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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r 14. 2024

눈 오는 날

"엄마, 눈이 와요."


아이의 흥분된 목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아이 손에 이끌려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시원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는 밖으로 나가려는 듯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 아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눈집개와 눈썰매를 낑낑거리며 들고 온다.


순식간에 제법 많은 눈이 쌓였다. 아이와 함께 눈을 뭉친다. 어느 순간 날아오는 눈뭉치에 제대로 한 대  맞았다. 갑자기 벌어진 눈싸움에 쫓고 달아나고를 반복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동네 아이들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뭉치가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두 손을 번쩍 들며 항복을 외쳤다. 내 아이와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눈썰매 타기다. 제법 내린 눈 덕분에 눈썰매 타기 적당하다. 아파트 주위를 돌며 마땅한 곳을 찾아본다. 아이와 동시에 오르막길을 찾았다. 눈썰매를 바닥에 놓고 자리를 잡아본다. 출발을 외치자, 아이는 행복한 소리를 내며 내려간다.


"엄마, 진짜 빨라요. 엄마도 같이 타요?"


아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자세를 잡고 출발하자, 아이가 내 손을 꼭 잡는다. 나도 손에 힘을 주며 크게 소리를 쳐본다. 아이의 얼굴을 보자, 두 눈을 감고 있다. 아이를 힘껏 안아 본다.


숨을 고르며 잠시 쉬고 있는데 아이는 아이가 눈 위에 하트를 그리고 엄마라고 썼다. 아이를 따라 하트를 그리고 아이 이름을 적어본다. 서로의 온기가 전해져 더욱 따뜻한 시간이다.


눈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계속 내리고 있다.


아이가 작은 눈덩이를 굴리고 있다. 나도 아이를 따라 작은 눈덩이를 굴렸다. 잠시 뒤, 커다란 눈덩이 두 개가 완성이 되었다. 내 눈덩이 위에 아이 눈동이를 올리자, 눈사람이 되었다. 눈, 코, 입을 꾸미기 위해 주위를 살핀다.  아이는 나뭇가지를 주워 왼쪽 눈을 만들었다. 나는 나뭇잎으로 오른쪽 눈을 만들었다. 입은 음료 뚜껑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눈사람과 인증샷을 찍으며 순간을 담았다.


삶을 살아가는 데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좋은 연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면 된다. 의미 있게 보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듣는 것이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두고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보며 나를 응원하면 된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에 연료를 꺼내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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