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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r 04. 2024

교복 입고 중학교에 갑니다

처음은 언제나 설렌다

선물 같은 아이가 내 곁에 온 지 벌써 14년이 되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 씩씩하게 먼저 엘리베이터를 누르던 아이. 이사로 인해 새 친구들을 만날 때도, 유치원에 갈 때도 아이는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자신의 역할을 보란 듯이 해냈다.


초등학교 입학 시 깁스를 해서 불편했을 텐데도 학교생활을 잘 적응했던 단단한 녀석이다.

그렇게 초등생활 6년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교복을 맞추고, 학생증을 찍으며

몸도 마음도 부쩍 자란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툴툴거리면서도 엄마가 하자면 못 이기는 척해주는 녀석이라 더욱 사랑스럽다.


드디어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 첫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설레는 마음을 적어본다.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무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많이 예민해져 있을 아이에게 긴 설명보다는 간단한 대화가 좋다. 아이가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지켜볼 수 있는 여유로운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이제 공부도, 교우관계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들어주고 응원해 주는 방법뿐이다.

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본 지 참 오랜만이다. 아이의 긴 속눈썹, 도톰한 입술을 보자, 웃음이 난다. 아이가 자라자, 모든 것들도 커졌다. 달라진 것은 얼굴에 여드름이 생겼다는 것뿐이다.

아이가 갑자기 뒤척인다. 시계를 보니 벌써 30분이 지냤다. 나만의 새벽 루틴을 하기 위해 침실에서 나온다.


아이가 주문한 아침밥상을 차리고,

물을 챙겨 가방에 넣어줬다.


이런


아이의 가방을 들다 깜짝 놀랐다.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그잖아도 작은 체구라 걱정되는데.'


아이가 일어나 씻고 나온다.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딸, 엄마가 오늘만 학교까지 태워줄까? 가방이 무겁더라."

"엄마,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사양했다.


아이는 엄마보다 더 멋지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의 책가방 무게만으로도 걱정이 앞서는데 말이다.


아이가 교복을 입고 나왔다.

세상에나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아이 몰래 사진을 찍다가 혼났다.

아이와 인사를 하며 겨우 사진 장을 건졌다.


'딸아, 너는 모를 거야. 엄마는 너의 모든 순간을 담고 싶단다. 교복 입고 처음 중학교에 날을 잊지 않기 위해. 삶은 말이야 발견하고, 경험하고,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거란다.'




#중학교입학 #첫등교하는날 #교복입고학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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