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by 정미숙

"오늘은 마지막 수업답게 여러분들이 읽은 그림책 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환한 미소를 띠며 손을 든다.


햇살님이 가방에서 하얀색 두툼한 책을 꺼낸다.

"제가 소개할 그림책은 하이케 팔러의 <100세 인생 그림책>입니다. 2020년 속초 문우당 서점에 방문했을 때 구입한 책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의 삶을 그림과 글로 잘 표현되어 있어서 사회초년생부터 삶을 마무리하는 어른들이 읽으며 좋겠습니다. 저는 책의 마지막 질문인,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라는 말이 참 많이 와닿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네요."


달팽이님이 꺼낸 그림책은 자동차 모양이 겹쳐 보인다.

"제가 소개할 그림책은 채인선의 <내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차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릴 적에는 엄마 아빠의 차에 겹쳐 있지만 어른이 되면서 스스로 운전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각자의 길을 가다가 교차로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면 된다는 말이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제가 주고 싶은 삶의 방향입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헤어지지 않으면 가족이 헤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언제나 힘들 때 네 곁에 네 편인 엄마 아빠가 있다고 말해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나무님이 꺼낸 그림책은 두껍지만 작은 그림책이었다.

"윤지회의 <사기병>입니다. 위암 4기의 작가님이 투병생활을 하면서 남긴 마지막 책입니다. 이 책은 저에게 아주 특별합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힘든 과정 속을 윤작가님처럼 이겨냈을 생각을 하면 삶을 허투루 살아갈 수 없습니다. 친구가 보고 싶은 날 펼쳐보는 책입니다. 삶이 내 뜻대로 안 돼서 속상할 때 읽으면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사랑님이 가지고 온 그림책을 펼쳤다.

"저는 크리스티나 누녜스 페레이라, 라파엘 r의 <42가지 마음 색깔>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자기감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영어, 수학은 가르치면서 감정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서 알 수 있답니다. 순간 드는 감정들에 이유를 찾으면서 나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답니다. 나의 감정을 알면 나와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씨앗님은 까만 책을 꺼내셨다.

"정진호의 <별과 나>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빛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보이는 빛이 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책입니다. 사색하고 싶을 때 보면 힐링이 됩니다. 글 없는 그림책은 아이도 어른도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이라 자주 읽습니다."

씨앗님의 책을 보며 글 없는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솜사탕이 꺼낸 책은 에바 알머슨에 그림이 그려진 책이다.

"저는 고희영의 <엄마는 해녀입니니다>입니다. 에바 알머슨 전시회에 갔다가 구입한 책입니다. 엄마가 해녀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셔서 엄마가 보고 싶으면 한 번씩 펼쳐보며 엄마와의 추억여행을 떠납니다. 특히 해녀들의 약속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 즉 이 말은 오늘 하루 욕심내지 말고 딱 자신의 숨만큼 살아가라는 말로 위로해 주어서 좋습니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며 욕심을 내는 자신들을 돌아보는 듯 교실 안은 조용하다.


미영이 그림책을 꺼내자,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고, 처음 보는 분도 있었다.

"제가 선택한 그림책은 백희나의 <알사탕>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었는데 저만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책소개 과제를 받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마음을 오해할 수 있음을 알기에 먼저 마음을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모두들 미영을 응원하는 박수를 보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과제를 잘해오실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마지막 과제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모두들 큰소리로 대답한다.


"첫 번째,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는지 적어보기. 둘째, 오늘 소개받은 그림책 다시 읽어보고 느낌 기록 남기기, 셋째, 주변을 관찰하며 산책하기.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를 하신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실 겁니다. 특히 세 번째를 꾸준히 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와 마주하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수업을 듣고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동안 솔직한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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