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기념으로 남편이 준비한 이벤트를 할 생각에 들떠 예약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이륙장소에서 잠시 쉬다가 오기로 했다. 좁은 숲길을 차로 5분 정도 오르자, 넓은 주차장이 보였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탁 트인 풍경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건물, 논, 밭, 강도 모두 작은 점으로 보인다. 가족과 함께 점프를 뛰며 인생샷을 찍어본다. 합성한 것 같은 사진이 완성되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지금 이 순간 이렇게 행복한데.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갔다. 신발과 옷을 건네받는데 기분이 다운되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알 수 없다. 안전교육 영상을 1분간 시청한 후 사장님의 기본과 프리미엄 상품 설명이 이어졌다. 남편이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심호흡을 한다.
"사장님, 어제 말씀드렸듯이 인터넷으로 프리미엄 예약했습니다."
사장님은 살짝 민망해하며 웃음을 지으며 바로 올라가자고 하셨다.
이륙 장소에서 안전 점검을 마치고 하늘을 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허락 없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다리에 떨림이 느껴져 손으로 다리를 잡았다. 이어지는 사장님의 말이 들린다.
"무조건 멈추면 안 됩니다. 그냥 계속 뛰셔야 합니다. 아셨죠?"
걱정스러운지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이까짓 거 별거 아닌 듯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뛰려고 하니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나 둘 셋을 외치며 하늘을 향해 달렸다.
넓은 하늘 위를 날고 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풍경을 감상할 뜸도 없이 사장님은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한마디, 아이에게 한마디 하라고 하셨다. 영혼 없이 사랑해를 외쳤다. 갑자기 카메라를 끈 후 영상촬영은 이게 끝이란다.
설마 내가 잘못 들었겠지 생각하며 귀를 의심했다. 이후 그네를 태워주겠다던 사장님은 오른쪽 왼쪽을 외치며 하강을 시도했다. 단 5분 만에 하늘에서 내려왔다. 12만 원이나 결제를 했는데 생애 첫 패러글라이딩은 아쉽게 끝났다. 너무 화가 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5분 동안 땅이 아닌 하늘에 있으면서 느꼈을 것들을 눈 감고 떠올려본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하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산의 정경들이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었다. 손가락을 펼치자, 따뜻한 햇볕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듯 따뜻함이 느껴졌다. 상쾌한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자, 몸이 가벼워졌다. 직접 운전해서 이 산 저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며 혼자 웃었다. 짧았지만 해보지 않았다만 상상 속에 머물러 있었을 오감들이다. 다음에는 오래 하늘을 날며 긴 대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