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면 어김없이 가는 곳이 있다. 벌써 10년이 되었다. 처음 3년은 정말 열심히 다녔고, 몇 년은 띄엄띄엄 다녔다. 코로나19에는 3년을 쉬었다. 어느 날 딸아이가 음악 수행평가로 고민하더니 대뜸 가야금을 연주하겠단다.
"엄마, 이번 음악 수행평가로 가야금을 연주할 거예요. 가야금 선생님께 다녀오세요."
몇 년째 안 갔는데 다시 가려니 마음 한구석에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서 낑낑되며 조율을 해보지만 소리는 점점 더 이상해졌다. 얼마나 풀고 당기고 했을까 드디어 비슷한 음이 들린다.
아이와 둘이서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쳤다. 그렇게 며칠을 연습했지만 다시 줄이 틀어졌다.
"엄마,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요. 선생님께 다녀오세요."
아이의 수행평가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망칠 수는 없기에 동아리 실로 들어갔다.
몇 년 만에 나온 막내를 환한 미소로 반기는 '아리랑' 멤버들.
다가와 포옹을 하며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묻고 답하느라 시끌벅적하다.
이곳의 온도를 잠시 잊고 있었다.
아리랑은 2005년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김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처음 아이학교에서 학부모 가야금 수업을 듣고, 가야금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쌤과 몇 명의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었다. 나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화성에 이사와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을 따라갔다가 좋은 인연을 맺었다.
나보다 5살~20살이 많은 그녀들은 인생상담사들이다.
학부모 총회 갈 때,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때, 시댁어른들이 오실 때 등 고민을 물으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답변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각자 연습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가야금을 연주하자,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근데 그전에는 안되던 왼손이 자연스러워졌다. 연습을 몇 년째 하지 않았는데 그때보다 더 잘되는 이 느낌은 뭘까? 갑자기 가야금이 재미있다.
집으로 돌아와 물집 잡힌 손으로 몇 시간을 연습을 했다. 다음날 팔과 어깨에 근육통으로 파스를 붙였다. 딸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치지만 가슴이 뛰는 소리에 뿌듯하다.
재미있는 것을 하자, 자꾸만 생각나고 더 하고 싶다. 아이와 어른은 다르지 않다.
다시 가야금을 꺼내 연주를 해본다.
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사랑가, 꽃타령 등 한 번씩만 연습해도 한 시간은 금방이다. 왼손에 힘을 빼고 싶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다. 역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역시 배운 횟수는 무시할 수 없구나. 아이가 달려와 가야금을 연주한다.
처음 가야금을 배울 때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동생에게 가야금을 며칠 빌렸다.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며 밀양아리랑을 맛깔나게 연주했다. 그 모습에 남편은 바로 가야금을 사줬다.
연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옛 생각이 떠올라 자꾸만 미소짓게 된다.
아이의 가야금 연주에 맞춰 엄마는 노래를 부른다. 엄마의 취미가 아이의 취미가 되면서 우리는 서로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