르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햇살의 말에 모두들 박수를 친다.
"저는 너무 평범합니다. 슬기로울 혜, 맑을 숙입니다. 슬기롭게 맑게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셨습니다."
나무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저는 현서입니다. 어질 현, 상서로울 서입니다. 어질고, 좋은 기운을 받으라고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씨앗의 이름도 어울린다.
"아름다울 미, 길영입니다. 깊은 아름다움일까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라는 의미로 해석해 봅니다."
미영의 해석으로 모두들 웃는다.
"이름은 정체성입니다. 자신이 좋은 기운을 불어넣으면 그 뜻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여러분의 이름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태어나시길 바랍니다."
미소쌤의 말에 괜히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살아가는 삶은 좀 더 단단하지 않을까. 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최미영.
다시 태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