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중학교1학년이 자유학년제였다. 첫 시험을 중학교 2학년때 본 학생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학습결손을 줄이기 위해 2024년부터는 자유학기제로 변경되었다. 교장의 권한에 따라 2학기 중간고사부터 보는 학교도 있었지만, 딸이 다니는 중학교는 기말고사가 첫 시험이다.
첫 시험을 앞둔 딸이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다.
어떤 것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매번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아이의 공부방식을 지켜보니 우선 개념을 반복해서 읽는다. 이후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자신이 부족한 단원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평소 다른 말투로 딸이 부른다.
"엄마, 카톡 보낸 문제 좀 프린트해 주세요."
"더 필요한 것은 없어?"
"그거면 충분해요."
중학생이 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프린트를 해주거나, 간식을 챙겨주는 것뿐이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1년 사이에 훌쩍 큰 딸을 보며 대견하고 기특할 뿐이다. 딸이 또 부른다.
"엄마, OMR카드 좀 주문해 주세요!"
딸이 보낸 링크를 보며 시험대비를 자기 방식대로 꼼꼼히 하고 있음에 놀라웠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시험 때의 환경을 만들고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학생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그동안 했던 나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딸도 자신의 미래를 나름대로 준비하며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었다.
시험 당일날.
밥을 먹어야 든든할 것 같아 소화가 잘되는 소고기뭇국에 따뜻한 밥과 밥찬 3가지를 차려주었다. 평소에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오늘따라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딸의 뒷모습을 보자, 흐뭇하다. 시험 잘 보라며 소리쳐본다. 아이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12시가 조금 지나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한 톤 높아져 있었고 흥분한 상태였다.
"엄마, 영어 100점. 과학은 아쉽게 1개 틀렸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좋은 결과 나왔네. 진짜 축하해!"
딸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종이 울리자,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첫 시험이라 부담이 컸겠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두 번째 단추도 잘 끼울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딸이 하는 행동을 보며 답답한 순간도 있었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길 잘 했다며 나를 칭찬해본다. 어떤 일이든 결과가 좋으면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속에서 수정하며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 모든 경험은 헛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