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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l 15. 2024

학부모 감독관된 날

아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교사와 엄마

알림 문자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부모 감독관' 생소한 단어다. 중학생이 된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학부모 감독관이란 부감독관이다. 정감독관은 교사다. 시험기간 3일 동안 부감독관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개인 일정으로 하루만 신청했다. 사실 1학년이라 시험대상이 아니지만 시험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궁금해서 신청했다.


학부모 감독관으로 신청한 날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며 검은색으로 코디했다. 신발은 당연 소리가 나지 않는 운동화를 신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향수는 뿌리지 않았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준비하고 학교로 갔다.


대기 장소에는 시험장소와 학부모 감독관이 들어갈 교실들이 지정되어 있었다. 신청한 8명의 엄마들이 도착하자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이어졌다.

"이렇게 학부모 감독관에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뒤에 계시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시면 됩니다. 의심되는 학생이 있으면 조용히 곁에 가서 서 계시면 됩니다. 부정행위는 적발보다 예방이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종료가 되면 정감독관과 함께 OMR카드를 같이 걷어주시면 됩니다."

시험은 아이들이 보는데 내 가슴이 왜 이리 뛰는지 모르겠다. 예비종소리가 울린다.


소지품은 대기 장소에 놓고 맨몸으로 지정된 교실로 들어갔다. 정감독관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교실 뒤쪽에 섰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교실 안은 조용해졌다. 문제지를 받고 선생님의 안내가 끝나자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집중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손에 땀이 났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학년 한 줄, 3학년 줄로 배치되어 있었다. 10분 만에 문제를 풀고 엎드려 자는 아이도 보였다. 자기만의 속도를 확인하며 문제를 푸는 아이를 보며 긴장감이 맴돌았다. 혹여 발소리가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사뿐사뿐 이동했다.


옛날에는 OMR카드를 작성하다가 틀리면 카드를 다시 받았지만 요즘은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마킹한다. 기술이 점점 좋아졌다. 그렇게 45분의 시간이 끝났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부감독관란에 사인을 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1학년 엄마는 나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엄마들과 시험 중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본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화장실을 간다고 해 함께 갔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어떤 엄마는 아들의 친구들이 있는 반에 배정되다 보니 신경 쓰일까 봐 멀리서 지켜보았다고 했다. 엄마들 나름의 배려를 한 걸 아이들은 알까.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면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하길 간곡히 바란다. 부모가 알고 이야기해 주는 것과 모르고 이야기해 주는 것은 차이가 난다.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부모 상담, 학부모 감독관 등 10번도 안 되는 학교행에 참여하다 보면 아이가 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는데 쉽다. 특히 아직 시험을 치러보지 않은 중학교 1학년 아이는 시험이 두렵다. 다가올 시험을 무사히 잘 치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중한 내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면 학교 관심을 갖길 바란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춘기때는 치고 빠지 타이밍 기술이 중요하다.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 때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아준다. 손을 내밀지 않을 때는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봐 주면서 응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즉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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