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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n 24. 2024

불편한 상황에서 웃음꽃이 활짝

영월 에코스테이, 우중 여행

  퇴근 후 가족과 함께 강원도 영월로 여행을 떠났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가까워질수록 짙은 어둠이 깔렸다.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좁은 길과 숲길로 들어가 도착한 곳은 영월에 있는 '에코 빌리지'였다. 잠에서 깬 아이가 깜짝 놀라며 한마디를 했다.

  “엄마, 우리 캠핑장 온 거예요?”

  그렇게 오해할 만했다. 눈앞에는 인디언 텐트가 보이고 사람들이 불멍을 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우리가 묵을 숙소는 뒤쪽에 있다며 손가락을 가리켜본다. 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원목으로 꾸며진 방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일반 숙소랑 뭔가 다르다. 갑자기 아이가 하이톤의 목소리로 소리친다.

  "엄마, TV가 없어요. 냉장고도 없어요. 아빠, 이곳 뭐예요?"

  내 귀를 의심하며 방을 둘러본다. 이곳은 에코스테이이다.

        

의도된 불편한 by 에코 빌리지     


TV 대신 책이 놓여 있다. 오롯이 자연과 별과 함께 진정한 쉼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냉장고가 없다. 대신 건강한 생수를 언제든 제공하고 있다.
탄소절감을 위해 에코 스테이의 모든 린넨류 및 타월은 자연 건조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러운 구김이 있다. 자연순환을 위해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온전한 휴식과 화재 예방을 위해 실내에서는 일체의 흡연 및 취사를 금지하고 있다.
머무르는 동안 몸살 난 지구와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이와 같이 안내가 적혀 있었다. 개별 냉장고 대신 공동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다. 2층에서는 포장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1층에는 책을 두어서 자연과 벗 삼아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모든 디자인이 원목색으로 되어 있어서인지 심신이 안정된다. 다만, 방음이 잘되지 않아서 우리는 말소리를 한 톤 낮춰서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이렇게 불편한 숙소는 처음이라며 투덜 되었지만, 조용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무언의 007빵으로 소리 없이 게임을 한다. 치아가 보이면 안 되고 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웃음이 많은 아이는 치아를 가리는 것이 어렵다. 다시 게임룰을 정하고 시작해 보지만 이소리가 들리고, 걸린 사람의 등에는 인디언밥 공격이 들어간다. 그렇게 30분을 하고 우리는 입꼬리가 만개한 후 잠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비 오는 여행은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리만의 추억을 쌓기 위해 일정을 이어갔다.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 15분을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신발도, 옷도 불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길을 러닝화 신고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이는 엄마의 골프화를 신고, 나는 남편의 골프화를 신고 올라갔다. 우산이 2개밖에 없어서 아이와 나는 큰 우산을 같이 쓰고 올라갔다. 비가 오는 산길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아이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발을 맞춰 한 발씩 옮겼다. 비 오는 날씨 탓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분주하지 않아서 좋았다. 전망대에 도착해 본 풍경은 자연이 만들어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인증샷을 남기고 바로 내려왔다. 비 오는 날 여행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빗물이 옷 속으로 들어갔다며 아이가 소란스럽게 소리를 치지만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럽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정해 본다. 바쁘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일정이다. 잠시 쉼을 가지며 차 안에서 제로 게임을 했다. 생각지도 않은 엄마의 공격으로 아이의 손목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아이와 남편이 한편이 되어 공격을 한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하는 게임이 즐겁다며 한참을 차 안에서 놀았다.


  그렇게 차 안에서 몸을 녹이고 단종역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곳 영월. 단종은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약을 먹고 생을 마감한다. 단종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근처에는 보덕사가 있다. 그 앞에는 새심 다원이라는 카페가 있다. 입구에 450년 된 나무들이 여러 그루가 있다. 이끼 낀 모습만으로도 멋스러웠다. 비 오는 날이라 더욱 운치 있게 느껴다. 테이블은 10개 정도 있었는데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쌍화차, 고구마 라떼, 옛날 빙수를 주문했다. 쌍화차 뚜껑을 열고 깜짝 놀랐다. 견과류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것은 차가 아니라 탕이 더 어울린다. 고구마 라떼의 달콤함이 추위를 잠시 잊게 해 주었다. 옛날 빙수는 얼음, 우유, 떡, 팥과 같이 기본만 들어갔지만, 달콤함과 시원함은 최고였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릇 또한 예스러워 카페 분위기와 더욱 잘 어울렸다.  



  서부시장에 들러 모둠전(메밀전병, 녹두전, 메밀 전, 수수부꾸미)과 올챙이국수를 먹었다. 모둠전은 강릉에서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새롭지 않았다. 다만 올챙이국수는 쫄깃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잔치국수에 국수 대신 올챙이 모양의 면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닭강정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가족모두가 만족한 음식이었다.


  저녁은 든든하게 고기로 정했다. 검색 시 많은 장소가 나왔지만 직접 구워주는 ‘목구멍’이란 곳을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했다. 재미있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들어갔다. 문을 열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했다.  알고 보니 2월 15일에 오픈했다고 한다. 직접 구워주면서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다.

 

우리의 가족 여행은 완벽하지 않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일까 순간순간의 행복을 만킥하기 좋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바쁜 삶 속에서 잠시라도 우리들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더 많이 더 자주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오늘의 여행은 날씨 덕분에 소소한 순간들을 담았다.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지 알 수 없기에 할 수 있을 때 미루지 않고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며 살아간다.



여행은 말이야,
같은 것을 보고 함께 웃는 거야.







@photo by misookj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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