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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y 13. 2024

친정엄마의 마음

사진 한 장이 건네는 다정한 사랑이야기

  8시 모두 일터로 나갔다.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부려본다.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과거의 오늘을 보내왔다.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추억 여행을 했다. 사진들을 보다 잊고 있던 엄마와의 뮤지컬 관람이야기에 시선이 멈췄다.

 

  2013년 5월 엄마와 뮤지컬 <친정엄마>를 보러 갔었다. 살면서 처음 뮤지컬을 보게 된 엄마는 한껏 설레했다. 공연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며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문희 배우의 연기에 엄마는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 엄마가 되고서야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힘듦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어 준 엄마가 있었기에 나는 어려움 없이 잘 성장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가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아픔(암판정)을 전해드렸다. 매일 나를 안타깝게 보던 시선들. 나의 표정하나에 울던 그들에게 미안해 괜찮은 척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딸의 짜증을 받아들이며 변함없이 안아주었던 따스한 손길.


  다행히 지켜야 할 6개월 된 아이를 위해 멘털을 잡았고,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나 혼자였다면 삶을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다시 함께 할 시간을 허락받았다.


뮤지컬을 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임을 느꼈다.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이 대사에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 마음과 같아서 엄마에게 미안했다.

엄마와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이렇게 웃고 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엄마와 공연장 주변을 걸으며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의 지나온 삶과 미래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을 걷던 엄마가 꺼낸 말 한마디.


  "살아줘서 고맙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 주저앉아 한동안 울었다.


  내가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가족들의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가장 힘든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나를 일으켜 세웠던 가족들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5월의 하늘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유난히 파랗고, 맑았다. 엄마와 하늘을 보며 우리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을 거라며 이야기했다. 엄마는 딸이 아픈 것이 자신의 죄인 양 삶이 왜 이리도 내 뜻대로 되지 않냐며 속상해하셨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왜 내 새끼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셨다.


어찌 엄마의 잘못일까.

건강관리를 하지 않고 살아간 나의 잘못이지.

 

엄마는 하늘을 본다.

답답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엄마를 따라 하늘을 본다.

나의 감정을 엄마가 알아차리지 않길 바라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감정들을 숨겼다.


뮤지컬을 한편 보았을 뿐인데 우리에게는 서로가 존재함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서로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마음의 소리를 전한다.


'사랑한다 딸, 사랑해요 엄마.

나의 엄마여서 너무 고마워요.'


글을 쓰면 잊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로 인해  나에게 다정해진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나를 힘껏 안아본다.








메인사진 출처. pixabay

본문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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