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을 언제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대에는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 이제는 걸으며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우선 12곡을 선택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고민하는데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편이 선택한 곡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다. 열창하는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는 일본 노래를 불렀다. 이후 남편은 싸이의 <챔피언>, <나팔바지>를 댄스와 함께 부르며 온몸을 불태웠다. 아이는 아빠의 망가짐이 싫지 않은 눈치다.
남편은 딸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교실 이데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이크는 어느새 내손에 와 있었다. 우리는 1990년대로 순간이동을 해 한판 제대로 즐기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처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신선함과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옛 추억을 이야기하느라 정신없는 우리에게 아이가 말을 건넸다.
"엄마, 아빠 더 부를래요?"
"더 부르고 싶니?"
"엄마 아빠 부르는 거 너무 재미있어서요."
그렇게 아이는 자기 용돈으로 추가결제를 했다. 아이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우리는 20대로 돌아가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원투의 <자 엉덩이>를 불렀다. 우리 부부의 못 말리는 댄스는 지칠 줄 몰랐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놓칠세라 영상을 찍고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친정오빠에게서 답장이 왔다.
삼촌 : 헐 전화도 안 받고! 조카 : 지금은 <자 엉덩이>로 불태우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허밍어반스테레오의 <하와이완 커플>을 부르기 시작했다.서로 눈을 맞추며 좀 더 귀엽게, 멋지게 불렀다. 아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더 오버를 하며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놀았다. 아이 덕분에 추억여행 제대로 했다.
마흔이 넘은 우리가 어디서 이렇게 놀 수 있을까. 사랑하는 아이 앞이었기에 어디서도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때론 내일이 없을 것처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