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네랑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신혼을 시작한 우리들은 한 동네에 살았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이후 집을 사고, 승진을 하면서 삶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이 한 살 차이라 어릴 적에는 자주 만났지만, 커갈수록 각자의 친구들이 생기면서 이제는 일 년에 1번씩 본다. 올해 처음 만난 우리는 반가움에 맛난 음식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A남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15분이 지나자, 모습을 드러낸 A남편 손에는 복권 4장이 있었다.
"복권이 정말 신기합니다. 지난번 꿈을 꿔서 복권을 샀는데 글쎄 3등에 당첨이 되었어요. 처음 있는 일이나 당황스러우면서 기뻤죠. 당첨이 되어보니 3등부터는 은행에 가야 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는데 아내가 많이 좋아했습니다. 자, 오늘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추석연휴이니 한 장씩 골라보세요. 당첨되면 다시 만나는 겁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한 장을 골랐다. 복권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야! 됐어."
남편이 격앙된 목소리로 불렀다. 뭐가 됐다는 얘기인지 몰라 몸을 일으켜 세워 방으로 들어갔다. 4등에 당첨되었다. 가끔 5천 원짜리는 당첨된 적이 있지만 4등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역시 A남편(B) 기운이 좋네."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우리도 복권 바꿔서 식기세척기 사자."
이 맛에 다들 복권을 사는가 보다. 생각지도 않은 추석 선물에 연휴의 시작이 좋다.
5만 원이면 복권 10장이다. 어디서 바꿀까 고민하며 검색창을 열었다. 근처에 복권 당첨된 곳이 여러 곳이 나왔다. 아무래도 당첨이 많이 된 곳에서 사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복권을 샀다.
"자기는 복권 당첨되면 뭐 하고 싶어?"
"음...... 여행 가야지."
"어디로?"
"유럽."
바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은 항상 여행이 고프다.
한 번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한 달이라면 뭘 하고 싶어?"
"가족여행."
"어디로?"
"유럽으로"
"내 소중한 겨울이가 내가 보고 싶을 때, 힘들 때 나와 함께 했던 곳들을 다니며 마음의 위로를 받기를 바라서."
"너무 멀잖아. 가까운 곳도 많을 텐데."
"죽기 전에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남편은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 딸아이에게는 각별하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아빠에게 친절하지 않은 딸아이를 위해 누구보다 선을 지키며 방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복권 당첨으로 긴 대화를 나눈 하루. 생각지도 않은 선물 덕분에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내일을 꿈꿔본다. 삶이 매일 선물처럼 다가온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