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날에' 첫 번째 전시
2024년, 도서관의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과정에서 첫 그림책을 완성했다. 그 인연으로 네 명의 작가가 동아리를 만들었고, 2025년 첫 전시회를 목표로 1년 동안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준비해 나갔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우리가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조금씩 선명해졌다.
동아리의 전시 주제는
‘멈춰 선 순간 피어난 이야기’.
각자 그림책 한 권과 필사 한 권을 만들어 하나의 테이블을 채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가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작업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지율 작가의 〈용기〉,
홍수진 작가의 〈반짝이는 너를〉,
정미숙 작가의 〈우리 아빠 정래순〉
세 권의 그림책이 탄생했다.
작가들의 개성이 온전히 담긴 책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 모두의 얼굴에 뿌듯함이 번졌다.
전시 포스터와 배너를 만들고, 굿즈를 준비하며 전시가 가까워짐을 실감했다.
전시 전 마지막 모임 날에는 모든 작품을 들고 전시 리허설을 했다. 아직 미완성된 분도 있었지만, 서로 응원하며 마지막까지 힘을 내기로 했다.
드디어 11월 8일, 전시 오픈 날.
지인들이 오후 2시 남양도서관에 모였고,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을 둘러본 도서관 관계자분들은 아낌없는 칭찬을 건네주었다.
“동아리 전시라 걱정했는데, 퀄리티가 너무 좋아요. 세 분 정말 멋지세요!”
생애 첫 커팅식도 했다. 식순도 없이 진행된 어설픈 오픈식이었지만 모두 행복했다. 지나가던 관람객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춰 책을 펼쳐보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명의 작가를 응원하는 한마디를 잊지 않고 방명록에 남겨주신 분들 덕분에 우리는 다음 작업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결국 작가는 독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처음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특히 〈우리 아빠 정래순>은 나에게 더욱 각별한 책이다. 처음에 색연필로 작업했지만 색감이 책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처음부터 다시 디지털로 그렸다.
종이에 그린 그림을 다시 디지털로 그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술 시간 외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나는,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결국 완성한 책이 <우리 아빠 정래순>이다.
스토리를 짤 때는 쉽지 않았다.
아빠 이야기에 어떤 주제를 담을지 고민했지만, 쉽게 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때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여러 번 통화를 한 어느 날, 나를 붙잡고 있던 단어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순간, 가슴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탁 하고 열리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여든이 넘은 아버지가 자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쉼'이었다. 힘든 순간에도 아빠를 나답게 해 주었던 한 단어. 그것이 자연스럽게 책의 주제가 되었다.
책을 완성할 때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나는 그림책 두 권을 쓴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