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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y 27. 2024

죽기 전에 나는

우리 가족의 소망

누구에게나 버킷리스트가 있다. 우리 가족에게도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여행 중 만난 질문에 자신의 답을 적어 본다. 남편과 아이가 적고 있는 모습에 사진을 찍고 다가가 글을 확인해 본다.


남편 : 가족과 많이 여행하기, 알프스 스키여행 하기
아이 : 읽고 싶은 책 다 읽기
나 :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초록 지붕집 가기


우리가 적은 글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한참 동안 그곳에서 떠나질 못했다. 대화가 많은 가족은 언제나 웃음꽃이 활짝 핀다. 여행의 좋은 점은 예측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정은 짤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것들은 알 수 없다. 집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낯선 도시를 걸어본다.


낯선 도시는 우리를 조금 더 솔직하게  만들어줬다. 남편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전해진다. 건강하게 가족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가장의 자리, 아빠의 자리, 남편의 자리, 아들의 자리를 묵묵히 해내고 있는 남편이 멋져 보였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보란 듯이 잘 적응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걸어 나가고 있음에 안심이 되었다.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14살 아이가 기특해 보였다. 나의 14살은 '나는 누구인가'에 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며 자신을 공격했던 시간이었다. 반면 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모습에 근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부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열심히 내 삶에 집중해야 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가족,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말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낯선 도시가 건네는 풍경과 말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여행을 통한 소소한 경험들이 모여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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