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가을은 이제 연인이 되었다. 직장과 성우학원을 병행하며 극단 생활까지 하느라 봄이는 매일 잠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대학로에서 ‘술집’ 공연에 인성으로 더블 캐스팅되었다. 술 취한 연기가 부족했던 봄이는 매일 술을 마시며 어떤 느낌인지를 느끼려고 애썼다. 생각보다 연기는 잘 되지 않았고, 가을에게 SOS를 요청했다. 가을과 함께 철산역 곱창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소주 4병을 마시며 몸에 익혔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가을은 공항에서 주야근무를 했다. 늦은 밤 가을은 봄이를 재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
“잘 자라 우리 봄이 앞뜰과 뒤동산에...(생략) 잘 자라 우리 봄이.”
신기하게 가을의 자장가는 봄이에 불면증을 해결해 주었다. 그렇게 매일 가을은 자장가를 불러줬고, 봄이는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전화벨이 경쾌하게 울린다. 가을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요즘 공항에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지 알아?”
“무슨 소문?”
“매일 H구역에서 어떤 소리가 들린데.”
“어떤 소리?”
“매일 밤 11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자장가 소리가 들린대. 사람들은 이렇게 유추해. 먼저 간 사람을 위해 자장가를 불러준다. 잠 못 자는 아이를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는 거다. 비행기 사고가 난 사람이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부르는 거다.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어.”
“주차장에서 11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자장가 소리? 혹시 이거 우리 얘기 아니야.”
“맞아 자기 불면증 때문에 자장가 불러 줬잖아. 그게 요즘 공항에서는 한 맺힌 한 사람이 애절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고 소문났어. 정말 대박이지?”
서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문은 깃털처럼 멀리 퍼졌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쳤다. 자장가는 그만 불러줘.”
가을도 사람들에게 자신이 불러준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몇 주째 계속 들리던 자장가 소리가 들리지 않자 사람들은 이제 한이 풀렸다며 좋아했다.
같은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늦은 밤 자장가 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무섭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던 사람들. 세상에 들리는 모든 이야기들은 이와 같이 우리가 만들어낸다. 때론 무섭게,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애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