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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08. 2022

진짜 어른의 자세

엄마의 마음으로

진짜 어른은
나이 들어서 되는 어른 말고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란 어른이야.

-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엄마입니다>  -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걸어온다. 추위를 이기려 움츠리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초등학교 1학년쯤 보이는 아이의 얼굴과 손이 빨갛다. 엄마는 직장을 나가고 혼자 있다가 급하게 뛰어나온 듯 보인다. 조심스레 다가간다.

“아이고, 코가 빨갛네. 지퍼를 안 올리면 감기 걸려. 아줌마가 지퍼만 올려 줄게.”

아이가 당황해하는 표정이다. 빠른 속도로 겉옷의 지퍼를 올려 줬다.

“늦었다. 얼른 학교 가.”

아이가 쑥스러워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뛰어간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엄마가 되고부터 오지랖이 늘었다. 다 내 아이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가 내린다. 근데 왜 불안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너 15층에 사는 아이지. 혼자 어디 가니?”

“엄마가 누나 데려다주고 온다고 했는데 안 와서 학교에 걸어가 보려고요.”

“걸어간다고, 누나 초등학교 여기서 멀어.”

“집에서 TV 보고 있으면 엄마 오실 거야.”

“엄마가 TV 보지 말라고 했어요.”

“아줌마가 엄마 아니깐 봐도 괜찮아. 보고 있어.”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어디 가면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 다행히 아이는 우리 아이가 어릴 적 다니던 무용학원 원장님 아들이었다. 원장님께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렸고, 빨리 오시라고 전해드렸다. 아이가 나를 만나지 못하고 정말 누나랑 엄마를 만나겠다고 걸어갔다면 어땠을까. 정말 끔찍하다. 아이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차로15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발상에 놀라울 뿐이다. 어른들은 주변의 아이들을 내 아이라 생각하며 유심히 보아야 한다. 우리는 엄마니깐. 혹시라도 내 아이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다른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은 아이를 키우면서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pixabay


 어른의 행동을 보고 아이는 배운다. 아이가 어릴 적 이야기다. 아이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면 엄마 뒤로 숨는 아이. 6살 때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아줌마는 아이를 향해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해 주었다. 어느 날 아이가 길을 가다가 소리를 쳤다.

“엄마, 18층 아줌마다.”

“응 그러네. 편의점 가는 길인가 보다.”

“엄마, 나 아줌마한테 인사 할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아이의 고집에 이끌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아이가 언니를 보더니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어머나, 그랬구나. 우리 겨울이 너무 기특하다. 아줌마한테 인사해 줘서 고마워. 이건 선물.”

하며 막대사탕을 건넸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오며 아이를 본다. 아이는 행복해 보인다. 이후 아이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한다. 좋은 기억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모두가 내 아이 같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도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소리치는 건 아닐까.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며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때론 조금 오지랖이 많은 어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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